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와 함께

  • 입력 2018.03.26 06:0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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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와 '태양은 없다'에 이어 2001년 9월 개봉한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는 나의 20대와 함께한 영화다. 유지태(상우 역)와 이영애(은수 역)가 출연한 이 영화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한 남자와 여자에게서 사랑이 시작되고 이별을 겪게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과장과 꾸밈없이 필름에 담겼다. 순간의 장면과 대사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되는 몇 안되는 영화 중 하나인 '봄날은 간다'에서 지금까지도 가슴 속 깊이 남는 장면은 아마도 많은 관객들도 그렇듯 주인공 상우가 은수에게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장면이겠다.

해당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모두가 상우와 은수가 되는, 지나간 사랑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며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슬퍼하고 그렇게 영화 속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아마도 '봄날은 간다'는 사랑은 봄과 같이 체감하는 순간 이미 떠나간 그래서 언제나 뒤늦게 떠올리며 아련한 기억속 이야기 같은 것이라 말하고 싶은게 아니였을까.

지난주 약 2년 만에 폭스바겐의 신차를 짧은 시간 이나마 시승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리고 가장 먼저 머리속을 맴돌던 문장이 상우의 의미심장한 대사와 비슷한 감정의 "폭스바겐이 어느순간부터 이렇게 변했지"라는 의문이었다. 이전에 좋게 평가됐던 부분이 지금는 그렇지 않게 여겨지기도 하고 새롭게 탑재된 기능들은 무척이나 낯설었다. 앞서 경험했던 그래서 기억속에 고이 간직하던 폭스바겐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새롭게 기록됐다. 그 동안 자동차도 변했고 나도 변했다. 무엇보다 2년의 시간이 흘렀고 국내시장도 그 때와는 크게 달라졌다.  

앞서 국내시장에서 판매되던 폭스바겐 파사트는 미국 채터누가 공장에서 생산된 미국형 모델이 수입 및 판매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출시된 차량은 독일에서 생산된 유럽형 모델로 차명 뒤에 그랜드 투어링을 의미하는 'GT'가 추가됐다. 미국형에 비해 스포티한 느낌의 외관 디자인이 강조되고 편의 및 안전사양 또한 앞서 경험한 파사트와는 크게 달랐다.

먼저 파사트 GT의 차체 사이즈는 전장, 전폭, 전고가 각각 4,765mm, 1,830mm, 1,460mm에 휠베이스는 2,786mm로 이전 대비 전장이 4mm 줄고, 휠베이스는 74mm 늘어났다. 앞뒤 바퀴의 위치가 이전 대비 바깥쪽으로 이동하며 전장이 짧아졌음에도 실내는 오히려 더 여유롭다. 또 전고를 낮추고 전폭은 늘어나 보다 안정적이면서 스포티한 자세를 엿 볼 수 있다.

외관 디자인은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크기도 커지고 양쪽 헤드램프를 잇는 4개의 크롬바로 변신했다. 또 헤드램프와 수평라인을 그려 차량이 보다 넓어 보이는 효과를 발휘한다. 여기에 곳곳에 장식된 크롬 소재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후면부 역시 전면과 동일하게 스포티함이 강조된 테일램프가 더 커지고 깔끔한 분위기로 자리를 잡았다.

실내는 수평형 대시보드를 중심으로 최대한 넓고 단순해 보이려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크롬 라인과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장치다. 무엇보다 실내에서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감촉과 착좌감에서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편안했던 시트를 꼽을 수 있다. 파사트 GT의 시트는 모델에 따라 알칸타라와 비엔나 가죽, 나파 가죽 등으로 구성되는데 요추 지지대가 포함되고 앞좌석 전동 시트는 물론 열선과 통풍, 심지어 안마 기능까지 제공된다. 과거 열선 기능만 있어도 감지덕지한 마음이 들던 폭스바겐 차량들을 감안하면 이번 파사트 GT의 실내 편의사양은 정말이지 호화롭다.

여기에 실내는 '디스커버 미디어'란 이름의 8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는데 대부분의 버튼 배열은 이전 폭스바겐 차량들과 동일하나 스마트폰의 터치패널을 사용하듯 간편하고 직관적인 동작으로 차량 대부분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또 파사트 GT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액티브 인포 디스플레이, 파노라마 선루프, 스티어링 휠 히팅 시스템, 3존 클리마트로닉, 360 어라운드 뷰 등 최신 편의기능이 대부분 적용된 모습이다.

국내 판매되는 파사트 GT의 라인업은 옵션에 따라 2.0 TDI, 2.0 TDI 프리미엄, 2.0 TDI 프레스티지, 2.0 TDI 4모션 프레스티지 등 4가지로 구성 되는데 모두 2.0 TDI와 6단 DSG 변속기를 공통으로 사용했다. 해당 엔진은 최고출력 190마력과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고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까지 7.9초, 최고속도 233km/h를 내뿜는다. 또 공인연비는 복합 15,1km/ℓ를 보인다.

서울 도심을 위주로 실제 주행 느낌은 앞서 파사트에 비해 정차나 주행 중 실내로 유입되는 디젤엔진의 떨림이 많이 잦아들었다. 다만 소음은 여전하다. 경쟁 모델 대비 적어도 디젤엔진을 탑재한 세단 기준에서도 조금 시끄럽게 여겨지는 편이다. 주행질감은 가속페달을 조금 힘있게 밟을때 마다 치고 나가는 느낌이 가볍다. 또 서스펜션도 전륜 맥퍼슨 스트럿, 후륜 멀티 링크 방식을 채택해 이전에 비하면 많이 스포티한 세팅이다. 다만 운전대는 좀 가벼운 편으로 폭스바겐 차량 중에서도 유독 가볍게 느껴졌다.

한편 파사트 GT에는 차로나 도로의 가장자리에 있는 보행자를 감지할 경우 가벼운 브레이크 조작과 함께 시청각적 신호로 운전자가 전방 상황을 체크하고 대응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시스템인 '보행자 모니터링 시스템’ 및 정체 상태에서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한 채 정속 주행을 보조해 주는 '트래픽 잼 어시스트’ 기능이 국내 출시 폭스바겐 모델 중 최초로 탑재됐다. 이외에도 '프론트 어시스트’, '도심 긴급 제동 시스템', '레인 어시스트', '피로 경고 시스템’ 등 최신 안전기술들이 다양하게 적용되는 등 이전 폭스바겐 차량의 단출한 시스템 구성과는 차별화된 모습이다.

폭스바겐 파사트 GT의 국내 판매 가격은 4,320만원~5,290만원으로 역시 앞선 미국형 모델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다만 이전에 없던 추가사양을 감안하면 약간의 이해는 된다. 문제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모델들과 경쟁에 달렸다. 앞서 2년 전 폭스바겐 차량들이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던 요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변화된 시장 트렌드와 상황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

폭스바겐 브랜드가 국내시장에서 떨어진 인지도를 딛고 일어날 방법은 여전히 신뢰를 쌓아오고 있는 차량의 탄탄한 기본기와 가격 경쟁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앞서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한 고객층을 아우르는 정책을 통해 재구매를 유도하는 방법 또한 함께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수입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봄날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정책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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