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동차 독과점, 현대차를 탓할 일인가

  • 입력 2018.02.07 11:34
  • 수정 2018.02.07 11: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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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완성차가 9만 대 이상을 판매한 1월, 현대차와 기아차 비중이 80%를 넘었다. 수입차 2만 대를 합쳐 계산해도 70%에 육박한다.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특정 메이커가 이만한 규모로 시장을 지배한 독과점 사례는 찾기 힘들다.

독과점의 폐해는 크다. 시장을 포괄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의 지위가 남용되면 가격과 공급, 사후 서비스 등에서 선택권이 좁혀지고 따라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을 만들어 독점이나 과점을 규제한다. 

공정위의 독과점 판단 기준은 특정 기업의 특정 상품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 또는 상위 3개사의 합계가 75% 이상일 때다. 지금의 상황으로 보면 현대차는 명백한 독과점 대상이며 시정 조처를 받고 징역, 벌금 등의 처벌도 받아야 한다.

점유율의 수치만 달라졌을 뿐, 현대차의 독과점 현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로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 속에 1월 국산차 10대 중 8대가 현대차와 기아차로 심화되자 독과점에 따른 폐단,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지적에 현대차 관계자는 "가격 덤핑을 한 것도 아니고 불공정한 경쟁을 벌인 것도 아니고 경쟁사를 견제하는 마케팅 하나 없는 상황에서 독과점으로 비난 받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명백한 독과점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상 초유의 시장 지배력으로 현대차의 독과점을 초래한 주범이 따로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가 바로 그 주범이다. 주인이 외국계라는 공통점을 가진 3사 가운데 르노삼성차의 1월 판매량(6402대)은 7509대를 판 메르세데스 벤츠에 뒤졌다.

한국지엠(7844대)과 쌍용차(7675대)도 벤츠와 키재기 수준으로 격차가 좁혀졌다. 지금 추세로 보면 BMW도 르노삼성차를 추월할 기세다. 주력인 SM6의 인기가 급격하게 식고 있고 SUV 차종 활황 덕에 그나마 팔리는 QM6도 현대차 신형 싼타페라는 벽에 부닥칠 전망이다.

이걸 뒤집을 묘책은 없다. 피노키오의 거짓말처럼 반복되고 있는 클리오 투입으로는 감당하지 못할 부진이다. 한국지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12개나 되는 라인업을 보면 르노삼성차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볼륨을 책임졌던 경차 스파크의 부진,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SUV 라인업의 노후화를 에퀴녹스나 트래버스로 반전시키겠다는 구상도 공허하게 들린다. 쌍용차가 티볼리와 렉스턴 시리즈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지만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3사의 부진이 현대차의 과도한 독과점을 초래했다.

그런데도 르노삼성차의 한 직원은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를 "자동차 관련 정책을 현대차가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궁색한 처지를 모면하려는 변명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정부 정책을 기업이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의아스럽다.

말리부가 안 팔리고 SM6가 반짝인기에 그친 이유는 세상이 다 안다. 예전과 다르게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지식은 풍부하고 수준이 높다. 그 정도 사양의 적당한 가격대, 그 가격에 맞는 성능 수준까지 빼꼼하다. 안팔리는 것은 그런 약점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과도한 독과점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장이 용인하는 합당한 수준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차를 만들면 특정 기업의 독과점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외국계 기업의 특성상 적기에 제품을 투입하지 못하고 마케팅의 한계가 있다는 푸념도 들린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와 BMW 코리아도 외국계 수입사다. 같은 선상의 비교가 억지스럽지만 더 많은 한계를 갖고 있으면서도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경쟁사로 보는 것도 국내 3사가 아닌 이들이다. 독과점을 풀 열쇠, 자신들이 쥐고 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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