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K9, 선과 색 그리고 빛으로 완성된 플래그십

  • 입력 2018.04.17 22:39
  • 수정 2018.04.17 22:4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V6 람다 2 3.3 터보 GDI를 탑재한 더 K9 마스터즈 3의 기본 가격은 8230만 원이다. 320만 원짜리 프리미엄 컬렉션, VIP 시트와 뒷좌석 듀얼 모니터,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가 보태지면 9000만 원이 넘는다.

판매 비중이 높은 트림은 람다 3.8 GDI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5000만 원대 플래티넘이다. 영업일 기준 19일간 계약된 3200대의 80%를 차지했다. 여러 통계가 있지만 더 K9 구매 연령대가 40대로 낮아진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형 세단이 기업체 오너 또는 임원처럼 점잖은 용도로 주로 팔려나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더 K9은 오너 구매가 절반을 넘었다. 기아차에 따르면 계약자 구매 성향 분석 결과 수입차와 다른 브랜드의 대형 세단 보유자가 60% 이상이다. 

구매층을 끌어 내렸다.

그래서인지 대형 세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흰색(스노우 화이트 펄), 은색(실키 실버)을 선택하는 비중이 10%를 넘었다. 기아차 국내 영업을 총괄하는 권혁호 부사장도 업무용의 흰색 더 K9을 선택했다. 

권 부사장은 "더 K9의 디자인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컬러"라며 "또 하나는 한 사람이라도 더 K9에 관심을 끌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더 K9의 컬러는 톡톡 틘다. 흑백 말고도 판테라 메탈, 레이크 스톤, 마르실라 등 선명하고 차별화된 컬러가 대거 사용됐다.

플 LED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압권이다. 절제된 디자인에 서투른 사진에서 나타나기 쉬운 빛의 궤적을 담았고 방향지시등은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순차 점등되는 고급스러운 방식이 채택됐다. 수천 개의 단면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도 독창적인 것이다.

19인치 타이어와 낮은 전고(1490mm), 쿠페에 가까운 루프 라인이 강조된 측면은 단아하다. 강렬한 캐릭터 라인이 도어 핸들 위쪽을 가로지르게 했고 크롬 라인을 아래쪽에 배치해 균형 그리고 안정감을 살려놨다. 아웃 사이드 미러캡에도 크롬을 덧대 대형세단이 갖춰야 할 고급스러움을 충분히 보여준다.

색과 빛의 조화로 아늑하게

실내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플래그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VIP 시트의 착좌감, 그 유명하다는 팬톤 색채 연구소가 심혈을 기울여 고르고 고른 7개의 엠비언트 조명, 스티어링 휠과 콘솔을 감싼 고급 가죽의 촉감, 찾기 쉽고 직결력이 뛰어난 버튼류가 그렇다.

그뿐만이 아니다. 12.3인치 터치스크린, 같은 크기의 LCD 클러스터,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등 열거하기 힘든 정도의 고급 편의 사양이 즐비하다. 

클러스터는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디자인과 컬러가 달라지고 방향지시등을 켜면 스피드 미터와 타코 미터의 원형 창에 사각지대의 영상이 표시된다. 컬러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도 뛰어나 운전을 하면서 고개를 좌우로 돌려 시선이 분산하거나 집중력이 흐트러질 일은 없다. 

많은 편의 사양을 2열에서 독립적으로 제어하고 이용할 수 있게 했다. 1열 등받이에 배치된 모니터로 DMB를 볼 수 있고 센터 암레스트의 버튼으로 조수석 시트, 오디오 볼륨, 공조시스템, 그리고 앉은 자리를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따로 있다. 더불어 모든 위치의 공간은 넉넉하다.

다만 센터페시아에 박혀있는 모리스 라크로와 아날로그 시계는 그렇게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쇼퍼 드리븐을 위해 2열에 발 받침이 있으면 좋겠고 발이 닿는 곳까지 베이지 컬러가 사용된 1열 시트는 너무 쉽게 더럽혀졌다. 

윈드실드의 면적을 넓히고 A필러의 폭을 줄여 확보한 운전석 시야도 압권이다. V6 람다2 3.3 터보 GDI의 질감은 놀라울 정도로 매끄럽다.  아낌없이 사용한 흡차음재로 완성한 N.V.H가 더해져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렉시콘 사운드 시스템의 깊고 풍부한 울림이 전해져 기분을 좋게 만든다.

박력있게 시작하고 부드럽게 이어지고

370마력, 52.0kg.m의 최고 출력과 최대 토크는 2톤이 넘는 더 K9의 중량(2085kg/19인치, AWD)을 가볍게 밀어낸다. 터보의 강력한 파워가 선사하는 힘찬 발진, 스포츠 모드로 달리면 잘 튜닝된 배기음이 더해져 박력 있게 속력을 높인다. 

고속으로 달리며 차선을 바꾸고 선회를 해도 차체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연이어 나타나는 굽은 도로를 빠르게 공략해도 타이어의 지지력과 접지력, 멀티링크 서스펜션의 적절한 댐핑으로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를 유지한다. 

극도로 예민한 감성이 아닌 한 터보랙 또는 전자식 8단 자동변속기에서 이질감을 찾기는 쉽지 않다. 벤츠와 BMW를 포함, 지금까지 경험한 어떤 차와 비교해도 한 수준 높은 주행 질감을 보여줬다.

운전 보조시스템인 ADAS는 일취월장한 능력을 보여준다. 차선, 다른 차량과의 안전거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대응한다. 목적지를 정하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설정하면 적어도 고속도로(HDA)에서는 완벽한 자율주행 능력을 뽐낸다.

제한속도 구간, 곡선 구간이 나오면 스스로 속도를 줄이고 터널 진입 전 내려간 창문을 올려주기까지 한다. HDA가 유지되는 시간은 들쑥날쑥하지만 수분, 어떨 때는 10분 정도 유지되는 듯하다.

잠시 한눈을 팔아도 안심이 되고 부주의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도 막을 수 있다고 믿어도 된다. 제동성능은 살짝 아쉽다. 디스크의 구경이 충분한데도 고속에서 급제동하면 예상한 것보다 조금 늦게 제동이 걸린다.

<총평>

잘 만든 차다. 이구동성, 더 K9을 몰아 본 대부분이 그렇게 평가했다. 외관에서는 전, 후 램프에 많은 점수를 줬고 실내에서는 시트와 스티어링 휠, 대시보드와 버튼류 등의 기분 좋은 촉감에 후한 평가를 했다. 주행 질감도 만족스러웠다. 

대형세단으로는 드물게 짧은 기간 계약 건수 3000대를 넘어선 것도 시장의 평가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5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도 경쟁력을 높인 듯하다. 동급의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와 꽤 많은 차이가 난다. 쇼퍼 드리븐에 포커스를 맞춰 선택사양 품목을 구성한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가장 저렴한 3.8GDI(5490만 원)을 기준으로 꽤 비싼 프리미엄 컬렉션, 뒷좌석 듀얼 모니터, VIP 시트 등을 포기해도 안전 및 편의 사양이 풍부하다. 드라이브 와이지(ADAS), 급제동 경보 시스템, LED 전후 램프, 슈퍼비전 클러스터, 내비게이션이 기본 제공된다. 가성비로 따지면 그야말로 최고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