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동력, 현대차만 안 되는 카셰어링ㆍ중고차 사업

  • 입력 2018.07.18 09:51
  • 수정 2018.07.18 10: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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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가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체인 그랩(Grab)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천문학적 투자는 자동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분야를 핵심 사업 분야로 전환하려는 토요타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다임러와 BMW는 지난 3월 카2고(Car2Go), 드라이브나우, 무벨, 마이택시 등 각 사의 차량공유·택시호출 서비스를 통합해 합작사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전기차 차량 공유 서비스 브랜드 위(WE)를 론칭했고 GM도 메이븐이라는 공유 차량 브랜드가 있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끄는 브랜드가 앞다퉈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개인 소유로 구매하는 수요가 줄고 공유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이 확산한다는 위기감, 또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모빌리티 영역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완성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매장이나 하이마트에서 전기차나 퍼스널 모빌리티가 팔리는, 자동차를 전자제품으로 인식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소유의 자동차로 한정된 이동의 개념이 퍼스널 모빌리티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확장되고 어디서든 쉽게, 필요할 때 사용이 가능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대의 변화는 지금까지 전통적인 제조, 유통, 판매 방식에 의존해 그들끼리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됐던 자동차 업체가 공유 시장을 선점한 구글과 애플, 우버 등 거대 기업 그리고 스타트업 등 수많은 적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만들었다.

주요 시장 분석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공유 차량 시장 규모는 2030년 2500만 달러(약 282조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토요타가 투자한 그랩, 호주 카 넥스트도어 등과 협력하고 있고 카 헤일링, 카셰어링, 카 풀과 같은 다양한 분야도 진출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다르다. 현대캐피탈, 글로비스 등 계열사가 공유 차량 사업에 직간접으로 관여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직접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 골목상권 침해 등 대기업 정서에 막혀서다. 지난해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에 50억 원을 투자했지만 '택시업계를 고사 시킨다'는 반발에 결국 무산 됐던 일도 있다.

새로운 차량 공유 서비스로 주목을 받았던 카 헤일링도 같은 처지다. 미래 신성장산업으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앞다퉈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국내 기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영세 사업자인 택시의 업종을 침해하려 한다는 고질적 인식으로 사업을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의 한 임원은 "국내 카셰어링 업체가 경쟁적으로 수입차를 앞세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접근하기 어려운 수입차를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렌터카나 카셰어링 사업자나 이용자가 모두 선호하면서 수입 브랜드 위주로 공유 시장이 짜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증 중고차 시장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메르세데스 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지만 '중고차 매매 사업자'의 반발로 현대차는 시장 진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임원은 "규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 기득권자의 반발과 이를 빌미로 정책적 규제가 엄격해지는 것"이라도 말했다.

현대차가 아니어도 카셰어링 시장은 무섭게 확장되고 있다. 수입 브랜드의 인증 중고차 거래 규모도 최근 3년 동안 7배 이상 증가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금의 공유 시장 성장세를 보면 현대차만 막는다고 택시 업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믿어서는 안된다.

중고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는데 현대차만 대기업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과 기득권 그리고 정서의 벽에 막혀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경쟁사가 미래 핵심 사업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가 뒤처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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