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밑 빠진 독', 노후 경유차 없애야 미세먼지↓

  • 입력 2018.03.26 09:32
  • 수정 2018.03.26 09: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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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이 짙은 미세먼지 돔에 갇혔다. 26일, 환경부 대기오염 정보에 따르면 서울 미세먼지 농도(120)는 종일 '나쁨' 수준으로 내일과 모레에도 이어질 것이고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내내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리는 초미세먼지 농도도 마찬가지 수준이다. 안개까지 짙게 몰려와 교통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때가 되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는 것인지,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여러 경로의 연구를 통해 적어도 절반 이상의 미세먼지는 노후 경유차에서 발생한다는 것이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2300만대의 등록 자동차 가운데 경유차 비중이 900만대에 달한다. 이 가운데 31%가 2006년 이전에 생산된 것들이다.

경악스러운 것은 2006년 이전 생산된 약 300만대의 경유차는 검댕으로 불리는 매연이나 미세먼지를 포집하거나 다시 연소하는 등의 후처리 장치가 전혀 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엔진에서 불완전 연소한 오염물질이 전혀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배출된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후처리 장치(DPF) 장착 비용과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를 지원하고 수도권 운행을 제한하는 등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검댕이를 그대로 배출하는 노후 경유차를 잡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정부 환경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노후 경유차에 대한 집중관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정부의 환경개선 예산이 산업 논리에 밀려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에 집중되고 있는 것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올해 대기 부문 환경 개선에 투입되는 예산은 총 7020억원, 이 가운데 미세먼지 관리대책에 6487억원이 투입돼 친환경차 보급에 4229억원,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 부착 및 조기 폐차에는 1397억원이 사용된다. 

2017년 대비 미세먼지 관리 예산이 34%나 증가했지만 대부분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로 불리는 차량의 구매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정작 문제가 심각한 노후 경유차 저공해 사업에는 달랑 25%만 배정이 됐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예산의 분배로는 미세먼지 저감 정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강광규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 명예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친환경차를 늘리는 것보다 노후 경유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노후 경유차 한 대를 조기 폐차하는 것이 전기차 수십여대를 보급하는 것보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며 "산업 논리에 의해 친환경차 보급을 정책 우선순위로 추진하기 위해 예산을 늘리면서 착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일 전 친환경자동차기술개발사업단 단장이 지난해 국회 예산정책처 전문가간담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유차 한 대의 조기 폐차로 감소하는 미세먼지의 양이 전기차 한 대를 보급하는 것보다 많게는 238배나 된다.

질소산화물도 최대 408배 이상의 저감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저감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방향이 노후 경유차로 가야 하고 예산도 친환경차 이상으로 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미세먼지 유발원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노후 경유차를 그대로 두고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전기차에 집중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라며 "매연 처리 장치없이 엔진에서 발생하는 검댕을 그대로 배출하는 노후 경유차를 잡기 위해서는 정책과 예산의 우선순위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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