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가 왜 공공의 적인가

  • 입력 2018.08.03 08:52
  • 수정 2018.08.03 12:18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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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에서 연이어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서만 28대의 차량에서 불이 났다. 화재의 원인을 놓고 이런 저런 얘기가 난무한다. 가연성 소재를 탓하는 얘기도 나왔지만, 정부는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을 지적하고 현재 리콜이 시행 중이다. 

리콜 대상 차종만 10만6317대, 연간 판매되는 수입차의 규모를 봤을 때 적지 않은 숫자다. 1995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BMW는 수입차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점유율은 25.58%, 벤츠에 이어 2위 브랜드로 성장한 만큼 앞으로 받을 영향이 작지는 않을 듯하다.

판매뿐 아니라 BMW는 수입차 최초의 대규모 종합물류센터를 세우고 국내 최초의 영종도 드라이빙 센터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미래재단 등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공헌을 펼쳐 수입차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칭송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연이은 화재를 이유로 수많은 미디어가 BMW를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고 있다. 화재 원인을 알고도 은폐해 왔다는 지적, 늑장 리콜, 불차, 공황장애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BMW를 파렴치한 기업으로 만들고 있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통계가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07년에서 2017년 사이 최근 10년간 발생한 자동차 화재는 4550건에 달한다. 이 불로 20명의 사망자와 12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통계로 보면 매일 1건 이상, 자동차 화재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자동차 화재는 여름이 시작되는 6월부터 9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했다. 2010년 1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에 발생한 차종별 화재발생현황에도 주목할 통계가 있다. 이 기간 화재가 가장 자주 발생한 모델은 현대차 스타렉스다. 728건으로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가 35.25대에 달했다.

현대차 포터는 2842건이나 됐다. 1만 대당 화재 발생 건수는 22.43건. 통계를 적용한 5년을 일자로 나눠보면 스타렉스는 3일에 1건, 포터는 0.77일에 1건꼴로 불이 났다. 연일 화재로 표현되는 BMW는 올해 7일에 한 대, 따라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망자나 부상자도 거의 나오지 않았다.

물론 전체 등록 대수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비율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러 통계로 봤을 때 BMW가 불자동차고 공공의 적이라면 포터와 스타렉스는 달리는 불구덩이고 만인의 적으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고 당장 멈춰 세워야 한다.

그러나 어떤 통계를 갖다 비교해도 BMW의 차량 화재가 일반적인 것들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런데도 BMW는 불자동차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이제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문제가 있거나 결함이 있다면 철저하게 살펴보고 고쳐야 한다.

이럼 점에서 국토부의 조사가 추가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의 주장대로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 쪽 전문가인 환경부와 협의해 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BMW 코리아가 지금까지 사례가 없었던 적극적인 조치를 내놓은 것도 평가를 받아야 한다.

42개 차종 10만6317대의 고객에게 긴급 안전 진단을 하고 전손 차량에 대한 보상과 함께 진단과 수리 기간 렌터카도 제공한다. 홈페이지에는 이례적으로 리콜 사실을 공지하고 대상 차량을 조회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잘하고도 욕먹는 일은 흔하다. BMW에 아쉬운 것은 최초 화재가 발생했을 때, 통상적인 것으로 치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화재 발생의 원인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는 해명이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었던 만큼, 차주가 안심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가 나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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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차량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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