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그룹, 겹겹이 쌓인 최악의 상황에서 탈출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07.08 07:56
  • 수정 2018.07.08 08:0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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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가 피부로 느끼는 불황 정도가 매우 크다. 이 중 대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바로 자동차 산업이다. 수직 하청 구조의 협력사가 메이커당 약 5000개까지 관련돼 있어 차량 판매가 줄면 당장 어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조짐이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GM의 문제는 정부에서 자금 투입으로 결정되었으나 점유율이 반토막 났고 향후에도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어려운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더불어 군산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 경제는 초토화됐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대변하는 현대차 그룹도 심각하다. 최근 실적을 보면 곳곳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고비용 저생산, 저효율 구조는 정도를  넘어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임단협이 연말을 넘겨 올해 초 타결됐고 다시 올해 협상이 시작되면서 강성 노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년에 임단협 협상을 두 번이나 하는 우스운 꼴이 나타나고 있어서 선진국의 2~3년 임단협 협상과는 거리가 멀다. 울산을 대표하는 강성 노조의 움직임은 재투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돼 다시는 국내 자동차 산업 투자는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위탁형 자동차 공장 건립도 노조의 반발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해외 수입차 관세 25% 부과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더욱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미국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 분야는 우리와 일본, 독일 등 여러 국가에 걸쳐있지만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가 매우 강한 우리의 입장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하면 해결방법이 마땅치 않다.

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완성차의 미국 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고관세 부과는 미국 고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지만 얼마나 먹힐 것인지도 고민이다. 한미FTA 재협상의 서명과 더불어 한편으로는 국제적인 불평등 문제를 집중 부각하면서 아예 부과 대상에서 우리가 빠지는 전략을 집중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중국발 사드 문제로 인하여 반토막 난 중국 시장의 경우도 점차 판매율이 올라오고 있지만 이제는 그리 쉽게 올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독일차나 일본차의 경우 안전과 신뢰 등의 대표적인 명칭이 있으나 우리는 그냥 종합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강하다.

특히 지리자동자 등 전통적인 토종기업의 자동차 디자인 수준이나 각종 옵션 등 가성비를 비교하면 앞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도 고민이다. 예전과 같이 중국 시장에서 해외 합작 글로벌 메이커가 나눠먹던 시장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대중 브랜드인 만큼 토종 브랜드 대비 20~30% 고가의 단점을 극복하기 어렵고 도리어 한중FTA에서 빠진 자동차 분야를 포함시켜 승부를 보는 시기가 됐다는 판단도 해 본다. 현대차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분할 합병안에 대한 주주총회가 무기한 연기된 부분도 고민이 된다.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대처방법이 미흡한 상태에서 다시 추진하는 지배회사 방법을 더욱 정밀하게 다듬고 주주들을 설득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대비 현대글로비스의 맞교환 비율도 기존 0.61대 1에서 0.7 대 1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도 크다. 향후 지배회사 체제는 안정된 현대차 그룹의 운영 및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작점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확실하게 다뤄야 한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노사관계이다. 지금의 상태는 국내 투자가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중 브랜드의 입장에서 수익 구조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경영에 대한 운신의 폭도 줄고 있어서 앞으로 국내 생산의 활성화는 어려울 것이다. 무작정 우기는 노조와의 대화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노동자 프랜들리의 현 정부 노사정 위원회의 활성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해외 생산 비율 확대가 가시적으로 더욱 크게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현지 생산은 관세 문제나 물류비 및 현지에 맞는 신차종 투입 등 여려 면에서 훨씬 유리하여 대중 브랜드는 현지 생산,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는 자국 생산 중심이 되고 있다. 대중 브랜드인 현대차 그룹의 입장에서는 해외 현지 생산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국내 일자리의 비율은 줄어들고 국내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협상은 없고 우기기만 하고 노노갈등도 커지고 있고 운신의 폭이 없는 절벽으로 가는 상황이다. 여기에 통상 임금 문제도 진행 중이고 무엇보다 현대ㆍ기아차 모두 영업이익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문제도 고민거리다.

현 정부의 비협조적 움직임도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주 52시간 근무나 최저 임금 문제는 물론 법인세 인상, 법인 전기비 인상 등 기업 운영에 불리한 요소가 줄줄이 진행되거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는커녕 운영조차 어렵게 만드는 경착륙 요소가 커지고 있는 부분도 우려된다.

그룹은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문제를 슬기롭게 개척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우뚝 설수 있는 재도약의 기회를 꼭 마련하기를 바란다. 정부도 유념하여 그르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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