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차 이거 지프 맞아? 컴패스가 달라졌다

  • 입력 2018.07.20 06:40
  • 수정 2018.09.17 17:08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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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수입 브랜드의 명망 있는 모델이 팔리는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미국 메이커는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스케일이 크고, 선이 굵은 호전적 스타일에 오래 달리는 끈기도 갖추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판매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거친 마감, 세련미가 부족한 데다 정숙성을 차량의 가치로 판단하는 우리 시장의 특성에 맞지 않았다. 피아트와 크라이슬러, 알파 로메오, 마세라티, 램, 닷지 그리고 익히 알고 있는 지프 브랜드까지 거느리고 있는 FCA 그룹의 지프 컴패스 풀 체인지가 17일 국내 출시됐다.

무려 10년 만에 겉과 안을 모두 바꿨지만 파워 트레인은 그대로다. 대신 안전 사양과 편의 기능이 대폭 추가됐고 승차감과 주행 안정감에서 놀라운 진보를 이뤄냈다. 이 차가 미국산, 지프가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200대 한정이지만 사양 기준 싼타페보다 낮은 공격적인 가격 정책도 내놨다.

지프만 가진 세븐 슬롯 그릴

글로스 블랙 바탕에 7개로 분리된 라디에이터 그릴, 램프의 하단에 굴곡을 주는 독특한 실루엣이 올 뉴 컴패스에도 사용했다. 그릴 부와 인테이크 홀의 영역이 범퍼로 나뉘어 있고 시그니처 LED 라인에 주간주행등이 포함된 바이제논 HID 헤드램프가 고급스럽다.

측면은 휠 사이즈(17인치)가 왜소해 보일 정도로 휠 아치와 숄더 라인, 펜더에 풍부한 볼륨이 사용됐다. 윈도 몰딩을 크롬으로 하고 리미티드와 론지튜드에 각각 실버 사이드 루프 레일과 블랙 루프, 블랙 사이드 루프 레일이 견고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측면의 느낌을 준다.

전장(4400mm)이 현대차 투싼(4475mm)보다 짧지만, 전폭(1820mm)이 넓어 스탠스에서 보이는 안정감은 더 뛰어나다. 반면 축거(2636mm)의 열세가 실내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시트 하부의 옆면에 있는 조절 버튼들을 만지기가 불편하고 2열의 레그룸에도 여유는 없다.

각을 좀 눕혀야, 아쉬움이 남는 실내

클러스터, 센터 모니터와 페시아의 메인 조명 컬러는 모두 블루. 시트며 인스트루먼트 패널, 도어의 안쪽은 모두 블랙이다. 조금 깊은 맛이 느껴지는 건 단조로운 컬러에 자연스럽게 집중을 하게 돼서인지도 모르겠다. 엠비언트 LED 인테리어 라이팅 같은 사치품, 두툼한 스티어링 휠의 그립감도 마음에 든다.

터치스크린은 트림에 따라 사이즈가 다르지만, 기본 기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 카플레이 등 커넥티비티 기능을 비롯해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다. 메뉴는 한글과 영문이 뒤섞여 있다. 모니터 하단의 메인 메뉴는 영문, 서브 메뉴는 한글인 식이다.

센터패시아는 각도를 눕혀 놨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직각에 가까워 조작이 불편하다. 바로 아래 콘솔에는 드라이브 모드와 USB 포트, 파워 아웃렛이 큼직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기기를 넣을 수 있는 앞 좌석 발밑 공간의 메시 사이드 포켓 등 여러 수납공간은 마음에 든다.

공간은 평범한 수준이다. 숄더룸 그리고 양옆의 시트 조절 버튼에 손을 대려면 좁게 느껴진다. 2열의 60:40, 40:20:40으로 분할 폴딩이 가능해 짐을 싣는 공간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계단까지 정복, 어디든지 갈 수 있는 4x4

이름이 복잡한 2.4L I4 타이거샤크 멀티 에어 2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175마력(6400rpm), 최대 토크 23.4kg·m(3900rpm)의 힘을 발휘한다. 싱글 터보 2.0을 탑재한 싼타페보다 성능 수치가 낮지만 1640kg으로 중량을 줄이고 무게 중심을 낮춘 덕에 뉴 컴패스를 밀고 당기는 데는 부족하지 않은 제원이다.

무엇보다 엔진의 질감이 좋다. 일관성을 가진 부드러운 질감이 초반부터 고속 영역 대까지 이어진다. 속도가 오르면 상관없지만, 가속페달의 반응이 초반에 더딘 것은 흠이다.

미국 브랜드의 어떤 가솔린 SUV보다 엔진의 질감이 부드럽다. 따라서 주행 중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소리를 줄여주는 특별한 장치가 없는데도 풍절음이나 바닥 소음이 적절하게 차단돼 매우 조용하게 달린다.

지프는 "차체의 강성이 뛰어나고 견고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체형으로 제작된 상부의 차체 구조와 프레임으로 진동 소음을 잘 잡아놨고 70%나 사용된 고강도 스틸이 흔들림을 잡아주기 때문이란다. 지프의 자랑 독보적인 4x4시스템도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이런 브랜드마다 험로에서의 기동성을 과시하고는 있지만, 지프의 SUV는 아날로그에 가까운 우직한 기술로 인공 장애물을 극복했다. 무엇보다 직각에 가까운 계단 몇 개를 가볍게 타고 넘는 장애물 코스가 인상적이었다.

뒤축을 분리해 필요에 따라 구동력을 배분하는 컴패스의 4x4시스템은 평상시 2륜 모드를 유지하지만, 눈길, 모래, 진흙에서는 필요한 곳으로 구동력을 나눠준다.

후방 센서 주차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리미티드), 레인 브레이크 서포트 시스템(RBS), 어드밴스드 브레이크 시스템(ABS), 언덕 밀림 방지(HAS),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TCS)과 같은 첨단 안전 사양도 제공된다.

<총평>

200대 한정이기는 하지만 론지튜드 트림이 3680만 원이라는 점은 파격적이다. FCA 코리아가 이전 세대와의 격차를 줄여 가격 저항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2015년형 컴패스의 가격은 3580만 원이었다. 파블로 로쏘 사장은 "콤팩트 SUV 시장"을 강조한 것처럼 국내 시장의 경쟁은 치열하다. 컴패스의 새로운 세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지금까지 경험한 미국 브랜드의 어떤 차종보다 한국적 감성에 잘 맞춰진 상품성 때문이다. 매우 정숙하고 무난한 가속력을 갖고 있다. 가격도 좋다. 이만하면 지프의 핵심 라인업 그 위치에 걸맞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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