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기가스를 늘려라, 자동차 제조사의 수상한 꼼수

  • 입력 2018.07.29 10:16
  • 수정 2018.07.29 10: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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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강화되는 환경 규제에 맞춰 이산화탄소 등 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자동차 업체가 수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최근 자동차 회사가 배출가스를 측정하면서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부풀리기 위해 각종 꼼수를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폭스바겐이 임의조작장치(defeat device)로 배출가스 오염도를 낮춘 디젤 게이트와 반대로 각종 꼼수를 동원해 배출량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 EU 집행위에 따르면 새로운 자동차들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측정할 때 변속 패턴을 조작하고 배터리로 더 많은 연료를 사용하도록 조작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늘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 정차 중 시동을 꺼 연료 사용량을 줄여주는 엔진 스톱 기능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측정치보다 더 높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시하고 공인 수치는 이보다 더 부풀려 표시하고 있다고 주장까지 나왔다.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 성능까지 손해를 보면서까지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 배출량 수치를 부풀리는 등, 이해하기 힘든 변칙을 쓰고 있는 이유가 황당하다. EU는 오는 2025년까지 2021년 대비 15%, 2030년에는 2021년 대비 30%로 배출 가스를 감축하는 목표를 정해놨다.

2021년 배출량을 100으로 봤을 때, 2025년 85, 2030년에는 70으로 낮춰야 하는 것. 따라서 기준점이 높아질수록 EU가 목표로 하고 있는 규제치 접근이 어렵고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고 본 자동차 업체들이 현재 시점의 수치를 가능한 높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EU의 배기가스 규제는 판매 차량의 중량과 크기, 생산과 판매량 등을 토대로 평균 배출량을 산출, 이를 기준으로 회사별 저감 목표가 각각 따로 적용된다. 이 때문에 기준 시점의 평균 배출량을 최대한 낮춰 비용을 줄이려는 업체들이 꼼수까지 써가며 '오염 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오염물질의 배출량을 부풀리고 있다는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파장이 클 전망이다. 환경 전문가는 "이런 행태는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 개발과 보급 속도를 늦추게 만들 뿐만 아니라 환경을 개선하려는 지구 전체의 노력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한편 EU 집행위는 "자동차 회사들은 저감 목표에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변칙적인 방법의 유혹을 받고 있다"며 "위원회는 새로운 편법이 새로운 디젤 게이트로 확산할 수 있다고 보고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이런 관행을 끝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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