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 공청회에서 드러난 수입차의 민낯

  • 입력 2018.08.29 09:30
  • 수정 2018.09.04 11: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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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CEO가 또 국회로 갔다. 김효준 BMW 코리아 대표이사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공청회에 출석해 최근 연이어 발생한 차량 화재의 원인과 사태 해결 방안, 소비자 보상 대책 등을 묻는 의원의 질문에 답했다.

디젤 게이트 이후, 수입차 CEO의 국회 출석은 낯설지 않은 일이 됐다. 지난해에도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이 '녹' 사태로 국회에 불려 간 적이 있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이날 공청회에서도 의원의 송곳 질문이나 김효준 사장의 명쾌한 답변은 없었다.

그러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의 질문을 모두 종합해보면 양적 성장에 치우쳐온 수입차 시장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난다. 1987년 BMW와 볼보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개방된 수입차 시장은 지금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0대로 시장 점유율이 0.004%에 불과했던 수입차 판매는 2010년 10만대를 돌파했고 지난해 기준 연간 23만대를 팔아 15.2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고성장을 누린 셈이다.

업체가 지정한 수리업소(직영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거나 비품을 사용하면 보증수리를 거부하는 것이 대표적인 행태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BMW가 인증 부품을 사용하지 않거나 공식 서비스센터 이외의 업소에서 차량 수리를 했을 경우 보증 수리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나왔다.

BMW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도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막대한 정비 수입을 올리고 있다. 직영 업소나 지정 부품만 사용하도록 하면서 비싼 수리비 부담 때문에 제때 정비를 받지 못하는 차주가 있고 BMW 차량의 긴급 안전 진단이 늦어지고 있는 것도 진단 메뉴얼을 독점하고 있어서라고 지적됐다.

이날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단 돈 몇 만원, 1~2시간이면 EGR 밸브를 진단하고 클리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했다면 벌써 끝났을 일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부품 공유를 꺼리고 정비 매뉴얼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직영 업소로 유도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입차 수리비가 턱없이 비싸고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직영 업소만을 이용하도록 해서 소비자가 일상적인 점검과 정비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면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국산차 일부도 이런 규정을 들어 보증수리를 거부하고 있다. 

한 회사가 같은 공정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생산한 부품도 어떤 레벨을 붙이고 있느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고 사후 서비스를 차별하고 있다. 자동차는 일상적인 예방점검이 가장 중요하고 제 때 소모품을 교환해야 하고 문제가 보이면 바로 정비를 해야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직영업소를 찾아야만 하고 이 때문에 비용이나 시간이 부담돼 예방정비와 점검을 포기하거나 미룬다면 이는 소비자만 탓 할 수 없는 일이다. 해외 본사와의 종속관계가 문제가 불거졌을 때 관련 자료의 제출이나 협조가 미온적인 대처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 BMW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BMW는 BMW 코리아를 사태수습의 당사자로 보지 않는다"며 "따라서 강력한 조치를 요구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의 말에는 옮겨 적기 민망한 것들도 있었다. 최근 중국 신화통신의 인터뷰 기사를 오보라고 정정했지만 BMW 본사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럼에도 '한국을 호구로 보느냐'는 의원들의 이날 질타는 대부분 모순으로 보였다. 징벌적 손해배상, 기술 자료의 강제 제출 의무, 관계기관 간 협력, 결함을 은폐하거나 늑장 리콜 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규정으로 수입차뿐만 아니라 자동차 소비자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데도 이를 미루고 있는 당사자가 바로 국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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