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레몬법, 징벌적 손해배상 없으면 정착 힘들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08.11 07:32
  • 수정 2018.08.11 07:36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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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레몬법이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미국 레몬법을 벤치마킹, 신차 하자 시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게 만든 최초의 법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법 시행으로 하자가 발생한 신차를 교환 받거나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이미 소비자법에 관련 조항을 갖고 있지만 메이커가 교환 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유명무실했다. 특히 운전자 또는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불가능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 입법 당시에도 무용론을 언급한 기억이 있다. 국토교통부도 이법 후속조치로 위원회 구성과 함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레몬법이 잘 시행되는 것은 우리와 달리 관련 제도와 연관 법이 소비자 중심으로 잘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우리는 소비자 보호법이 미약해 자칫 무늬만 레몬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원회가 법적인 판단을 하고 강제적인 권한까지 가진다고 했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중대하자와 일반하자를 누가 어떻게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인가도 애매하다.

엔진 시동 꺼짐 현상을 예로 들어 소비자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사항이지만 메이커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일반 현상으로 본다. 메이커의 전문적인 의견에 맞대응을 해 납득시킬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3만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자동차를 너무 쉽게 보는 것은 아닌 지 걱정스럽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자동차의 다양한 부분을 소화하고 있으나 상기한 부분은 쉽지 않고 칼로 물 베는 듯한 문제가 산재해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과 같은 바탕이 없는 문제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더욱 회의적인 부분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한국형 레몬법이 통용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부분을 선행되어야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우선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 시급하다.미국은 메이커가 은폐 등 문제 발생 시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천문학적인 벌금을 부과하는 관계로 경우에 따라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부과해 회사가 망할 정도로 큰 타격을 받는다.

우리는 끝까지 미루어도 쥐꼬리만한 벌금을 물면 된다. 최근 BMW 차량 화재도 이러한 정황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징벌적 배상제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책임 소재의 원인을 누가 밝혀야 하는 가도 중요하다. 

운전자 또는 소유자가 자동차의 결함을 밝혀야 하는 구조는 의료 사고의 잘잘못을 피해자가 밝혀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100% 패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의 경우는 완벽한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도 재판 과정 중에 메이커의 역할이 충실하지 않으면 보상을 받는다. 

자동차 메이커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한다. 국내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입증 책임을 메이커가 지도록 해야 한다. 이번 한국형 레몬법에는 6개월 안에 자동차 메이커의 책임을, 그 이상의 경우는 자동차 소유자의 입증책임을 묻도록 했지만 이 역시 애매하다.

셋째 제도적인 부분보다 소비자 중심의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우리는 리콜 관련 심각한 문제가 발생해도 하소연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없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최종적으로 판결이 나도 권고사항으로 끝나는 만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따라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기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같은 문제가 한두 건 발생하면 도로교통안정청(NHTSA) 또는 환경청(EPA) 등이 움직이는 만큼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넷째로 집단 소송제의 체계다. 미국과 달리 소송을 통한 보상 등이 소비자 중심으로 잘 되어 있으나 우리는 극히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 한국형 레몬법은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관리법에 관련법을 두고 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인 소비자 보호법과 역할과 부서가 달라서 혼동이 되거나 시너지를 못하는 만큼 소비자 보호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국소비자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핵심부서의 역할과의 연동성을 고려하면 책임부서의 한계도 있다. 따라서 조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매년 신차 문제로 교환 환불을 요구하는 공식적인 건수는 수백 건을 넘고 있으나 실제로 교환 환불은 4~5건에 머무르고 있다. 이 건수도 예전 광주에서 골프채로 수입차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한 경우도 포함한 경우이니 소비자가 문제가 있는 차를 교환이나 환불 받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이번 한국형 레몬법도 제기한 각종 한계를 극복하여 제대로 된 소비자 보호법으로 탄생하길 바란다. 우리는 아직 자동차 분야에서 후진적으로 미개한 법적 부분을 안고 있는 국가인 만큼 이번 법이 제대로 안착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의 역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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