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벤츠가 웃고 있을까, 토요타가 웃고 있을까

  • 입력 2018.08.31 11:27
  • 수정 2018.08.31 12: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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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시장은 오랜 기간 독일 브랜드가 지배했다. 초기인 1987년 벤츠 10대를 시작으로 독일 브랜드는 수입차 전체가 연간 판매 1만 대를 돌파한 1996년 2411대를 기록했고 2003년에는 전체 1만9481대 가운데 1만576대를 팔았다.

연간 판매량이 10만대를 돌파한 2011년에도 독일 브랜드는 6만6917대를 팔아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다. 2015년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위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해 팔린 수입차 23만3088대 가운데 독일 브랜드가 13만2236대나 됐다.

독일 브랜드 성장의 발판은 디젤차였다. 2005년 디젤 승용(세단)의 판매가 허용되기 시작한 이후, 2007년부터 폭스바겐과 푸조의 디젤 모델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2012년 마침내 BMW 520d가 7485대를 팔아 수입차 전체 1위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지금까지 연간 수입차 판매 1위 모델은 한 해도 빼지 않고 독일 브랜드의 디젤 모델이 독식을 했다. 비슷한 기간,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의 경쟁도 치열했다. 2000년 이후 단 한 번도 연간 판매 1위 자리를 꿰차지 못한 벤츠는 2016년 8000여 대의 격차로 선두에 올랐다. 지난해와 올해 격차는 더 벌어졌다.

가뜩이나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BMW 사태로 인해 벤츠의 1위 자리가 더욱 확고해질 것이고 따라서 수입차 시장 전체 판도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면 벤츠는 웃고 있을까. 30일 찾은 벤츠 전시장 관계자는 "변한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는 방문자가 늘어난 것도 아니란다.

그러면서도 "수입차 하면 독일, 독일 하면 디젤차라는 시장의 공식 때문에 BMW 디젤차의 화재는 벤츠에도 악재이고 따라서 좋을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관계자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디젤차에 대한 저항이 더 심화할 것이고 따라서 디젤 라인업 의존도가 높은 독일 브랜드 전체가 타격을 받지 않을까 내심 걱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유럽의 여러 나라가 강력하게 규제하고 중국과 미국은 물론 인도와 브라질 같은 신흥경제국까지 터부시하는 디젤차를 맘 놓고 팔아왔던 시장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의 편법과 BMW의 화재를 겪으면서 한국 소비자의 디젤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고 있고 따라서 독일 브랜드 전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그렇다면 디젤 라인업이 아예 없는 토요타는 웃고 있을까. 한국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브랜드 전체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같은 다양한 친환경 라인업을 갖고 있지만 이번 BMW 사태가 비싼 수리비, 불편한 서비스망과 같이 수입차 전체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7월 기준 독일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62%나 되는 기형적 구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디젤차의 위세가 당장 꺾일 것으로도 보이지는 않는다. 작은 틈새를 노린 미국과 일본 브랜드가 어떤 공세를 펼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수입차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인식이 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기회를 엿볼만한 볼보와 재규어 랜드로버 같은 비독일계 유럽 브랜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미국과 일본 브랜드도 웃지 않고 있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누구는 "수입차와 국산차는 따로 보는 인식이 강해서 좋은 일이든 나쁘 일이든, 수입차라는 틀 안에서 상황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웃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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