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포터와 봉고' 유아독존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

  • 입력 2018.09.11 12:00
  • 수정 2018.09.11 13:5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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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등록된 1t 미만 화물차는 카고와 밴을 합쳐 220만대 정도 된다(국토부 자동차 등록통계 2018년 7월 기준). 1t 미만 화물차의 연간 수요는 약 5만 대 수준, 이 가운데 약 99%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식하고 있다.

현대차 포터의 올해 8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6만3000대, 단일 모델로는 그랜저(7만599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봉고도 4만여 대가 팔여 카니발(5만1754대), 쏘렌토(4만653대) 다음으로 기아차 가운데 많이 팔린다.

포터와 봉고는 이름만 다를 뿐, 굳이 꼽자면 헤드램프와 같은 외관 디자인에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 파워트레인을 포함한 부품 대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쌍둥이 차다. 1t 미만 소형 상용차 시장을 현대차와 기아차가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독점에 따른 부작용은 컸다. 영세 사업자나 사업장 수요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가격과 사양에 맞춰 적합한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우선은 좁았다. 이러다 보니 제조사가 정하는 제품의 구성이나 가격이 일방적이어도 소비자는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인천 지역 용달 사업자인 양 모 씨는 "26년 전 부사관 전역 후 퇴직금으로 중고 포터인 용달차를 샀는데, 매번 차량 교체를 하면서 이거 뭔가 잘못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포터나 봉고가 아니면 선택할 차가 없어 뭘 따져보고 할 것이 없었다.

연식 변경을 이유로, 배기가스 규제에 맞춰서, 무슨 사양이 추가됐다면서 찔끔찔끔 가격이 올라도 대안이 없었다. 차량을 교체할 때가 되면 당연한 듯 지금까지 3대의 포터를 바꿔가며 용달 사업을 했단다.

수입차 브랜드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갖춘 상용차를 속속 들여 오면서 이런 판도가 바뀔 조짐을 보인다. 이탈리아 상용차 전문 브랜드 이베코가 지난 4일 선보인 뉴 데일리, 그리고 르노삼성이 10월 출시를 예고한 르노 마스터는 유럽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은 소형 상용차다.

카고 또는 탑을 씌우는 등의 한정된 개조에 그치는 포터나 봉고와 달리 뉴 데일리와 마스터 등 수입 상용차는 무한에 가까운 개조를 통해 다양한 용도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베코의 뉴데일리만 해도 강력한 하중 지지 구조를 갖춘 플랫폼을 바탕으로 어떤 용적과 용도에 맞춰 다양한 튜닝이 가능하다.

마스터 S(숏바디 모델)와 마스터 L(롱바디 모델)의 2가지 형태로 출시되는 르노 마스터도 상용차답지 않은 미려한 디자인에 풍부한 안전 및 편의 사양을 갖춰놨다.  수입차라는 한계 때문에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는 가격이 부담스럽다고 해도 고급 장비를 앞세운 서비스 경쟁이 한창인 화물 운송 시장에서 일정 수요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중국산 경상용차도 계속해서 추가 물량을 선적해 실어 나를 정도로 인기가 좋다. 반면에 국산 상용차의 해외 진출이나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포터와 봉고'가 뉴 데일리와 마스터의 직접 경쟁의 모델은 아니지만 할 시장을 독식해왔던 지배자의 인식을 버리고 가격이 다른 경쟁력을 내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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