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의 '속임수' 겉과 속이 다른 '벤테이가'

  • 입력 2018.04.13 02:55
  • 수정 2018.04.13 03:14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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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에 속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껍데기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처럼 꾸몃지만 실상은 서킷에서도 전혀 무리 없는 고성능 스포츠카와 다를 바 없었다. 뒷좌석에 앉아 난생처음 접하는 각종 편의사양을 만지작 거리며 카오산로드의 마사지샵을 떠올리거나 유럽행 비지니스 좌석을 더듬더듬 추억하고, 인생 최대의 각종 호화로운 경험들을 끄집어내며 창밖 풍경을 감상할 때는 몰랐다. 아니 너무 신기하고 편안함에 궁금하지도 않았다. 차값의 반에 반에 반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운전대를 잡고 서킷에서 바닥까지 가속페달을 밟으며 도파민과 아드레날린을 방출하고 영혼이 너덜너덜 해질때 쯤 차량의 진가를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었다.

지난 10일, 봄바람이 몹시도 심했던 날 벤틀리코리아가 국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실시한 서킷 시승 프로그램 참가를 위해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를 찾았다. 대상 차량은 지난해 국내 출시된 벤틀리의 첫 SUV '벤테이가(Bentayga)'가 준비됐다. 벤틀리의 시승행사도 흔치 않은데, 서킷에서 SUV를 타니 각종 의구심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먼저 벤테이가는 국내에 6.0리터 트윈터보 W12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판매되고 있으며 차체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5,140mm, 1,998mm, 1,742mm로 크기만 놓고 비교할 때 현대자동차에서 가장 큰 SUV 차량인 '맥스크루즈'에 비해 전장이 235mm 더 길고 전폭과 전고에서도 각각 113mm, 42mm 더 큰 엄청난 차체 크기를 자랑한다. 벤테이가의 휠베이스는 2,995mm로 이건 현대차 중 비교군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모습이다.

외관 디자인은 대형 휠 아치, 펜더 보닛의 굵은 라인 등이 SUV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면부 좌측면 디자인은 얼핏 영국의 '블랙캡' 택시를 연상시키기도 하나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역동적인 디자인 언어가 사용됐다. 이음새 없이 성형된 알루미늄 전면 펜더 안쪽에 자리한 헤드램프는 허공에 떠 있는 듯 보이며 깔끔하다. 전면부 하단 범퍼는 아래쪽으로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하기 위한 스키드 플레이트를 장착해 SUV 면모를 엿 볼 수 있다. 후면부 테일램프는 벤틀리를 상징하는 새로운 'B' 모습 일루미네이션 그래픽 적용으로 야간 주행 시 차량의 존재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실내는 빈틈 없는 마감 품질을 기본으로 최상급 우드와 가죽 소재의 사용으로 호화 응접실을 연상시키며 고풍스럽고 편안하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맞춤제작이 가능한 벤틀리의 특성상 차량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으나 기본적으로 이날 시승하고 전시된 차량을 기준으로 벤테이가의 실내는 손끝에 닿는 감촉이 매우 부드러운 시트의 경우 어깨와 허리쪽 지지가 단단하고 뒷좌석은 18방향 조절 기능과 마사지 기능이 제공됐다.

특히 헤드레스트는 비행기 좌석의 그것과 유사해 좌우측을 조절할 수 있어 머리가 단단히 고정 가능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뒷좌석에서 베니어로 마감된 리어 콘솔을 열면 컵홀더와 넉넉한 수납 공간 그리고 USB 충전 포트 등이 탑재되고 앞좌석 센터콘솔 뒷부분에 리모컨 형태로 디자인된 10.2인치 타블렛은 탈착이 가능해 이용이 편리하다. 또 4G,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다양한 편의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이 밖에 실내 대시보드, 센터콘솔, 도어 등에는 수제작된 고광택 메탈 소재들로 장식되고 주행 모드 셀렉터의 벤틀리 다이아몬드 패턴, 기어 노브, 원형 송풍구와 오르간 타입 레버 등은 섬세함 마감과 함께 손 끝으로 전달되는 느낌 마저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한 8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차량 상태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가 다양한 그래픽을 통해 전달되고 최대 30개 언어가 지원된다. 당연히 손가락으로 터치도 되고 내비게이션도 제공된다. 

벤테이가의 호화로운 감성은 트렁크와 실내 공간을 구분하는 고정 등받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이아몬드 퀼팅으로 마감하고 스키 패스스루를 갖춘 등받이는 트렁크와 뒷좌석을 구분해 SUV의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트렁크는 폴딩 시트 옵션을 선택할 경우 실내 시트와 일치하는 색상의 가죽으로 마감돼 도로를 달리다 좋은 경관을 즐기고 싶다면 폴딩 시트에 앉아 멋이란 것들을 누릴 수 있다. 전반적으로 벤테이가의 실내 디자인은 버튼 하나에서 재털이까지 무엇하나 허투루 넘길 것들이 없다.    

국내 판매되는 벤테이가의 파워트레인은 W12 TS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렸다. 6.0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608마력의 최고출력과 91.8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특히 토크의 경우 비교적 낮은 1,250rpm에서 시작돼 4,500rpm까지 폭넓은 엔진회전수 영역을 아우르며 어느 순간에서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이를 통해 벤테이가의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순간가속력은 4.1초대로 2.6톤에 달하는 차체무게를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다.

드라이브 다이내믹 모드와 오프로드 셋팅을 통해 다양한 온로드 및 오프로드 주행 설정이 가능한 벤테이가는 센터콘솔에 위치한 원형 버튼을 통해 운전자가 총 8가지 모드 중 노면과 도로 상황에 따라 다이얼을 돌리며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서킷 시승은 총 3바퀴를 직접 운전하고 첫 번째는 컴포트, 두번째는 스포츠 그리고 마지막 바퀴에는 차량이 알아서 세팅을 조절하는 역시 벤틀리를 상징하는 'B' 모드로 주행을 경험했다.

먼저 전반적인 승차감은 단단한 편으로 스포츠 모드에서 특히 노면 정보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이때 엔진회전수를 최대로 끌어 올리며 변속 타이밍 마다 차체가 툭툭 치고 나가는 느낌은 흡사 스포츠카와 동일하다. 무엇보다 벤테이가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차체 크기와 중량을 감안할 때 좌우측 코너에서 SUV 특유의 롤링현상이 덜했던 것. 서킷을 달리고 있었으나 뒷좌석에 동승한 기자들이 창밖을 구경하거나 실내 편의장비를 둘러보는 등 일반도로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행동 패턴을 보일 만큼 어느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실내는 꽤 인상적이다. 또한 물론 스펙만 보다라도 직선구간에서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에 밟더라도 '우르릉' 소리를 내며 가공할 속력을 내뿜는 것은 기본.

한편 지난해 국내 출시 이후 누적판매 130대를 넘어선 벤틀리 벤테이가는 영국 벤틀리 크루공장에서 생산된다. 1대 제작에 약 300시간이 소요되고 장인들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완성된는 만큼 당장 주문해도 실제로 차량을 받기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이날 서킷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기본 사양 외 약 20개의 한국형 옵션이 추가 적용돼 3억 4,900만 원으로 판매 가격이 책정되어 있었다. 시승이 안전하게 마무린 된 것에 대해 모두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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