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연 100%, 대책없는 노후 경유차 200만 대

  • 입력 2018.01.15 13:0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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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감장치 무대책, 오염물질 100% 내 뿜는
2006년 이전 고령 경유차 186만대 방치

장착비 50% 지원하는 일본 이행율 90%
최대 100% 지원하는 국내 장착율 30%

클리닝 등 사후관리 강제화 방안 추진하고
초미세먼지 원인 질소산화물 저감책 절실

15일,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이 걸렸다.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와 대기 정체 영향으로 수도권은 종일 '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전날 서울지역 초미세먼지(PM2.5) 평균농도는 50μg을 넘고, 오늘도 ‘나쁨’(54μg 초과) 상태다.

문제는 이런 날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데 있다. 오토헤럴드는 최근 데일리카와 공동으로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과 강광규 박사 그리고 임기상 자동차시민엽합 대표를 초청, '미세먼지 실태와 정부 환경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는 특별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 12일 한국자동차환경협회(서울시 서초구 방배동)에서 진행된 좌담회의 내용을 알기 쉽게 문답식으로 풀어 소개한다.

사진 왼쪽부터 강광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강광규 박사, 안문수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회장,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경유차 미세먼지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안문수 회장(이하 안): 2013년에 나온 공식 데이터가 있다. 경유차가 29%, 건설기계가 22%를 배출하고 있으니까 50% 이상의 미세먼지가 경유 사용차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화력발전소, 공사장, 자동차 타이어, 분진 등 다양한 배출 오염원이 있지만 저감 대책을 경유차에 집중하는 이유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보건기구(WT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으로 충분한 설명이 될 것이다.

강광규 박사(이하 강): 인체 유해성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하자면 알갱이의 크기에 따라 분류되는 미세먼지는 코점막이나 폐 등에서 어느 정도 걸러지지만 극미세, 초미세 먼지는 세포 끝까지 가서 축적돼 각종 암의 원인이 된다.

안: 초미세먼지가 뇌 질환 암, 치매의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리고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더 심각한 이유는 인간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도로에는 수 많은 자동차와 인간이 뒤섞여 이동을 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의 실태는.

임기상 대표(이하 임): 자동차 2300만 대 시대다. 이 가운데 42%인 900만 대가 경유차고 31%인 286만 대가 2006년 이전에 생산된 노후 경유차다. 노후 경유차 상당수는 검댕이 같은 매연을 포집하거나 이를 재연소하는 장치 없이 불완전 연소과정에서 나온 오염물질을 그대로 배출하며 운행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노후 경유차에 90%의 비용을 지원해 후처리장치(DPF)를 장착하고 최대 165만 원의 조기 폐차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저감 사업에 참여한 노후 경유차는 100만 대 수준에 불과하다.

안: 저감장치를 부착 또는 조기 폐차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관리다. 저감장치를 부착하면 평균 90% 이상 미세먼지를 걸러 주지만 정기적으로 필터를 청소하는 클리닝을 해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클리닝 비용 역시 전액 무상이지만 대부분은 그냥 운행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이는데도 미세먼지 저감 정책이 뚜렷하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효성 얘기가 나왔다, 그렇다면 정책에도 전환점이 필요해 보인다. 

강: 맞다. DPF를 장착한 노후 경유차의 사후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신차는 제작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생산을 하면 되지만 운행차는 관리 상태에 따라 배출가스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운행차의 클리닝을 자동차 검사와 같이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미세먼지에 초점이 맞춰진 대기환경 정책에 질소산화물도 포함해야 한다. 경유차에서 배출된 미세먼지가 대기 중에서 질소산화물과 만나면 초미세먼지가 된다. 두말할 것도 없이 미세먼지보다 인체에 해로운 정도가 더 높다. 따라서 모든 경유차는 DPF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함께 장착돼야 한다. 

경유차 연비가 좋다는 인식도 버려야 한다. 경유차가 휘발유가 같은 환경 규제에 맞춰 개발된다면 절대 지금의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을 수 없다. 따라서 현재 100:85:50(휘발유:경유:LPG)인 유종 간 가격 비율 조정이 시급하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같이 경유 가격을 휘발유보다 더 높게 조정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안: 국민의 인식에도 아쉬운 것이 많다. 미세먼지 얘기만 나오면 어린 자녀의 외출을 막고 마스크를 쓰고 법석을 떨면서도 정작 자신은 오래된 경유차를 아무런 조치 없이 타고 다닌다. 

임: 가까운 일본만 해도 노후 경유차 저감 장치 부착에 50%의 정부 지원금이 나간다. 그런데도 장착률이 90%를 넘는다. 우리나라는 90%를 보조해 준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자체 예산을 들여 그 이상 또는 100%를 지원하지만 우리 장착률은 50% 수준에 불과하다. 

내가 내뿜는 매연은 괜찮고 남의 차에서 보이는 검댕은 안된다는 인식을 버려야 우리 자녀의 건강, 맑은 하늘을 지킬 수 있다.

향후 정부의 환경 정책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면

안: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미세먼지가 유해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미세먼지에 초점을 맞춰 환경 정책이 시행됐지만 이제 질소산화물 관리로 타깃을 바꿔야 한다. 

2015년부터 오는 2024년까지 시행되는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이 추가되고 질소산화물 기준치가 크게 강화됐지만 노후 경유차의 저감 대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배출량이 많은 중·대형 승합 및 화물 차량에 우선적이라도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부착을 추진해야 한다. 

임: 저감장치 부착 경유차의 사후관리를 강제화하는 방안과 함께 조기 폐차 보조금 규모를 차종이나 생활 수준에 따라 차별화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지금의 보조금 지원 체계는 경유차를 팔고 다시 경유차를 사거나 SUV 등 고가의 경유차를 소유한 경제적 여유 층 사람에게 혜택이 쏠리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저소득 빈곤층이 생계형으로 보유한 소형 화물차는 165만 원에 불과한 폐차 지원금만으로는 새 차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결국 근본적 해결책인 조기 폐차 대신 후처리 장치나 달고 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 좌담회를 정리한다면.

안: 선진국이 내연기관 생산과 판매를 금지하는 강력한 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대기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다. 미세먼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중국이 오염물질 과다 배출 공장을 외곽으로 강제 이전하고 갈탄 사용 금지,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등을 통해 대기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자기들이 못 살 것 같으니까' 하는 것이다.

많게는 100%까지 비용을 주고 무상으로 사후 관리를 해 주는데도 경유차 소유자가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결여 탓이다. 내 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내 가족은 물론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간접살인'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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