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7] 佛 WLTP 비상, 인증 차 늘리기 고심

  • 입력 2018.09.18 13:15
  • 수정 2018.09.18 15:5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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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과 8월 프랑스 자동차 업계는 전통적 비수기 시즌인 여름 휴가철에도 불구하고 2개월째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다만 관련 업계는 9월 이후 매출이 큰폭으로 감소할 것을 우려하며 불안한 모습을 내비쳤다.

18일 프랑스자동차공헙협회(CCFA)에 따르면 지난 7월과 8월 차량 판매량은 각각 17만5396대, 15만391대를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18.9%,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현지 관련 업계는 이 같은 큰 폭의 판매 성장률에도 신규 배출가스 기준이 도입되는 9월 이후 차량 판매가 크게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또 지난달 신차 판매가 급증한 배경에는 자작 신차 등록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불안은 더욱 가중되는 분위기다. 최근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지난달 프랑스 자동차 유통업체들은 이달부터 적용되는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 Vehicles Test Procedure) 기준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상당수의 신차를 미리 등록해 이후 중고차로 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디젤차 배출가스 인증 기준인 WLTP는 국제표준배출가스 측정법으로 실내에서 실제 도로 위 차량이 주행과 정차를 반복하는 듯 조작해 배출가스를 측정한다. 이로 인해 기존 유럽연료효율 측정방식(NEDC) 보다 더 엄격해질 것으로 알려졌다. WLTP의 경우 배출가스허용기준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측정 방식이 더 엄격해 시험주행시간은 기존 20분에서 30분으로, 거리는 20km에서 23.25km로 늘어났다.

또 평균 속도 역시 기존 33.6km/h에서 46.5km/h, 최고 속도는 120km/h에서 131km/h로 증가했다. 신차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부터, 기존 판매 모델은 오는 9월부터 신규 인증을 받아야 차량 판매가 가능하다. 이는 유럽과 한국이 동일하게 시행되고 있어 한국 시장의 올 가을 자동차 판매도 하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프랑스에선 신차 구매 시 적용되는 탄소세(할증료)가 WLTP로 인해 인상될 것으로 예상돼 부담은 더할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자들은 탄소세가 인상될 경우 저탄소차 구매를 선호할 것으로 비춰졌지만 대다수 차량들이 신규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판매를 중단하거나 배출가스저감장치를 추가 장착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 또 이로 인한 차량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 할 수 없는 업체들은 이윤을 줄여야 할 상황이 예상됐다.

현재 프랑스에서 적용 중인 탄소세는 주행거리 1km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0g 이상인 차량에 부과된다. 금액은 최저 50유로에서 최대 185g 이상 차량에 1만500유로 등이다. 관련 업계는 배출가스저감장치의 추가 장착에 약 1000유로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며 소형차 일수록 영업 마진을 줄여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더해 유럽의회 환경분과위는 최근 WLTP 기준을 2025년까지 -20%, 2030년까지 -40%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해 자동차 제조사의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프랑스에선 WLTP 외 RDE도 진행해 차량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의 양도 기준치 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RDE는 PEMS(Portable Emissions Measurement System)로 불리는 장비를 차량에 부착하고 실제 도로를 달리면서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제조사 입장에선 지난 유로6 도입 시 상황처럼 새로운 테스트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더 많은 배출가스 저감장치 즉,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 배출가스재순환장치(EGR), 희박질소촉매장치(LNT)를 장착해야 하며 가솔린 엔진도 미립자 필터를 장착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프랑스 현지 자동차 업체들은 WLTP 기준 미달로 인한 매출 둔화, 이익 감소 등 영업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르 피가로에 따르면, 지난 29일 이 기준에 도달할 것이라 발표한 푸조, 시트로엥의 PSA그룹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면 해당 신규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9월부터 자동차 판매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부 외신에 따르면, 실제 폭스바겐의 경우 14종의 주요 디젤차 가운데 7종만이 WLTP 기준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임러와 프랑스 부품업체 발레오를 포함한 자동차 및 부품업체들은 인증 지연으로 글로벌 매출 둔화가 불가피하다면서 이익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이 밖에 유럽환경청(AEE) 조사에 따르면 유럽 신차의 연도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7년 158.7g/km에서 2016년 118.1g/km로 지속 감소했으나 지난해 118.5g/km로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최근 소비 트렌드가 디젤보다 가솔린, 세단 보다 SUV로 쏠리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다시 증가 추세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올해 프랑스에서 판매된 차량 형태별 비중을 살펴보면 세단이 49%로 가장 높았고 SUV가 36%로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소형밴 6%, 해치백 5%, 미니밴 3%, 쿠페 1%, 기타 밴형태 차량 1% 등을 기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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