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의 비상식적 꼼수와 정부의 비상식적 환경정책

  • 입력 2018.07.26 08:59
  • 수정 2018.07.26 09: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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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코리아가 소형 세단 A3(휘발유)를 국산 준중형 세단 가격에 팔겠다는 사실이 온라인을 달구고 있다. 3000대라는 한정 물량이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수입차를 2000만 원대에 살 기회가 어디 흔한가.

아우디 코리아가 상식적이지 않은 가격에 할인 판매하는 이유는 대기환경보전법으로 규정한 저공해 자동차 보급 의무 비율을 따르기 위해서다. 연간 4500대 이상의 자동차를 판매하면 9.5% 이상의 비율로 저공해 차를 팔도록 의무화한 법이다.

위반하면 5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저공해 차 의무 비율을 맞춰야 하는 아우디 코리아는 유일한 인증 차종인 A3(3종)로 이 규정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디젤 게이트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고 파격 할인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저공해 차 3종으로 분류되는 아우디 A3는 전기차와 같은 1종,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2종과는 차이가 있지만, 지역에 따라 공영 주차장 요금과 혼잡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늘리겠다며 도입한 정부의 저공해 차 인증 기준이 황당하다.  

유종을 가리지 않고 오염물질 배출량이 일반 자동차 대비 약 75% 수준이면 '저공해 차'가 된다. 일반 자동차 배출가스 대기오염 물질 배출량이 총 중량 1305kg 기준 탄화수소와 질소산화물이 0.100kg/km라면 3종 저공해 차는 0.075kg/km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아우디 A3의 제원을 보면 저공해 차라는 말이 더 무색해진다.

표시연비는 4등급인 11.5km/ℓ, CO₂ 배출량은 146g/km으로 일반적인 모델과 별 차이가 없다. 어떤 모델과 비교해 배출량이 많은데 3종이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 환경부의 저공해 차 인증 기준에 따르면 지금 생산돼 판매되는 차량 대부분이 해당되기 때문이다.

수도권 법에 의한 저공해자동차 인증 모델을 보면 경유를 사용하는 타타대우의 2008년식 초대형 화물차도 3종으로 분류돼 있다. 2017년 10월 기준 저공해 차 인증을 받은 1종, 2종, 3종 차량은 300개가 넘는다.

CO2 배출량이 0.051g/km(휘발유)인 2016년식 현대차 그랜저(2.4 GDI)와 0.186g/km(디젤)을 배출하는 2010년식 i30의 저공해 등급도 3종으로 같다. 저공해 차 인증과 등급의 기준으로 삼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실험실에서 이뤄진 자기 인증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동급의 휘발유 엔진을 올린 모델보다 오염물질 배출량이 현저하게 많은데도 아우디 A3가 저공해차량을 인증을 받고 비상식적 할인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비상식적 규정이었던 셈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아니면 최소한 하이브리드카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와 같이 실질적으로 오염물질 배출량을 낮출 수 있는 차량만이 저공해 차의 특혜를 보는 것이 맞다.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웬만하면 저공해 차 인증을 받고 그 차로 의무 비율을 맞출 수 있다면 '꼼수'를 용인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저공해 차 보급 의무 제도로 친환경 차량의 보급을 늘리려고 했다면 아우디 A3와 같이 수치를 얘기하기 무안한, 또 수백 개나 되는 3종으로 비율을 맞춰 면피를 할 수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저공해 차가 이름값을 하도록 했다면 벤츠가 전기차 브랜드 EQ를 들여오고 BMW가 i시리즈로 구색을 갖추듯 아우디도 휘발유 세단을 헐값에 파는 꼼수를 부리기 이전에 같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독일 브랜드가 디젤 스캔들을 일으키고도, 배출가스 서류를 조작하고도 솜 방망이 처벌을 받고 보상에 그치는 것도 허술하고 비상식적인 '법'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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