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이쿼녹스, 지금까지의 '미제(美製)'는 잊어라!

  • 입력 2018.06.19 11:46
  • 수정 2018.06.19 12: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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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자동차는 없다. 마음에 쏙 드는 뭘 하나 찾아도 생김새와 힘의 부조화, 아니면 형편없는 연비, 낚시 가방 하나 욱여넣기 힘든 트렁크, 사치스럽거나 혹은 싸구려 인테리어, 터무니없는 가격과 같이 단점 하나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 자동차다.

쉐보레 부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쿼녹스도 우직한 생김새와 그답지 않은 매끈한 인테리어를 갖고 있지만, 출시 전부터 비싼 가격과 낮은 배기량이 지적을 받았다. 그런데 사전 계약 첫날 200여 대의 실적을 거뒀고 이 추세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처음 들여온 이쿼녹스는 이미 소진됐고 추가 물량이 곧 들어올 예정이란다. 싼타페에 대적할 수치가 아니고 경쟁차를 딱히 지목하기에는 모호한 것이 있지만 현대차 투싼의 올해 월평균 판매량이 3000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괜찮은 성적이다.

지금까지의 '미제(美製)'는 잊어라!

북미산 수입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포드 익스플로러다. 매월 500대에서 600대, 폭스바겐 티구안에 이어서 인기가 가장 많다. 쉐보레가 이쿼녹스를 딱 짚은 것도 익스플로러에 대한 국내 시장의 반응이 고려된 것이다.

두 차가 경쟁 관계는 아니지만, 이쿼녹스는 그동안 익숙했던 미국산 자동차의 투박함을 싹 거둬냈다. 외관은 적당한 볼륨으로 모던함을 살렸고 적절한 부위에 크롬을 사용해 필요한 만큼의 고급스러움을 보탰다.

외관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프런트 엔드에서 A필러로 이어지는 라인, 세단과 유사한 각도를 갖고 루프라인으로 이어지면서 날렵한 감성을 드러낸다. 공중에 붕 뜬듯한 플루팅 루프는 보기에 장단점이 있지만 날카로운 엣지로 마무리된 D 필러, 하부 전체를 빙 둘러싼 블랙 사이드 스쿼드와 잘 어울린다. 보닛과 측면은 도드라지지 않은 캐릭터 라인을 사용해 시원하다.

세단의 감성을 살린 인테리어

실내는 말리부의 것과 분위기가 비슷하다. 같은 사람이 디자인한 덕분에 세단의 감성이 물씬하다. 인테리어 컬러는 블랙원톤과 브라운이 썩인 투톤 두 가지. 여성과 남성의 선호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센터패시아와 에어벤트, 버튼류의 배치, 스티어링 휠의 리모트 컨트롤, 클러스터까지 말리부와 같다. 사륜과 이륜 모델의 인테리어 차이는 콘솔 기어노브 상단에 배치된 AWD 버튼 정도다. 트렁크 도어의 열림 정도를 필요에 따라 다르게 하는 버튼도 보인다.

시트 포지션은 매우 높은 편이다. 스티어링 휠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폭도 크지 않아 자세를 잡기가 모호한 단점이 있다. 키 또는 평소 좋아하는 시트 포지션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시트의 착좌감은 여문 편이다. 2개의 메모리가 제공된다.

대신 공간은 뭐든 충분하다. 특히 2열 레그룸이 넉넉하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00ℓ나 확보되는 적재 용량도 마음에 든다. 2열 시트와 트렁크 도어는 버튼 하나로 부드럽게 젖혀지고 닫힌다.

실내의 구성, 비교적 꼼꼼한 마무리, 시인성이 좋고 심미안적인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기능으로 보면 다른 북미산 SUV와 전혀 다른 맛이 난다. 단, 클러스터와 센터 모니터를 볼 때마다 거슬리는 90년대 촌스러운 폰트는 당장 바꿔라.

역시 쉐보레, 딴딴하고 견고한 하체

"인장강도 1000MPa 이상의 기가 스틸 20%를 포함, 차체의 82% 이상에 고장력 및 초고장력 강판을 채택해 이전 세대 대비 180kg 가벼우면서도 22% 이상 높은 차체 강성".

여기에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더해졌으면 이쿼녹스의 차체가 주는 신뢰도는 굳이 따질 것도 없다. 문제는 뛰어난 각각의 구성품을 얼마나 조화롭게 연결했냐는 것.

