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한국GM, 진짜 회생은 지금부터다

  • 입력 2018.04.24 15:54
  • 수정 2018.04.24 15:5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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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이 시한부 위기를 벗어났다. 노조가 임금 동결, 성과급 포기 또, 단체협약에 명시된 혜택까지 상당 부분 개정하기로 양보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고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한국GM 노사는 지난 70일간 14번의 만남 끝에 벼랑 끝 합의를 끌어냈다. 군산공장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GM의 신차 배정, 정부의 재정 지원 규모와 방법 등 아직 해결해야 할 것들이 남아있지만 업계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한국GM은 5월 이쿼녹스의 출시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추가적인 신차 투입도 계획하고 있다. 최대 관심사인 신차는 부평과 창원 공장에서 각각 소형과 콤팩트 SUV의 생산을 맡기는 것으로 얘기가 됐다.

베리 앵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한국GM 합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공장에 배정될 신차는 상당한 물량이 될 것이고 수출 주력 차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생에 필요한 자금, 그리고 신차 배정으로 공장 가동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 그리고 노조에 지급해야 할 비용 부담이 경감됐다. 따라서 합의한 내용이 지켜지기만 하면 GM이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따위의 얘기는 당분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GM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더 높고 험악해 보인다. 우선은 와해된 판매조직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동안 영업 인력 상당수가 이직했고 마케팅, 홍보 등 판매에 필수적인 전문인력 상당수가 희망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최근 만난 부산지역 대리점 대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지금까지의 판매량이 작년과 비교하면 10%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차를 팔아야 생계를 유지하는 영업직을 붙잡을 명분이 없었다"며 "평균 20명을 넘었던 영업사원이 지금은 7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불신이 한국 철수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거나 신차를 출시하고 생산 물량을 배정한다고 해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1분기 판매는 이런 저런 이유로 소비자의 신뢰가 곤두박질 치면서 전년대비 47%가 줄었다.

한국GM이 부평과 창원공장에서 GM이 배정한 신차를 생산한다고 치자. 한국GM은 2017년 13만여 대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팔았고 수출은 39만여 대를 기록했다. 2016년 대비 국내 판매는 27%, 수출은 6% 줄어든 수치다.

수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국내 매출의 감소는 한국GM의 만성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한국 시장 그리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시켜 국내 판매를 늘리는 것만이 한국GM이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수입차로 들여와 팔 쉐보레 브랜드의 모델이 경쟁력이 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퀴녹스가 북미 시장에서는 잘 팔리고 있지만 경쟁차는 워낙 쟁쟁하고 가격을 결정하는 것도 녹록지 않아 보여서다. 한국GM 영업사원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천 지역 대리점을 떠나지 않고 있는 한 영업사원은 "말리부와 크루즈의 가격만 조정해도 기본을 할 것"이라며 "지금 판매하고 있는 차종의 가격을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조정하면 경쟁력이 충분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GM이 선심 쓰듯 신차를 배정하는 것 이상으로 내수 판매를 늘려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한국GM의 생존력을 키우고 오래도록 살아남게 하는 첫 번째 과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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