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42조의 놀라운 반전

  • 입력 2018.07.16 12:36
  • 수정 2018.07.16 16:0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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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really)!'라며 놀랐을 것이 분명하다. 한국의 현대차 노조가 "25%의 관세로 수출이 막히면 우리가 아닌 당신네 공장이 먼저 멈춘다"고 으름장을 놨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2일 발표한 자료에서 "세계 경제의 불황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하면 해외 공장을 우선 폐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 단체협약 제42조(해외 현지 공장) 8항은 정말로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계속되어 공장폐쇄가 불가피할 경우 해외공장의 우선 폐쇄를 원칙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고 더는 판매가 어려운 지경이 되면, 수출길이 막히는 국내 공장보다 팔 여력이 충분한 앨라배마 공장을 먼저 폐쇄하고 2만여 명의 현지 노동자가 해고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얘기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미국 공장을 폐쇄하고 우리 노동자를 모두 해고하겠다니.

트럼프의 계산은 이렇다. 수입차 관세를 높이면 현대차고 뭐고 미국 내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를 늘리고 고용도 늘릴 것이라는 상식적인 생각과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그것도 현대차는 그나마 가격 경쟁력이 보장되는 미국 현지 공장부터 문을 닫아 버린다니 이거야말로 엄청난 반전이다. 현대차 노조는 무역분쟁이 본격화되면 그 이전에 33만대의 대미 수출 감소와 많게는 600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협력업체 직원 2~3만 명의 일자리도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미·중 간 무역 분쟁이 얼마나 확산할지 아직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지만,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 42조는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현대차가 미국과 브라질, 터키, 체코, 러시아, 인도와 중국 등에 현지 공장을 세운 이유는 시장 상황과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같은 일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대수가 국내 능력을 넘어선 것도 오래전 일이다. 그런데도 단체협약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해외 생산 기지가 무용지물이 되고 효력을 전혀 거두지 못하게 하는 족쇠가 됐다.

현대차의 미국 생산 거점이 위력을 발휘해야 할 때지만, 국내 생산 차량의 미국 수출이 막히게 되면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관세 폭탄으로 5000명의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노조의 계산은 오답으로 보인다. 연간 37만대를 생산하는 앨라배마 공장이 문을 닫고 대미 수출이 관세로 막히게 되면 국내 생산 차량은 30만 대의 거대 시장을 잃게 된다.

현대차 노사의 단체협약 42조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부과 정책을 재고하도록 하는 데는 확실한 도움이 될듯하다. 어쩌면 이를 믿고 현대차 노조가 7년 연속 파업을 벌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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