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있고 알고도 모른 척'하는 자동차 급발진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09.16 07:27
  • 수정 2018.09.16 07:31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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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급발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980년 초부터 전자제어장치가 사용되기 시작한 자동차에서 발생하기 시작한 문제다.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전자제어장치의 이상 작동은 이미 미국에서도 확인이 됐다.

급발진 현상은 가솔린 엔진에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전체 발생 건수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전체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중 약 80%는 운전자의 실수로 추정되고 있다. 나머지 20% 정도가 급발진 사고로 의심되며 사고를 당한 운전자는 영원히 운전을 못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원인과 책임을 운전자가 모두 뒤집어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관련 사고에서 승소한 경우가 전혀 없다. 급발진 사고 원인을 운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 때문이다. 따라서 승소는 아예 불가능하다.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급발진 사고는 재연할 수가 없고 흔적도 남지 않아 이길 수 있는 확률은 0%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은 운행기록계를, 승용차 등은 사고기록장치인 EDR를 확인하고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EDR 은 메이커가 자사 차량의 에어백이 터지는 전개 과정을 보기 위해 ECU에 넣은 소프트웨어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기록도 되지 않고 주로 자동차 엔진 등의 관련 기록만이 남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고기록장치가 아니다. 그래서 이 장치는 메이커의 면죄부로 불린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아무 쓸모가 없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운행기록계와 함께 운전자를 옥죄는 기록 중의 하나가 바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브레이크 기록 신호다. 

‘0’이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는 뜻이고 ‘1’ 나오면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뜻이다. 이를 근거로 메이커는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기록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보면 심각하게 편향된 것이다. 전자제어장치의 이상으로 추정되는 자동차 급발진 원인이라 할 수 있고 따라서 이 신호가 ‘0’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인지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기록에 대한 신뢰성이 문제가 되는 상황이고 결국 기록 자체도 운전자의 행위를 대변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브레이크의 신호 전달은 전자제어 방식으로 되어 있어서 자료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의심이 간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 신호가 출력됐거나 CCTV로 제동등이 확인되도 메이커는 가속페달과 동시에 밟았다거나 아니면 덜 밟았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따라서 브레이크 작동 신호의 유무는 앞으로 법정 등에서 참조만 하고 운전자의 실수라고 밀어 붙여서는 안된다. 도리어 운전자의 실수에 대한 실질적이고 신뢰성 있는 자료는 가속페달의 밟은 정도를 찾는 것이 더 정확한 자료가 된다. 미국은 우리와는 반대다.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재판과정에서 증명해야 하므로 결론이 도출되지 않아도 보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와는 정반대의 내용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다. 해결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자동차 결함에 대해 입증할 책임을 메이커가 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 실질적인 진실을 수면 위로 올리는 것이다. 2009년 후반부터 출고된 자동차는 모두가 OBD2 라고 하여 실시간적인 모든 정보가 진단 커넥터를 통하여 나온다. 

이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로거장치만 있어도 앞서 언급한 운전자의 실질적인 운전행태를 모두 볼 수 있다. 다른 정보는 제쳐두고라도 운전자의 가속페달을 실제로 밟았는지, 어느 정도 밟았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데이터. 현재 다마스, 라보라는 모델만 제외하고 모두 차량에 있는 최고의 디지털 데이터다.

앞서 언급한 EDR에 가속페달 정보를 넣는 방법도 좋을 것이고 필자의 연구회에서 개발 입증된 실질적인 수만 원대의 자동차 블랙박스를 탑재해도 될 것이다. 어느 방법 모두 쉽게 활용할 수 있고 국토교통부나 메이커가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책임소재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 입법부도 겉으로 도는 얘기보다는 소비자의 눈으로 국민을 위하여 제도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일부러 외면하거나 모르는 척하는 부분이 많다. 자동차 관련 소비자단체도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 현재 자동차 급발진 문제로 고통받는 관련 모임의 회원이 1000명이 넘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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