왕복 80km 남짓, 충분한 거리의 시승이 아니었지만 견고한 하체가 주는 맛은 이전의 쉐보레 모델이 보여줬던 맞과 다르지 않다. 빠르게 차선을 바꾸고 자유로의 굽은 램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아도 일관되게 반듯한 자세를 유지한다.

필요하면 오프(Off)가 가능한 AWD(All Wheel Drive)도 매력적이다. 노면이나 주행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구동력을 배분해 주기 때문에 특히 코너에서 도로를 움켜쥐는 맛이 삼삼하다. 작동하고 하지 않고에 따라 차체의 거동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두 모드의 연비(이륜 13.3km/ℓ, 사륜 12.9km/ℓ)에 차이가 있지만, 안전 또는 안정적인 주행에 유리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 딴딴한 차체를 갖고 있지만 좋은 서스펜션에 적당한 감쇠력이 더해져 바운스가 뛰어난 것도 이쿼녹스의 장점이다.

과속방지턱과 같은 짧은 요철에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지만, 굴곡이 심한 도로의 노면은 부드럽게 타고 넘는다. 136마력의 최대출력과 32.6kg.m의 최대토크를 제공하는 1.6ℓ 에코텍(ECOTEC) 디젤 엔진은 무난한 힘을 갖고 있지만, 성능을 보여주는 세련미가 부족했다. 거슬릴 정도는 아니지만 터보렉이 느껴지고 RPM과 6단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이 가끔 엇박자를 낸다.

 투박한 엔진의 질감도 다듬어 낼 필요가 있다. 이쿼녹스에는 저속 자동 긴급 제동 시스템,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 후방 주차 보조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따위의 첨단 안전사양이 제공된다.

이쿼녹스의 경제성을 따져보자

엔트리 가격이 싼타페(2.0 디젤)보다 비싼 것은 이쿼녹스의 치명적 약점이다. 왜 비싸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왔고 한국GM 마케팅을 총괄하는 데일 설리번(Dale Sullivan) 부사장은 "기본 제공되는 사양 가치"를 강조했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주고 선택해야 하는 햅틱 시트와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 에어로 셔터가 적용된 프런트 그릴 등이 모두 기본 제공되기 때문에 싼타페의 중간 트림과 가격 비교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 비슷해지기는 한다. 이쿼녹스의 시작 가격은 2987만 원, 3095만 원짜리 싼타페 프리미엄 2WD가 이 가격에 근접한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구석이 있다. 100만 원 더 주고 싼타페를 선택할 사람이 더 많아 보여서다.

쉐보레는 배기량에 따른 절세(자동차세) 효과와 좋은 연비의 보유비 감소도 봐달라고 얘기한다. 이런 얘기가 먹힐지는 듣는 사람도 쉽게 자신을 하지 못하겠다. 엔트리 가격이 700만 원가량 낮은 투싼과 싼타페의 틈바구니에서 이쿼녹스가 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쿼녹스의 본질을 강조해야

쉐보레는 절박하다. 5년간 15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큰 폭의 할인, 쇠약해진 판매망 재건으로 부활의 고삐를 바싹 조이고 있다. 관건은 어떤 신차가 나오느냐 하는 것. 쉐보레는 홈페이지에서 견적만 뽑아봐도 푸짐한 경품을 주고 있다.

앞서 출시된 부분변경 스파크와 2016년 선보인 이쿼녹스가 포함돼 있고 앞으로 나올 수도 있는 트래버스에 콜로라도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 실망스럽지만 쉐보레의 라인업 확장은 분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기반이다.

그러나 이쿼녹스 그리고 면면이 드러난 단기 신차 대부분은 넘사벽 같은 경쟁 모델이 포진한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가격이든, 제품력이든 뭔가의 강력한 포인트가 없으면 과거 임팔라, 베리타스 등 실패한 전력의 신차(?)가 하나 더 쌓일 뿐이다.

이쿼녹스가 어떤 성과를 낼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자기만의 특징이 강한 이쿼녹스를 쉐보레 스스로 주눅이 들어 매번 무엇보다 싸고 무엇보다 사양이 좋고 하는 식의 수동적 대응으로 전개하는 마케팅으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쿼녹스에 자신감을 불어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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