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르노 '클리오' 가심비가 돋보인 해치백

  • 입력 2018.05.16 07:50
  • 수정 2018.05.16 08:5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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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 국내 시장에 출시한 소형차 '클리오(CLIO)'는 이른바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가 아닌 심리적 만족감이 우선되는 '가심(心)비'로 타는 차량이다. 지난 15일 강원도 강릉 일대에서 중고속 영역과 좌우측 깊은 코너가 포함된 약 63km를 달린 뒤 내린 결론이다.

사실, 기자 역시 실제 주행에 앞서 클리오의 스펙을 모니터에 띄우고는 국산 경쟁차와 비교하고 2,000만 원 초반대 구입 가능한 차량 목록을 검색하는 등 가성비에 치중한 정보 수집을 내린 뒤 혀를 끌끌 찼다. 이 경우 클리오는 차체 크기와 엔진 출력, 편의 및 안전 사양 등 국산 해치백 혹은 소형 세단과 비교해 무엇하나 눈에 띄는게 없는 차량이었다.

다만 클리오에 앞서 비슷한 형태로 국내 시장에 먼저 발을 딛은 초기 '캡쳐(CAPTUR, 국내명 QM3)'가 그러했듯 물 건너 온 르노의 차량들은 실제 주행에서 제원표 숫자 이상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이번 역시 그랬다.

더군다나 클리오는 앞서 캡쳐와 달리 르노삼성 '태풍의 눈' 엠블럼이 아닌 르노의 마름모꼴 '로장주(Losange)'를 고스란히 달고 출시되니 르노의 맛은 더하고 사실상 수입차로 간주해야 정확하겠다.

먼저 클리오의 차체는 글로벌 누적판매 1,300만대를 기록하며 '소형차의 정석'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군더더기 없는 몸집을 자랑한다. 전장, 전폭, 전고의 크기는 각각 4,060mm, 1,730mm, 1,450mm에 휠베이스 2,590mm로 유럽 B세그먼트에 적합한 사이즈를 지녔다. 단 국내 해치백 명맥을 잇는 현대차 i30 혹은 엑센트 5도어와 비교할 경우 클리오의 크기는 대략 i30와 엑센트 5도어의 중간 정도로 분류할 수 있겠다.

클리오의 외관은 르노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콘셉트카 '드지르(DeZir)'의 관능적 디자인을 고스란히 계승해 전반적으로 각이 지거나 과장된 요소가 없이도 고급스러우면서 날렵한 이미지를 보인다.

전면부 라디에이터그릴 중앙에는 다이아몬드를 닮은 르노의 대형 로장주 엠블럼을 시작으로 좌우측 헤드램프로 이어지는 부위에 포인트로 크롬 라인을 덧대 긴장감을 유지했다. 또 C자형 주간주행등이 대표하는 르노 브랜드의 정체성이 헤드램프의 형상을 통해 살짝 엿 보인다. 또 전면 하단에는 동급 차량에서 보기 드문 액티브 그릴 셔터가 적용된 부분도 눈에 띈다.

여기에 측면은 전형적 해치백 모습으로 완만하게 누운 A필러와 갑자기 훅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 등을 찾을 수 있다. 단 조금 특이한 부분이라면 동급 차량에선 보기 드물게 뒷문 도어 핸들의 경우 일반적 위치에서 C필러 쪽으로 이동시키고 여기에 눈에 띄지 않게 디자인해 문이 2개 뿐인 날렵한 쿠페를 연상시키는 모습이다.

개인적으로 클리오의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후면부로 역시 전면과 동일한 맥락의 C자형 테일램프를 비롯해 볼록하게 올라간 허리 라인, 깔끔하게 처리된 트렁크 라인 등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클리오의 심플하고 현대적 감각의 외관 디자인에 비해 실내는 조금 단출하다. 준중형과 중형에서 실내 패키징이 우수하다 평가되는 국산차에 비하면 어쩌면 더 초라해 보인다. 다만 실용성에 중점을 둔 유럽형 디자인의 적용으로 꼭 필요한 기능들이 곳곳에 배치된 느낌.

센터페시아 상단 7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서는 내비게이션은 물론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제공하고 여기에 '온카(oncar)' 스마트폰 풀 미러링 시스템을 사용하면 차량의 7인치 화면 안에서 스마트폰의 모든 앱을 구동할 수 있다. 또한 탑 뷰(Top view)를 볼 수 있는 주차보조 기능, 이지 파킹(EZ Parking) 역시 같은 화면에서 구동된다.

세미 버킷 타입의 1열 시트는 벨벳 소재로 구성되어 우수한 착좌감과 일체감을 제공한다. 2열 등받이의 경우 6:4 폴딩 기능을 제공해 상황에 따른 다양한 공간 연출 또한 가능하며 기본 300ℓ에 달하는 트렁크 공간은 2열을 모두 접었을 때 최대 1,146ℓ까지 확장된다.

다만 차급을 감안하더라도 보다 다양한 패키징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성이 부족하거나 실내 수납공간의 여유가 없는 부분은 아쉽다. 르노 클리오의 파워트레인은 1.5 dCi 엔진과 독일 게트락 6단 DCT가 맞물려 최대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을 발휘한다.

정부 공인 연비는 복합 17.7km/ℓ로 만족스럽다. 수치상 낮게 여겨지는 클리오의 출력과 토크는 실제 주행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1,750~2,500rpm에서 주로 발휘되어 예상 보다 훌륭하다. 여기에 공차 중량의 경우 1,235kg으로 중고속 영역까지 부족함 없는 가속성 또한 맛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좁고 굽이진 유럽의 길에서 시작돼 다듬어진 클리오의 날렵한 움직임은 강릉의 좌우로 깊게 꺾어진 코너에서 제실력을 발휘했다. 무엇보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이 실제보다 더 경쾌한 주행감을 느끼는데 맞춰진 느낌이다.

작은 차체에도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이전 캡쳐 보다 덜하고 고속도로에 올라서도 이 같은 느낌은 유지됐다. 다만 정차에서 출발 시 저단 변속에서 예상을 밑도는 더딘 반응과 조금 거칠게 몰아붙이다 보면 어김없이 핸들과 가속페달로 전달되는 진동은 개선의 여지를 보인다.

이날 총 1시간 30분, 약 63km를 강릉 경포대를 출발해 정동진, 옥계 일대를 시승한 뒤 클리오의 계기판 연비는 16.1km/ℓ를 기록했다. 확 트인 구간에서 풀악셀을 비롯해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높은 엔진회전수를 테스트하는 등 연비를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롯이 '펀 드라이빙'을 목표로 달린 결과다.

결국 타면 탈수록 RS에 대한 갈증은 더욱 깊어지겠다. 르노의 엠블럼을 달고 출시된 첫 번째 차 클리오의 국내 판매 가격은 사양에 따라 젠(ZEN)과 인텐스(INTENS) 트림으로 나뉘고 각각 1,990만 원, 2,32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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