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천' 가을에 더 어울리는 SUV 폭스바겐 티구안

  • 입력 2018.08.13 09: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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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도 피해가는 폭염이 가고 있다. 40도가 넘는 열탕의 기온을 경험한 덕분에 입추가 지나고 기세가 꺾인 30도 중반의 요즘 날씨는 견딜만하다. 가을이 오면 무더위로 저만큼 미뤄놓은 나들이가 많아질 전망이다. 무더위에 더 농익은 빛을 띠게 될 가을꽃, 단풍 나들이에 제격인 차종은 SUV다. 함께 할 차로 티구안을 추(秋)천한다.

폭스바겐의 저력을 보여준 티구안

무더위 못지않게 여름 수입차 시장을 달군 이슈는 BMW의 화재였다. 여기에 묻혔지만 5월부터 판매를 재개한 폭스바겐의 부활도 뜨거운 얘기 가운데 하나였다. 폭스바겐은 파사트와 티구안 2개의 모델로 5월 1839대, 7월 1627대를 팔아 벤츠, BMW에 이어 단박에 톱3 브랜드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티구안은 2016년 판매가 중단되기 이전까지 연간 1만 대 이상 팔린 모델이다.

7월 재판매가 시작되자마자 771대가 팔려 아우디 A6에 이어 가장 많이 팔린 차 2위로 뛰어올랐다. 2007년 출시된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누적 판매 대수 300만대를 돌파한 저력을 과시한 셈이다. 2년여간 숨을 죽였던 폭스바겐이 판매를 재개하면서 티구안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국내 시장의 높은 선호도를 믿었기 때문이다. 티구안의 어떤 매력이 이런 반전을 만들어 냈을까.

MQB 플랫폼의 완벽한 비율과 공간의 여유

완전히 바뀐 2세대 티구안은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MQB 플랫폼을 SUV 차종 최초로 적용해 덩치를 키우고 공간을 넓혔다. 차체의 길이가 4486mm로 1세대 대비 70mm, 전폭(1839mm)과 축간거리(2680mm)는 각각 30mm, 75mm 확장됐다.

그러면서 전고는 1654mm로 35mm나 낮췄다. 당연히 노면에 바싹 붙어 버티는 모양새가 좋아졌다. 낮은 전고는 서 있을 때 보다 공기 역학적으로 보면 달릴 때 더 유용하다. 여기에 과하지 않게 적당한 굵기로 적재적소에 사용된 크롬과, 직선이 강조된 라인이 더해져 간결하고 절제된 기품과 비율을 보여준다.

날렵한 보디라인과 적당하게 볼륨이 더해진 차체에는 고급스러운 기능도 풍부하다. 보석처럼 박혀있는 LED 주간전조등이 그렇고 멋스러운 알로이 휠에는 도난방지 휠 볼트가 더해졌다. 특히 후면부의 트윈 배기 파이프와 함께 마무리된 후면부의 빈틈도 보이지않는다. 프레스티지 4모션(사륜구동)의 헤드램프는 코너를 돌 때 빛을 비추는 방향이 따라 돈다.

극도로 절제됐지만 알찬 사양으로 가득한 실내

실내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많지 않다. 예리하고 분명한 크롬 소재의 포인트 라인을 빼면 시각적으로 특별히 강조할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감춰진 것들을 끄집어내면 탄성이 나온다. 12.3인치 TFT 컬러 디스플레이의 클러스터에 담긴 기능부터 남다르다. 설정에 맞춰 스피드 미터와 태코미터의 가운데에 속도, 연비 등의 정보가 제공되고 구성도 바뀐다.

크고 작은 스피드 미터의 숫자, 여기에 냉각수 온도계와 주유 게이지까지 품고 있어 다소 복잡한 것이 흠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의 터치감, 그리고 터치에 반응하는 속도는 빠르고 정확하다. 무엇보다 아주 깊은 메뉴까지 한글화됐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차량 주변을 360도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동을 걸면 솟구쳐 오르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제공된다.

