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부품값 폭리...美 소비자 뿔났다

  • 입력 2012.06.04 06:3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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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4900원이면 살 수 있는 범퍼 몰딩이 미국에서는 4만8000원이나 된다. 현대차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현대모비스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의 부품을 국내보다 최고 10배나 비싸게 팔고 있어 현지 교포사회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다이아몬드바에서 현대차 전문 튜닝사업을 하고 있는 권 모씨에 따르면(49세) "미국에서 판매되고 현대차 모델의 부품가격이 너무 비싸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년 10만 마일 등 파격적인 워런티와 높은 경제성으로 현대차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부품가격을원산지인 한국보다 터무니없이 비싸게 받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에 운전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비싼 부품가격에 미국 소비자들이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이러한 불만이 언젠가는 현대차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토헤럴드가 제네시스 쿠페 모델을 기준으로 국내와 미국 판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권 씨의 주장은 상당 부분 사실로 파악됐다.

제네시스 쿠페 앞 범퍼의 경우 국내에서는 9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지만 미국 현지 가격은 36만원(308불)이나 된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 부품의 가격 차이가 무려 4배나 되고 있다.

국내에서 4900원인 앞 범퍼 몰딩은 10배에 달하는 4만8000원, 7만9000원인 안개등은 35만3000원이나 받고 있다. 쏘나타와 아반떼, 그랜저 등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볼륨 모델들 대부분의 사정도 비슷하다.

수입차 업체가 비싼값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우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유통 체계가 국내와 다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대리점을 통해 정비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의 단순체계와 달리 미국에서는 현대모비스가 공급한 부품이 미 현지법인과 디스트리뷰터(배급업체), 부품대리점을 거쳐 정비공장에 공급되는 복잡한 체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각 단계별 적정 마진을 고려하면 어쩔 수 없다는 논리다.

또한, 현대모비스 미국 법인이 디스트리뷰터에 공급하고 나면 그 다음 유통 과정에 어느 수준의 마진 또는 가격으로 결정되는지를 통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는 우리로 보면 도매업자들한테 공급되는 가격은 정상적이지만 최종 소매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전적으로 해당 유통업자들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부품 유통체계보다 한 두 단계의 과정과 물류비를 감안한다고 해도 최고 10배 이상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이해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권 씨의 지적이다. 현대차 부품가격이 비싼 이유는 현대모비스의 최초 공급 가격이 워낙 높기 때문이며 중간 유통 단계에서의 마진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에서 현대차를 수리하고 있는 상당수의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듣고 있다"며 " 이 때문에 국내에서 직접 부품을 구입해 공급하는 대리업자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현대차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

비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수입된 부품으로 수리를 한 경우, 예상치 못한 차량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서비스에도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권 씨는 "정상적인 경로로 수리한 소비자가 나중에 한국보다 또는 직접 부품을 수입한 경우보다 몇 배의 비용을 더 내고 수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면 가만있겠냐"며 "한국에서 소비자나 개별 수입업자를 통한 부품 수입이 증가하면서 가격이 비교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고 결국 현대차가 부품장사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본사가 아닌 대리점 등이 개별적으로 해외 지역에 부품을 수출하는 행위를 철저하게 막고 있는 것도 가격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 상품이 해외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지적 받을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이는 국내시장의 전례와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브랜드 가치를 생각했을 때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또한 해외에서 엄청난 마진을 붙여 부품을 판매하면서 국내 협력업체들에게는 납품 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복잡한 유통체계를 고쳐서라도 부품값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차 업체에 가지고 있는 최대의 불만이 바로 터무니없이 비싼 부품 가격때문이라는 점을 현대차가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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