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묘책, 지분 한도 규제 완화 '기회가 아닌 위기'

  • 입력 2018.04.26 08:35
  • 수정 2018.04.26 08: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 중국 베이징 도심은 수년 전만 해도 '합작사' 이름을 단 차량으로 가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토요타, GM, 폭스바겐, 메르세데스 벤츠, 포드, 닛산 등 글로벌 브랜드의 엠블럼이 달려 있지만 예외 없이 베이징, 상하이, 동풍 등 중국 현지 완성차와 합작한 '사명과 차명'이 사용된 차들이다.

베이징 자동차만 해도 현대차와 벤츠, 스즈키를 지분 합작 형태로 거느리고 있다. 1982년 중국에서 가장 먼저 폭스바겐과 합작사를 설립한 상하이자동차도 GM, MG로버 그리고 여러 개의 자회사로 군단을 꾸리고 있다.

1953년 FAW(제일자동차)로 시작한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30년이 지난 1983년이 돼서야 연간 생산 규모 100만대를 돌파했을 정도로 더디게 성장했다. 그러나 1985년 상하이 폭스바겐이 출범하고 이후 푸조와 베이징현대 등 합작사가 연이어 등장하면서 2003년 300만대, 2004년 400만대, 2005년 500만대로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록한 중국 자동차 판매 대수는 상용차 포함 약 2900만 여 대, 올해는 3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 중국의 신차 판매 예상치는 무려 3500만 대다. 이는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30% 이상에 달한다.

이런 중국이 올해 대변화를 예고하는 정책을 내놨다. 외국사의 현지 법인 지분율을 50%로 제한해 왔던 중국 정부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나선 것. 이번 조치를 중국의 시장 개방 정책으로 보는 분석이 많지만 베이징의 거리와 베이징 모터쇼는 지분 규제 완화 정책이 '독자 생존의 자신감'에서 나온 것임을 읽게 해 준다.

중국 독자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베이징 도심의 상황과 모터쇼의 분위기는 이전과 전혀 달랐다. 도로에는 장성과 장안과 체리, BYD 등 독자 엠블럼을 단 차량이 수두룩했다. 몇 년 전만 해도 합작사 엠블럼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모터쇼 분위기도 사뭇 다르다. 짝퉁, 조악한 디자인과 소재, 엉성한 마감으로 비웃음을 샀던 예전과 다르게 모든 품질면의 완성도가 꽤 높았다. 특히 중국 시장을 이끄는 SUV는 독자 브랜드가 모터쇼 전체를 압도했다. 현지에서는 중국 독자 브랜드의 SUV가 약 700만 대 이상 판매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SUV의 호황으로 중국 독자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50%를 넘어 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엄청난 자본을 동원해 일본과 독일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약점인 구동계를 개발했고 독자적인 디자인의 완성도를 높여 품질 수준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모터쇼에서는 해외 브랜드 인기 모델의 외관을 쏙 빼닮은 카피 모델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가장 빠르게 합작사 규제가 풀리는 전기차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고 소비 상승세도 가파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외국계) 글로벌 기업이 현재의 합작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기회보다 위험 요인이 더 높을 것"이라는 시장 조사 업체의 한결같은 분석은 맞아 보인다.

상하이자동차(SAIC), 둥펑자동차, 디이자동차(FAW), 창안자동차, 베이징자동차(BAIC), 광저우자동차 등 합작 브랜드로 고성장을 달성한 중국 기업들도 급격한 변화보다는 상황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만난 관계자는 "지분 규제 철폐로 중국 토종 브랜드에 먹힐 수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외사의 지분 확대로 독자 브랜드를 장악해 나가는 것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며 "독자 브랜드 역시 충분한 상품성을 갖춘 독자 모델의 비중을 높여가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현재의 지분 구조를 유지해 중국 시장을 지켜내고 싶은 외국계 기업의 바람과 달리 독자 브랜드의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면서 오히려 밀려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베이징 도심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자주 목격한 독자 브랜드의 차량들과 모터쇼에 전시된 높은 수준의 고유 모델들이 그걸 말해줬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