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란서 자동차 #6] 원조 '차 없는 날' 파리 샹젤리제를 거닐다

  • 입력 2018.09.18 06:07
  • 수정 2018.09.18 15:57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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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오전. 파리 도심을 메우던 자동차 행렬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고 도로는 자전거와 킥보드, 스케이트보드 등 온갖 개인용 탈것으로 넘쳐났다. 파리 최대 관광 명소 에펠 탑 인근과 루브르 박물관 앞 도로는 자동차를 대신한 자전거 행렬이 펼쳐졌다. 파리의 상징 에투알 개선문을 중심으로 원형 교차로를 돌던 자동차도 사라졌다.

콩코드르 광장의 룩소르 오벨리스크까지 이어진 샹젤리제 거리는 도로로 쏟아져 나온 관광객들로 넘쳐나고 센강을 중심으로 한 좌우측 도로는 낮 최고 기온 28도의 화창한 주말 날씨를 즐기러 나온 인파로 뒤섞였다. 신호등이 변화를 멈추자 도로 위 사람들은 더욱 밝게 빛났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짜증 섞인 무표정은 사라지고 매캐한 공기와 도로 위 소음도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남은 것들은 도로를 거니는 사람들의 환한 웃음 뿐.  

1997년 프랑스 서부의 항구도시 라로셸에서 시작된 '세계 차 없는 날'이 올해로 21번째를 맞았다. 지난 16일 파리 도심은 버스와 택시 등 일부 대중교통을 제외하면 실제로 움직이는 승용차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도심으로 진입하려는 차량들은 관공서 직원들과 경찰들의 임시 바리케이트에서 방향을 돌렸고 승용차가 사라진 도로는 자전거와 사람이 넘쳐났다. 흔히 볼 수 없던 광경을 마주한 사람들은 휴대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기 분주했다.

세계 차 없는 날은 1년 중 단 하루라도 승용차를 이용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대중교통, 긴급차량, 합당한 이유로 도심 진입이 허가된 승용차를 제외하면 자동차 운행이 전면 중지된다. 이를 통해 대기오염과 소음, 차량정체 등으로 인해 도시와 사람에게 미쳤던 악영향을 느껴 보자는 것. 차 없는 날 행사는 현재 전 세계 40여 국가에서 2500개 도시로 확산 중이다. 한국 역시 지난 2001년 수도 서울에서 해마다 시행 중에 있으며 이를 계기로 승용차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소음, 교통 체증 등의 문제를 받아들이고 이와 관련된 논의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파리의 차 없는 날 행사가 진행되던 지난 일요일, 도로에서 만난 한 시청 공무원을 통해 행사와 관련된 파리 시의 입장을 엿볼 수 있었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전단지에는 'LA RUE EST ANOUS!(도로는 우리의 것)' 문구와 함께 9월 16일 일요일에 행사가 진행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배경 사진으로 자동차가 사라진 도로 위 자전거와 도보를 이동 중인 사람들이 담겨 한 눈에 행사의 개요를 담았다.

파리 시청의 주도로 이뤄지는 차 없는 날 행사는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담당하는 파리교통공사를 비롯해 경찰청과 '유니스시떼(uniscite)' 라는 시민 단체의 협력을 통해 진행된다. 파리 시 전체에서 이뤄지는 차 없는 날 행사는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를 위반하고 도로에서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벌금 등이 부과된다.

이날 배포된 홍보 전단을 통해 파리의 향후 도로교통 청사진 또한 살펴볼 수 있었다. 이들은 2020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1000km 확장하는 등 에너지 효율적 교통수단의 확산을 예정했다. 늘어나는 자전거 길과는 반대로 도심 주차공간은 현재보다 절반 가까이 줄여 승용차 이용객이 스스로 차량 이용을 줄일 수 있는 방편을 모색했다. 또한 도심 녹지 공간은 130헥타르로 늘려 대기질 정화와 도심 삶의 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파리 시는 지난해 차 없는 날 행사를 통해 대기 중 오염물질이 최대 25%까지 감소됐다고 밝혔다.

차 없는 날 행사가 일부 시민과 사회단체 등에서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자 유럽연합 일부 국가에선 해당 행사를 1년에 하루가 아닌 일주일 이상으로 늘려간다는 계획 또한 펼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행사가 펼쳐지는 주간에는 거리 축제, 문화 행사, 보행자를 위한 거리, 영화 상영, 음악회 등의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통해 시민 참여를 더욱 적극적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한편 최근 심각한 대기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파리는 올림픽이 개최되는 2024년까지 모든 디젤차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프랑스 정부는 2040년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내연기관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할 예정이라고 밝혀 승용차로 인한 대기오염과 차량정체에 따른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해 보다 심각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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