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들기만 하는 '마그나', 현대차도 광주에 가야 한다.

  • 입력 2018.06.05 09:52
  • 수정 2018.06.05 10: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조가 발끈하고 나섰다. 광주시가 추진하는 자동차 조립공장에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고 참여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2018년 임투와 연계해 총력 반대 투쟁에 나서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시의 완성차 공장은 메이커의 주문에 맞춰 자동차를 위탁 생산하고 공급하는, 말 그대로 '자동차 공장'이다. 주문이 있으면 현대차는 물론 쌍용차 또는 글로벌 업체의 자동차도 생산해 공급할 수 있다.

고임금 구조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임금협상과 단체협상으로 고질적인 생산 차질이 매년 발생하는 완성차의 입장에서 공장이 멈추지 않고 '반값' 공급이 가능한 자동차 생산 공장은 가뭄 끝에 찾아 온 단비 같은 소식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위탁 생산으로 경영 부담을 덜어내는 것은 일반화된 방식이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계열 스코다 등 독일과 유럽 업체의 상당수는 오스트리아에 있는 마그나(Magna) 인터내셔널에 주력 차종의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BMW 5시리즈와 3시리즈, 미니 컨트리맨, 벤츠 G시리즈가 마그나에서 생산돼 전 세계로 공급되고 있다. 닛산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 토요타 수프라 그리고 공동 개발한 BMW 신형 Z4도 마그나가 위탁을 받아 생산 한다.

재규어의 E 페이스와 i 페이스도 마그나가 전량 생산한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에 있는 마그나의 공장(사진)은 규모로만 따지면 손에 꼽을 정도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브랜드의 차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마그나는 소형차부터 G클래스와 Z4와 같은 고성능 모델까지 아우르는 전천후 생산 능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마그나가 생산해 공급한 벤츠의 차량 대수만 250만대에 달한다. 오스트리아 그라츠 경제의 핵심이 된 마그나는 1962년 설립됐다. 

그라츠 공장을 중심으로 전 세계 28개국에서 300개 이상의 제조 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17만2000명의 직원이 완성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90여개의 핵심 부품과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첨단 부품까지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 1분기 11조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포르쉐, PSA, GM 등 글로벌 완성차 메이커도 마그나와 핀란드의 발멧(Valmet) 등에 자사의 모델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이렇게 위탁 생산  방식은 자동차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이 가능한 탄력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공장을 새로 짓는데 필요한 엄청난 비용도 필요 없다.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 구축에 보통 2~3년이 걸리지만 위탁 생산  방식은 2~3개월이면 충분하다. 고용에 따른 부담도 없고 수요에 맞춰 적정 물량을 조절할 수도 있다. 

따라서 노조가 반대할 일이 아니다. 현재의 시설 능력을 초과하는 물량을 위탁 생산 하기 때문에 일감이 줄어 들일도 없고 지금의 노조가 가진 권한으로 봤을 때 임금이 깎일 일도 없다.다만, 매년 악순환처럼 되풀이되는 파업의 약발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회사의 선택을 반대하는 명분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경쟁업체들이 엄청난 비용과 시간 부담을 덜고 원하는 모델을 시장에 단기간에 공급할 있는 방안으로 위탁 생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광주 자동차 생산 공장이 당장 필요한 이유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