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모터쇼 후담 '사라졌거나 그대로인 것들'

  • 입력 2018.04.27 13:16
  • 수정 2018.04.27 13: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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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러들도 놀랐답니다. '오토 차이나 2018(베이징 모터쇼)' 프레스 데이가 열린 지난 25일, 베이징 하늘이 전례 없이 맑고 푸르렀기 때문입니다. 모터쇼가 열리는 중국 신국제전람센터는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 인근에 있는데요.

수많은 비행기가 푸른 하늘, 하얀 구름을 가르며 뜨고 내리는 모습이 그림처럼 선명했습니다. 현대차 주재원은 "예전 4월에는 이런 날씨를 보기 힘들었다. 베이징 도심 주거지에서 갈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서 깨끗한 날이 많아졌다"고 하네요.

"미세먼지를 다 한국에 날려 보냈기 때문이 아니냐"는 농담이 오가기도 했지만 여러 차례 오가면서 경험하고 바라본 중국의 공기 그리고 하늘 가운데 이날 베이징은 가장 푸른 빛을 보여줬습니다. 별까지 보인 밤 풍경도 멋졌습니다.  

베이징의 하늘처럼 엄청난 인파와 짝퉁 차, 그리고 민망한 모델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중국 모터쇼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원조와 짝퉁의 경계가 모호한 정도의 노골적인 카피 모델이 우선은 사라졌습니다. 

격년제로 열리는 베이징 모터쇼의 2년 전 전시차 중에서도 카피한 것으로 충분히 의심되는 중국 독자 브랜드 모델을 제법 볼 수 있었고 지난해 열린 상하이 모터쇼는 르노 에스파냐, 아우디 A8, 벤츠 GLK,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 등의 짝퉁 차 전시회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습니다. 

올해 베이징 모터쇼에는 짝퉁 차 대신 놀랄 수준의 디자인을 갖춘 독자 모델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상하이(SAIC), 둥펑, FAW, 창안, 베이징(BAIC), 광저우 등 중국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선두 브랜드의 디자인 완성도는 얕잡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옛 지엠대우 마티즈를 그대로 베껴 소송까지 갔던 체리자동차 SUV(X70)와 콘셉트카의 완성도도 놀라울 정도였는데요. iX3 콘셉트카를 보고는 "BMW가 중국 업체에서 디자인을 배우든지, 로열티를 사들이든지 아니면 베껴야 할 것 같다"고 꼬집는 관계자도 있었습니다.

과장된 측면도 있지만 디자인, 소재, 마감이 꼼꼼했고 세련미도 보였는데요. 조금은 사치스러워야 소위 먹히는 중국 시장의 소비 특성을 적절하게 녹여놨습니다. 현대차나 BMW, 폭스바겐 등도 같은 모델에 크롬이나 램프류 등을 강조해 '현지 전략형"을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죠.

한쪽에서는 중국 정부가 짝퉁 차의 모터쇼 출품을 막았다는 얘기도 들렸습니다. 소규모 업체간 합병 등을 통해 자동차 산업 구조 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외국사 지분 보유 확대 등 중대한 시점이니 만큼 짝퉁 브랜드 또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차량 전시를 통제했다는 건데요.

사실이든 아니든 의심을 살만한 짝퉁 차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여느 모터쇼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지 않았습니다. 

민망한 모델도 싹 사라졌습니다. 노출이 심한 복장, 요염한 포즈로 정체성을 의심받아왔던 예전과 달리, 차분한 용모에 차량 지식이 풍부한 전문 서포터가 자리를 채우고 있었는데요. 태블릿이나 팸플릿을 들고 미디어를 상대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사라지지 않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엄청난 인파'입니다. 프레스 데이에 미디어와 참가사 관계자 등 1만 명 이상이 몰렸다고 하는데요. 인증사진과 셀카를 찍는 커플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사진 한 장 찍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자 베이징 모터쇼 조직위는 각 브랜드 컨퍼런스 시간을 전시관별로 겹치게 배정해 놨는데요. 별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변하지 않은 것 하나가 또 있었는데요. 베이징을 떠나는 날, 이곳의 하늘과 공기는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뿌옇고 탁했습니다. 베이징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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