[불란서 자동차 #8] 트럭에서 킥보드 '공유'와 사랑에 빠진 파리

  • 입력 2018.09.19 06:29
  • 수정 2018.09.19 09:28
  • 기자명 김훈기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의 1/6에 해당하는 105㎢의 면적을 지닌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1950년대 인구수가 약 290만명으로 절정에 달한 이후 계속 감소 추세를 보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다시 소폭 상승 중이다. 지난해 파리 인구수는 약 2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근교를 포함한 도시 인구는 1170만명을 넘어 런던을 능가하는 유럽 최대의 인구 밀도를 나타냈다.

1860년 이후 2개의 대형 공원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시의 경계가 바뀌지 않았던 것으로 유명한 파리는 지역 개발과 실제 인구 상으로도 전혀 진화하지 못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몇 안 되는 도시 중 하나다. 높은 인구 밀도에 따른 불편 요소들은 예나 지금이나 파리 광역시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파리는 단독으로 주를 구성한 이른바 특별시로 시내는 20개 행정 구역으로 구분되며 1구에서 오른쪽 나선형으로 번호가 매겨져 1-4, 8-12, 16-20구역은 센 강을 기준으로 오른쪽, 5-7, 13-15구역은 좌안에 위치한다. 높은 인구 밀도와 오래된 건축물이 많은 파리의 도로는 혼잡하기로 악명이 높다. 시내 도로는 일방 통행로가 다수 존재하고 유럽 특유의 울퉁불퉁한 노면은 자동차 승차감은 물론 다수의 도로 소음을 발생시킨다. 여기에 차선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뿐더러 원형교차로 역시 많아 능숙한 운전 실력을 갖춘 이들도 파리에서 운전 시 진땀을 빼기 일쑤다.

승용차 이용이 불편한 도시 파리는 이런 이유로 대중교통이 여느 도시보다 발달해 지하철, 트램, 버스 등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파리와 일드 프랑스 지역 대부분의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파리교통공사(RATP, Regie autonome des transports parisiens)는 승용차 이용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해서 펼치며 대중교통 이용을 더욱 권장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렌터카를 이용해 파리 시내를 진입해 보면 승용차를 이용하기에 다른 도시에 비해 불편한 부분이 꽤 많았다. 무엇보다 차량에 비해 주차 구역이 턱없이 부족해 불법 주차가 성행했고 이를 막으려 도로와 인도 경계지역에는 쇠말뚝이 곳곳에 설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파리 도로에서 만나는 대다수 승용차는 주차에 편리한 작은 크기의 경차와 소형차가 주류를 이루고 글로벌 시장에서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여전히 경차와 해치백 등의 실용성을 강조한 모델들과 소형 SUV가 많이 눈에 띄었다.

현실이 이렇자 파리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승용차를 구입해 비싼 보험료와 주차료 및 유류비 등 자동차 관련 유지비용을 지출하는 쪽보다는 카셰어링 형태의 자동차 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폭발적으로 증가 한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자동차뿐 아니라 소형 바이크, 일반 자전거 및 전동 자전거, 전동 킥보드까지 등장하며 사실상 대부분의 개인용 이동수단이 공유서비스를 통해 이뤄지고 있었다. 또 이런 서비스는 지역 거주자 뿐 아니라 다수의 관광객들 역시 손쉽게 이용할 수 있었으며 한 번 회원 등록을 통해 이웃한 유럽 국가에서도 사용할 수 있었다.

프랑스의 차량 공유서비스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이용하는 업체와 회원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타 회원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중개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특히 친환경차를 이용하는 '오토리브'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연간 회원제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해 파리 시내 지하철역 인근 400여개 이상 대여존을 설치하고 충전 인프라를 함께 갖춰 약 15만명의 회원을 보유했다.

카셰어링 업체 중에는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화물과 짐을 싣기 유용한 소형 상용차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유틸리브' 등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이들 차량 대부분이 친환경차를 이용하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파리 시의 정책과도 같은 길을 걸었다. 무엇보다 파리 시민들이 이들 공유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는 연간 평균 비용이 소형차 유지비의 1/10 수준인 약 500유로가 소비되는 경제적 이점을 지녔다.

파리 몽마르트르 인근에 거주하는 30대 A씨는 "파리에 거주하게 되면서 타던 자가용을 처분했다. 차량이 필요할 때에는 공유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파리 시내에서 이동할 경우, 승용차가 오히려 더 불편하다. 토요타 야리스 하이브리드와 같은 경차를 이용할 경우 시간당 5유로로 비용이 저렴하고 빌리고 반납하는데 부담이 없는 부분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프랑스의 대표적 자동차 브랜드 르노를 비롯해 푸조, 시트로엥의 PSA그룹은 기존 공유서비스 업체 오토리브가 파리 시의 계약 연장에 실패하자 이를 기회로 카셰어링 사업 진출을 서두르며 경합 중이다. 특히 르노의 경우 이미 프랑스 내에서 자체적으로 '르노 모빌리티'라는 차량 공유서비스를 제공하고 스페인 마드리드 등에서도 르노 ZOE 전기차를 서비스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다. 르노는 올 연말 전기차 약 2000여대를 추가로 파리 시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글로벌 카셰어링 업체들 역시 파리 시의 차량 공유서비스 프로젝트에 참여를 환영한다"라고 말하며 다양한 공유서비스 업체들의 경합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가 펼쳐지길 기대했다.

전 세계 국가 중에서도 파리 카셰어링 서비스의 성공적 정착에는 프랑스와 파리 시의 적극적인 승용차 압박 정책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난해 파리 시에서 발표한 자료 중에는 디젤차 운행 금지 조항이 가장 파격적인 정책으로 손꼽힌다. 당시 이달고 파리 시장은 “배기가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올림픽이 개최되는 2024년까지 모든 디젤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늘리고, 이를 이용한 카셰어링 서비스를 공동운영하면서 대기오염의 주범인 배기가스를 방출하는 디젤차의 수요를 감소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 이 같은 파리 시의 승용차 줄이기 정책은 곧바로 카셰어링 활성화에 밑거름이 된 모습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