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낙관주의가 디젤 게이트 초래...정확한 정보 공개해야

실험실 데이터의 맞춤형 대응, 10년 이상 노후차가 더 깨끗
RDE 등 실도로 주행 테이터 공개해 저공해차 구매 유도해야
디젤차 줄고 가솔린차 늘면서 탄소 배출 증가하는 부작용도

  • 입력 2018.04.20 11:33
  • 수정 2018.04.20 11: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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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미세먼지 감시기술 국제 세미나

제한적 환경의 실험실에서 측정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량이 다양한 조건의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수십 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어 새로운 방식의 도입이 시급하고 이를 공개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에 본사를 둔 RDE(Real Driving Emission) 전문 기업  EA(Emissions Analytics)의 닉 몰덴 CEO는 20일 서울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자동차 미세먼지 감시기술 국제 세미나'에서 "자동차 소비자에게 올바른 배출가스 정보를 공개해 저공해차 구매를 유도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닉 CEO는 "부정확한 실험실 데이터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디젤 게이트를 초래했다"며 "무엇보다 도로에서 주행하는 자동차의 배출가스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이를 공개하는 방식으로 저공해차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A(Emissions Analytics) 닉 몰덴 CEO

그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 2000여 대의 배출가스를 측정한 결과, 80% 이상이 허용 기준치를 초과했다"며 "충격적인 것은 강화된 규제에 대응한 신차보다 10년 이상이 경과한 차량의 배출가스가 더 적게 나오기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실험실에서 실시하는 측정 방식과 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되는 현행 방식이 제조사의 맞춤식 대응과 낙관주의가 디젤 스캔들을 초래했고 결국은 배출가스 규제 강화에도 매연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닉 CEO는 또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늘어나면서 가솔린 차가 증가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며 "디젤차 소비가 줄고 있는 유럽의 경우 휘발유차의 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져 스모그 발생 등 대기환경 오염이 악화되는 부작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역설적으로 유럽에서는 중고 디젤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노후 경유차를 가능한 오래 보유하려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수요 균형을 맞추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닉 CEO는 "전기차와 같은 저공해차 보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깨끗한 차 수요를 늘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대기오염 상태가 심각한 서울시의 경우 노후 경유차의 도심 진입 제한과 함께 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

임 대표는 "유럽을 중심으로 많은 국가에서 노후 경유차의 도심진입을 제한하고 보유에 따른 부담을 늘리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내연 기관의 종식을 추진하고 있다"며 "실도로 주행 측정 결과로 배출량 등급제를 도입, 정도에 따라 과징금 부과, 운행 제한 등으로 소유를 억제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해 저공해차의 수요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EA는 2011년 영국에 사업을 시작한 RDE 제조사로 현재까지 2000여 대 차량의 실도로 배출가스 시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EA의 실험 데이터는 영국 런던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돼 저공해 차량의 소비를 유도하는 가이드로 활용되고 있다.

2018년 1월에는 한국 지사 EAK가 설립돼 환경부와 서울시 등의 저공해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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