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명칭, 자동차의 '순정품'을 버려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8.01.21 09:05
  • 수정 2018.01.22 15:17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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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부품은 다양하다. 종류도 많지만 제작 단계에서 사용하는 부품이 있지만 수리용으로 사용되거나 심지어 대체품이나 리사이클링을 거쳐 재활용된 부품 등 구분해야 할 것도 많다.

자동차 부품은 그러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100만원 짜리 중고차에 200만원 짜리 부품을 교체하는 등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가 문제다. 신제품과 비교해 품질에 큰 차이가 없는 공식 인증 부품으로 재활용, 비용 절감이 가능하지만 여러 문제로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고 시 망가지기 쉬운 부품의 경우, 메이커가 디자인 등록 등을 완화해 중소기업에서 만든 저렴한 인증 대체품을 공급하도록 돕는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런 대체품이 자동차 사고 이후 수리에 약 30~40% 정도가 사용된다. 

우리나라도 4년 전, 관련 대체부품을 사용하기 위해 관련 법규가 마련됐지만 개점 휴업상태다. 소비자가 사고 차의 수리에 신품만 고집하거나 메이커 및 수입사의 디자인 등록으로 중소기업이 같은 부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품을 검증할 수 있는 인증 시험 기준이 부족한 부분도 있다.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다. 보험 처리를 하면 차주 본인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인식도 한몫을 한다. 법적인 미비, 메이커와 소비자 인식의 후진성이 모든 보험가입자의 공동 부담으로 전가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신품을 제외한 모든 자동차 부품이 B품이라는 인식도 바로 잡아야 한다. 여기에는 일명 ‘순정품’이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고 있다. 굳이 ‘순정품’을 정의하면 제작 단계에서 양산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언급하는 회사의 브랜드명 정도다.

문제는 순정품 자체가 유일하게 순수한 정품의 의미로 홍보되면서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로 각인되고 혼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양산차에 장착되는 부품이 최고의 부품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생각을 바꿔보면 누구나 순정품보다 좋은 부품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순정품은 최고의 제품이 아니라 완성차 제작 과정에서 경제적인 논리로 탄생한 괜찮은 정도의 부품에 불과하다. 대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제품도 최고가 될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도 순정품이 각종 매스컴에 걸러지지 않고 사용되고 있고 상대적인 이름인 ‘비순정품’은 나쁜 부품으로 인식되게 하고 있다. 대체품이 법적 제도적으로 구축돼 있지만 소비자가  외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OEM 부품’이나 ‘정품’ 또는 ‘규격품’ 등 마땅한 용어가 있는데도 순정품을 브랜드명으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약 10년 전 공정거래위원회도 ‘순정품’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무슨 이유인지 흐지부지됐다.

이런 상황이 최근 더 악화되는 일이 발생했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 튜닝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법적인 이름으로 ‘순정품’을 공식 사용하는 오류를 저질렀다. 국토부의 한쪽에서는 대체품 사용을 권장하고 다른 한쪽은 ‘순정품’을 사용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얼마 전에는 지상파 공영방송 뉴스 앵커가 ‘순정품’ 이름을 여과 없이 사용하면서 최고의 부품이라는 뉘앙스를 주는 문제까지 발생했다. 이러다 보니 쓸 수가 있는 자동차 부품에는 ‘순정품’만 존재한다는 생각마저 들고 있다.

이러한 왜곡 현상은 국내 자동차 부품 산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독일식 히든 챔피언인 강소기업 육성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강소기업형 자동차 부품 기업 활성화는 자동차 메이커와 상생 개념으로 발전해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순정품’이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부품명으로 다양한 부품 생산 기업을 양성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힐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금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순정품은 좋고 비순정품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기준만 남는다.

‘비순정품’은 사용하면 안 되는 불량 부품으로 남게 되고 당연히 소비자도 그렇게 알고 세뇌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뛰어난 기술력으로 우수한 부품을 만들고 있는 중소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순정품이라는 이 해괴한 이름을 당장 떼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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