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 하이브리드, 지리산 861 횡단도로 유쾌한 질주

  • 입력 2018.03.16 09:15
  • 수정 2018.03.16 09:1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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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선입견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배터리와 모터로 동력을 지원받기 때문에 전동화 자동차로 구분되는 하이브리드카는 그동안 연비는 그저 그렇고 힘이 부족하다는 또 배터리 내구성까지 의심을 받아왔다.

최근의 상황은 다르다. 지난해 기준 사용 연료별 신규등록 통계에 따르면 하이브리드카는 35.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사용차는 1.4% 증가하는 데 그쳤고 경유는 6.0% 줄었다.

유류비 부담이 커지면서 같은 값을 주고 사도 유지비 절감 효과가 큰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추세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가리지 않는다.

쏘나타, K5, 그랜저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가 모두 늘었고 토요타 렉서스, 혼다도 하이브리드 모델로 볼륨을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힘과 연비'에 대한 불신이 여전하다.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를 몰고 지리산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긴 거리를 달려 연비를 재보고 악명 높은 861번 횡단도로에서 이 차의 힘과 균형감을 체험해보고 싶어서였다.

시원하게 달린 278km, 고속 주행 연비 21.3km/ℓ

서울에서 지리산 초입인 전남 구례 천은사 입구까지의 거리는 279km. 평일, 구례화엄사 IC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적당한 때에 맞춰 휴식을 취했는데도 4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지리산이 있었다.

자동차 연비를 알아보는 시승은 매번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하면 그 정도 안 나올 차는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카는 구동 특성상 도심에서의 연비가 더 좋다. 모터의 지원을 받는 정지 후 출발, 그리고 경사로가 많은 도심 도로의 특성 때문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고속도로 인증 연비는 16.2km/ℓ, 반면 도심 연비는 17.1km/ℓ로 더 높다. 또 한적했지만 유난히 많은 화물차를 추월하기 위해 발진 가속이 유독 많았던 주행이다.

천은사 매표소에 도착했을 때 평균 연비는 인증 연비보다 27% 이상 높은 21.3km/ℓ (복합 연비 16.7km/ ℓ 대비)를 찍었다. 이날 오피넷 기준 리터당 휘발유 가격(1564원/13 ℓ)으로 보면 2만332원을 쓴 셈이다.

참고로 서울에서 구례까지의 고속버스 요금은 일반 기준 1만9900원이다. 혼자라면 몰라도 둘 이상이라면 요금소 비용을 더하고도 대중교통비보다 저렴하게 지리산을 갈 수 있다.

거칠게 22km, 861번 지리산 횡단도로

천은사 매표소 직전부터 시작되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지리산 횡단도로 861번 지방도는 성삼재와 노고단, 달궁삼거리를 거쳐 남원 뱀사골로 이어진다. 지리산의 북쪽 기슭을 타고 급경사와 코너가 끝없이 이어지는 길이기도 하다.

군데군데 브레이크가 파열됐을 때, 강제로 차를 세울 수 있는 보호벽이 보일 정도로 굽이와 경사가 심하다. 천은사 주차장을 빠져나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180도에 가까운 커브가 나타나고 이런 커브가 짧게 짧게 이어지는 구간이 여러 번 반복된다.

계기판 게이지는 전기모터가 동력을 보조하는 PWR에서 거의 고정돼 있었다. RPM이 따로 표시되지 않지만 최대치의 토크를 유지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반복적으로 밟아 엔진 회전수를 최대한 끌어 올리며 커브를 공략했다.

출력(총 시스템 211마력)과 토크(22.5kgf.m)가 가솔린 터보와 같은 수준은 아니지만 가속 페달에 힘이 가해지는 순간부터 힘의 고점을 발휘하는 모터의 지원으로 웬만한 터보 장착 차량보다 더 빠르게 코너의 탈출각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암재 휴게소에서 복병을 만난다. 아직 도로에 눈이 남아있고 얼어있는 곳도 많다는 이유로 차단막이 세워졌다. 차량 진입 통제, 다행히 자신이 있으면 가도 좋다면서도 사골로 가는 내리막 코스는 가지 않는 것이 좋단다.

그런 당부대로 성삼재를 지나자 빙판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와인딩은 고사하고 되돌리기조차 힘든 길을 무사하게 내려가기만 빌어야 할 처지가 됐다. 다행스럽게도 캠리 하이브리드에는 사계절 타이어(235/45R 18)가 장착돼 있었다.

이 타이어의 회전저항과 젖은 노면 제동력 등급은 3. 덕분에 달궁 삼거리에서 구례 방향으로 가기를 망설이며 서 있던 4대의 차가 도로 상황을 묻고 뱀사골로 유턴을 하는데도 캠리 하이브리드는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신뢰도 상승

하이브리드카는 고속 주행 또는 드리프트 비슷한 와인딩이 가능하지 않고 재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우 2.5ℓ 다이내믹 포스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로 동급의 가솔린보다 빠른 가속력을 발휘한다.

고속도로에서 앞서 가는 저속 차량을 추월할 때, 가속 페달에 응답하는 스로틀과 이에 반응하는 차체의 탄성은 말 그대로 탄성을 자아낸다. 일관되고 경쾌하게 속도를 상승시켜 준다. 차체 안정감도 뛰어나다.

하이브리카는 일반 순수 내연기관차와 다르게 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하기 때문에 제조사는 경량화와 무게 배분에 많은 신경을 쓴다. 쏘나타의 경우 2.0 가솔린의 공차 중량이 1450kg, 하이브리드카 모델은 200kg이 넘는 배터리를 탑재했지만 다른 무게를 줄여 1585kg으로 최소화했다.

2.5 ℓ 엔진을 올린 캠리 하이브리드의 공차 중량도 가솔린 모델보다 75kg 무거운 1655kg에 불과하다. 거친 운전을 버틴 비결에 대해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TNGA 플랫폼이 저중심으로 설계됐고 배터리를 2열 시트 아래에 배치해 무게 중심을 노면에 더 가깝게 맞춰놨기 "이라고 말했다.

맥퍼슨 스트럿(전), 더블 위시본(후) 서스펜션과 벤틸레이티브(전)와 솔리드(후) 브레이크, 이전보다 강하게 세팅된 쇼크 업소버의 감쇠력이 더해져 섀시 전체가 주는 견고함도 지리산 횡단 와인딩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연비는 몰라도 성능 발휘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무단변속기를 e-CVT로 개선한 것도 효력이 있다.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로 렉서스 모델에 먼저 적용되기 시작한 e-CVT는 복잡한 구조로 되어 있지만 쉽게 말해 충전용과 구동용 모터를 따로 적용해 빠르게 동력을 배분하고 언제든 필요한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가속이 과거 어느 세대보다 빨라진 것도 e-CVT의 힘이다.

전문 레이서가 아니고 짧은 구간이었지만 튜닝이 전혀 안 된 기본 모델이 그런 거친 와인딩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하이브리드카는 연비 말고는 볼 것이 없다거나(그마저도 그저 그런 수준으로 생각하거나),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없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다시 얘기하지만 터보를 달고 있는 모델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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