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호구다 '중고 아우디 A7 완판'

  • 입력 2018.01.10 14:01
  • 수정 2018.01.10 14:02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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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코리아가 판매를 재개했다. 시작은 평택항에 1년 넘게 보관돼 있던 대형 세단 A7 50 TDI다. 아우디는 재고차라는 것을 고려해 1억 원에 달하는 가격의 10%를 할인해 주는 조건으로 A7을 판매했다.

아우디코리아는 143대의 A7이 공식 판매를 재개한 지 하루 만에 완판됐다고 하지만 영업사원으로부터 사전에 '특별한' 언질을 받고 계약을 한 사람도 상당수다.

10% 할인 조건에 평택항 야적지에서 모진 비바람과 해풍에 노출된 중고차가 일시에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아우디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남아있는 수천 대의 차량도 비슷한 조건을 내걸면 완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모르긴 해도 재판매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는 폭스바겐도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구호를 외쳤을 것이 분명하다. 디젤 게이트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보상 없이 재판매를 시작하자 우리 스스로 호구임을 보여준  꼴이 된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우려가 깊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중고차, 디젤차, 방치 기간 등을 계산하면 10% 싸게 산 것이 아니라 20% 비싸게 산 격"이라고 꼬집었다. 

3년 지난 수입차 중고차의 시세가 많게는 30%가량 떨어진다고 임 대표는 "10% 싸게 산 2016년산 재고차를 한 1년 타고 2018년 중고차로 판다고 가정해 보자.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차를 얼마에 샀는지보다 3년이 지난 수입차의 시세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 그리고 평택항에 3년 방치된 문제의 차라면 누구도 제값을 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10% 싸게 구매한 아우디 A7은 연식 기준 3년 경과 후 최대 절반가량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최근 정부의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고 이에 맞춰 경유와 휘발유간 세율 조정을 통해 유류비 차이를 좁히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어 디젤차의 가치는 이전보다 빠르게 하락할 전망이다.

상품성을 유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우디 코리아 관계자는 2016년 판매 중단 이후 평택항에 보관된 차량을 지속해서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그리고 재판매 차량은 출고 전 PDI 센터의 통상적인 점검 이외에 인텐시브 케어 프로그램을 적용해 세심한 점검을 했기 때문에 차량 성능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운행을 하지 않고 방치된 차량은 가혹 조건을 주행했을 때보다 성능 저하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상 대표는 "실내가 아닌 해안가 야적장에 보관돼 있었다면 같은 기간 비포장도로와 같이 거친 가혹 조건에서 운행했을 때보다 성능이나 내구성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라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부식처럼 눈에 보이는 것은 관리가 됐겠지만 복잡한 기계의 기밀유지 상태나 경화 현상에 따른 문제는 운행 단계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심각한 사고나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기간 방치된 타이어는 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타이어 전문 업체에 따르면 및 장기 주차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가 외부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되면 온도 변화와 하중으로 인해 영구 변형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전문가는 "외형은 완벽해 보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여름철 고온에 방치된 상태로 무거운 차체의 하중까지 버티고 있었다면 보이지 않는 변형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고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는다"며 "선박으로 장기간 수송되는 차량의 타이어에서도 영구 변형이 발생하는 만큼,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우디 코리아는 이에 대해 "타이어의 경우 가장 세심하게 살펴보고 있으며 이상이 있으면 교체해서 출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육안으로는 확인이 어려운 영구 변형 우려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임 대표는 "차 가격이 10% 할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계산해야 한다"면서 "중고차 시세는 어떻게 될지, 품질에는 이상이 없을지부터 따져보는 것이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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