시동 버튼과 드라이브 모드 다이얼까지 배치된 센터 콘솔은 다소 복잡하고 혼란스럽다. 늘어난 축간거리 덕분에 실내 공간은 넉넉해졌다. 외부의 길이뿐만 아니라 실내 전장이 26mm 확장돼 2열 레그룸의 길이가 29mm나 길어졌다. 1열 시트를 여유 있게 밀어내도 2열 레그룸이 불편하지 않은 정도다. 트렁크의 용량은 기본 615ℓ, 2열 시트를 앞으로 밀어젖히면 1665ℓ까지 확장된다.

2열 시트는 러기지 룸에서 레버를 당겨 간단하게 조작할 수 있고 테일 게이트도 범퍼 아래에 발을 들이밀면 열리고 버튼을 누르면 닫힌다. 운전석과 동승석뿐만 아니라 2열의 온도를 따로 설정할 수 있는 공조장치도 무더위에 위력을 발휘했다.

시작은 미약하나 가속은 힘있게

티구안의 국내 판매 모델에는 2.0ℓ 직렬 4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가 장착됐다. 이 엔진의 최고 출력은 150ps(3500~4000rpm), 최대 토크는 34.7kg.m(1750~3000rpm). 엔진 제원이 가진 수치는 동급의 디젤 SUV와 큰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달릴 때의 맛이 다른 것은 7단 DSG와의 궁합 때문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이 바퀴까지 전달되는 과정이 유사한 동력계를 가진 경쟁 차보다 매끄럽고 즉각적이다.

페달의 반응이 만족스럽지 않은 순간은 출발할 때 나타난다. 그러나 엔진회전수를 4000rpm으로 상승시키고 한 차례 숨을 고르고 나면 여지없이 박진감을 보여준다. 엔진 사운드, 그런 진동을 받아들이는 차체의 흡수력도 뛰어나다. 정지해 있을 때, 다시 시동이 걸릴 때의 충격과 진동이 크기는 해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오토앤스탑 기능으로 정지 때 꺼진 시동은 가속 페달을 밟거나 운전대를 살짝 틀어줘도 걸린다. 고속이나 와인딩에서도 차체 흔들림을 최소화해주고 있다. 조향이 정확한 것도 인상적이다. 어떤 핸들링도 깔끔하게 이뤄지고 노면을 붙잡는 그립력 역시 뛰어나다. 독일 차들이 대부분 가진 특성이기지만 티구안은 골프보다 높은 전고를 갖고도 바닥에 달라붙는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배출가스는 선택적환원촉매로 알려진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로 관리한다. 뜨거운 열로 배기가스를 태우는 EGR보다 구조가 복잡하고 요소수를 첨가하는 번거로움이 따르지만 효과는 탁월하다. 티구안의 CO2 배출량은 146g/km, 평균 복합 연비는 13.1km/ℓ다.

첨단 안전 시스템도 풍부해졌다. 차선을 유지하고 이탈을 방지하며 정해진 속도로 달려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추돌 경고 시스템, 트랙픽 잼 어시스트, 보행자 모니터닝 등 다양한 안전 사양이 모든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트래픽 잼은 시속 60km 이내의 저속 주행에서 앞 차량과의 간격을 유지하는 장치다. 차량정체가 있는 구간에서 효율적이고 사이드미러 안쪽에 선명한 주황색 조명으로 표시되는 사각지대 감지 시스템의 식별성도 매우 뛰어나다.

<총평>

기본기 좋고 가격도 좋다. 엔트리 모델이 3860만 원부터 시작하니까 국산 준중형 SUV와의 가격 격차를 좁혀 놓은 것이 주효한 듯하다. 크게 흠잡을 것이 없는 반면에 크게 강조할 만한 특징이 없는 것도 티구안이다. 무난함에 감춰진 특별함이 티구안의 부활을 반기는 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휘발유 그리고 다양한 트림이 없다는 것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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