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신차용 타이어 공급에 사활을 거는 이유

  • 입력 2018.03.23 08:30
  • 수정 2018.03.23 08: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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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만 개의 부품 가운데 가장 혹독한 환경을 견디어야 하기 때문일까. 타이어의 어원이 ‘타이어드(tired, 피로한, 피곤한, 지친)’에서 왔다는 말은 꽤 설득력이 있다. 역할의 비중답게 타이어는 자동차의 성능과 승차감 그리고 안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동차와 타이어의 궁합이 맞아야만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고 또 안전도 보장한다는 얘기. 그래서 완성차는 신차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타이어 업체와 머리를 맞댄다. 따라서 신차에 공급되는 타이어도 통상 3년, 자동차와 비슷한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

신차용 타이어(OET:Original Equipment Tire)는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기도 하다. 고성능 또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어떤 모델에 자사의 타이어가 장착되는지에 따라 기술력을 인정받고 또 기업 가치도 상승한다.

한국타이어는 물론 최근 사정이 복잡한 금호타이어 그리고 넥센타이어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업체가 완성차 메이커의 까다로운 요구를 수용하고 막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타이어 기업의 원천 기술 개발과 신차용 타이어 공급 비즈니스가 매우 중요한 만큼  제조사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려면 까다로운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원천 기술을 생산능력 그리고 자본이 필요하다. 

타이어 업체 관계자는 “신차용 타이어를 통해 개발된 기술력은 추후 교체용 타이어(RET: Replacement Tire) 타이어 생산에 적용되기 때문에 교체용 타이어 신제품 출시와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평균 34개월, 엄격한 검증과 인고의 테스트로 완성

일반적으로 신차용 타이어 공급 프로세스는 총 3단계 과정과 5차례 테스트로 구성되며, 평균 개발 기간은 34개월에 달할 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첫 번째 개발 검토 여부 단계를 시작으로 시험용 설비 및 스펙 제작, 샘플 제품 생산으로 이어지며 1차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 제조사의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두 번째 단계로 진행이 가능하다. 단 하나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해도 공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두 번째 단계는 제조사의 피드백을 토대로 스펙 수정과 샘플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과정이다.

모든 진행 과정이 첫 번째 단계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더 세밀하고 정교한 제품 개발 능력을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만 제조사가 제시하는 기준을 맞출 수 있다. 이렇게 개발된 샘플 제품으로 2차 제품 평가와 3차 합격품 검증 평가가 이어진다.

합격품 검증 평가인 3차 테스트까지 모두 통과해야만 신차용 타이어로 최종 승인받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번째 단계까지 제품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다면, 세 번째 단계에서는 생산 시스템 검증이 이뤄진다.

제조 설비 감사와 기술 승인이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마지막으로 양산 평가가 진행된다. 이 양산 평가까지 완벽하게 통과를 해야만 최종 승인이 이뤄지며 타이어 옆면에 완성차 브랜드 고유의 OE 마크를 각인해 최종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이 이루어진다.

특히 신차용 타이어 공급은 수많은 자동차 부품 중 유일하게 부품사 브랜드가 외부에 노출되기 때문에 신차용 타이어로 공급하는 브랜드의 가치가 떨어지면 감히 도전조차 하지 못한다. 따라서 신차용 타이어 공급은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 모두를 평가받는 중요한 비즈니스이다.

국산 타이어,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OE 공급

고성능 또는 스포츠카에 미쉐린, 피렐리, 브리지스톤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브랜드의 타이어만 장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우리 브랜드도 다양한 글로벌 메이커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국내 최대 타이어 기업인 한국타이어의 경우 과감하고 지속적인 R&D 투자로 가장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한다. 한국타이어가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제조사만 45개 브랜드나 된다.

한국타이어를 장착하는 모델의 수는 약 310여 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대 완성차 고성능 프리미엄 모델과 일본을 대표하는 토요타와 혼다의 베스트셀링 모델까지 포함돼 있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최근 BMW의 초고성능 신형 레이싱카 M4 GT4 신차용 타이어 ‘벤투스 F200(Ventus F200)’과 ‘벤투스 Z207(Ventus Z207)’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M4 GT4 개발 초기부터 BMW와 협력해 탄생한 고성능 전용 타이어다.

한국타이어는 M4 GT4 전용 타이어 독점 공급을 통해 모터스포츠 문화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와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앞서 한국타이어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아우디를 대표하는 고성능 모델의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연이어 성사시켜 경쟁사를 놀라게 했다.

한편, 타이어 업체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는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완벽한 품질 생산 기반을 갖추지 않고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 일본을 대표하는 토요타와 혼다의 베스트 셀링카에 신차용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국산 타이어의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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