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 현대차, 바이두와 커넥티드카 개발 동맹

  • 입력 2018.07.10 12:12
  • 수정 2018.07.10 12:19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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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독자 기술 개발을 고집하며 순혈주의에 빠졌던 현대자동차그룹이 미래 자동차 시스템 개발을 위해 해외 유수의 기업들과 손을 잡는 사례가 점차 늘고있다. 앞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의 서비스 업체들과 협업을 했던 현대차는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전략적 협업을 맺는다.

10일 현대차는 현대기아차와 바이두는 지금까지의 협업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동맹을 결성하기 위해 베이징에 위치한 바이두 본사 사옥에서 '커넥티드 카 전략적 협업 양해각서(Strategic Cooperation Signing Ceremony On Intelligent Connectivity)'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바이두는 검색엔진, 인공지능, 음성인식, 커넥티비티 등 분야에서 중국 내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로, 최근에는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면서 사업 영역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2014년부터 바이두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스마트 기기에 대한 관심이 자동차 부문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바이두가 강력한 협업 파트너사가 됐다는 것은 단순히 미래차 개발 경쟁력에서 한 발 앞서간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중국 IT 기술의 중심에 서 있는 바이두와의 협업을 계기로 중국 소비자들에게 현대기아차의 위상을 확실히 인식시킬 수 있음은 물론 ICT 변혁을 주도하는 업체로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게 된 것.

이날 MOU 체결로 양사는 미래 자동차의 핵심기술 경쟁력인 지능화와 커넥티비티 트렌드에 대한 공동의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구체적 협업은 커넥티드 카 서비스, 음성인식 서비스, AI(인공지능) 로봇 개발, IoT(Internet of Things) 서비스 등 4대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양사는 우선 지도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각종 인터넷 포털 서비스 등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차량 내에서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자연어 인식 기반의 음성인식 서비스도 고도화해 가기로 했다. 바이두의 음성인식 은 중국어 방언의 성조 차이까지 완벽하게 구분해 낼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시끄러운 소음 하에서도 사람의 음성만을 추출해 내는 현대·기아차의 기술이 결합돼 말로 차량의 편의장치를 제어할 수 있는 다양한 음성인식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양사는 최근 ICT 업계 간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차량용 AI 로봇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샤오두(小度)로 이름 붙여진 이 인공지능 로봇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운전자와 차량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돕는다. 날씨, 뉴스, 일반 Q&A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와 개인 스케줄 관리 등이 가능하며 내비게이션, 공조시스템, 미디어, 도어 개폐 등 차량 내 주요 장치들을 음성 명령으로 제어할 수 있다. 또한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를 인식해 개인 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졸음운전, 운전 부주의 등을 인지해 경고하는 기능도 갖춘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와 바이두는 집에서 차량을 제어하는 홈투카(Home-to-Car)와 자동차 안에서 외부 생활공간을 제어하는 카투홈(Car-to-Home) 등 IoT 기술을 조기에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양사는 커넥티드 카 개발 협업의 선행 단계 결과물인 차량용 'AI 샤오두(小度) 로봇'을 이달 4일 중국 국제전람센터에서 개최된 '바이두 AI 개발자 대회'를 통해 최초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AI 샤오두 로봇'은 기아차 중국법인이 지난 4월 출시한 '신형 즈파오(국내명 : 스포티지)'에 탑재돼 전 세계 언론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차량 내부 대시보드 위에 별도로 장착되는 'AI 샤오두 로봇'은 스크린에 눈(目) 모양표시를 통해 기쁨, 애교, 난감함 등 감정을 표현해 가며 차량 탑승자와 의사소통 한다. 오늘의 주요 뉴스와 운전자 스케줄을 대화하듯 전달하기도 하고 영화표 예매 같은 명령도 척척 수행해 낸다. 특히 다양한 방식으로 탑승자와 교감하는 기술은 ‘AI 샤오두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외에도 운전자 안면 인식을 통한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 졸음운전 등 운전자 행동 경고 등 기존과는 차원이 다른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가 제공된다. 현대기아차 인포테인먼트개발실장 추교웅(秋敎雄) 이사는 “IT 기술이 자동차 산업과 결합하면서 고객분들께 더 큰 가치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커넥티드 카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바이두의 커넥티드카사업부 쑤탄(苏坦)총책임자는 “바이두는 차량 지능화 기술과 다양한 솔루션을 파트너사들에게 제공하면서 자동차 생태계를 주도해 왔다”며 “이번 현대·기아차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분들께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한 운행 환경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2015년 바이두와 공동 개발한 차량용 폰-커넥티비티 서비스인 '카라이프(CarLife)'를 중국 시장에 처음 탑재한 것을 시작으로 협업을 지속해 오고 있다. '카라이프'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 애플의 카플레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차량에 스마트폰을 연결해 내비게이션, 전화, 문자메시지, 음악 등을 차량의 모니터를 통해 운전자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어 양사는 2017년 통신형 내비게이션인 '바이두 맵오토(Baidu MapAuto)'와 대화형 음성인식 서비스 '두어(度秘)OS 오토(DuerOS Auto)'를 공동 개발해 중국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먼저 현대기아차에 탑재했다. '바이두 맵오토'는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기반으로 실시간 교통정보를 반영한 빠른 길 찾기를 비롯 빅데이터와 클라우드를 활용한 주차장, 맛집, 관광지 등 주변 정보, 그리고 교통법규 위반 다수 발생 지역 정보 등 다양하고 유용한 운전 정보를 제공한다.

'두어(度秘)OS 오토'는 음성인식을 통해 내비게이션, 공조장치, 미디어 등을 조정하거나 설정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양사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해 운전자가 도로를 바라보는 모습과 동일한 실제 도로 영상 위에 길안내를 표시해 주는 차세대 내비게이션 개발을 위해서도 공동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와 바이두 간 협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 분야로까지 확장됐다. 지난달 상하이에서 열린 CES 아시아에 참가한 현대차는 바이두의 자율주행 프로젝트인 '아폴로(Apollo)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두는 주요 자율주행 기술을 소프트웨어 플랫폼 형태로 파트너사에게 제공하고 파트너사의 자율주행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보완을 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체계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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