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3억 중국인을 사로잡은 비결은?

"현대속도"로 경쟁업체 압도, 현지 맞춤형 전략 주효

  • 입력 2012.04.28 18:1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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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경현대 2공장 생산 현장

[중국 북경] 지난 2002년, 현대차는 13억명의 거대 시장,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북경기차와의 합작사인 '북경현대'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0년, 북경현대는 앞서 진출한 폭스바겐과 GM 등 유수의 업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북경현대는 중국의 수도인 북경에 1공장을 완공,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한 2003년 첫 해에 5만대를 생산하고 전량 판매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 역사에서 가장 빠르게 달성했던 이 성과는 이른바 '현대속도'로 불리며 지금까지 신화로 남아있다.

2008년 2공장 준공에 이어 7월 준공을 목표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3공장이 완공되면 북경현대의 총 생산능력은 100만대로 확충된다. 

북경현대가 경쟁업체들로부터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시장 중국에서 현대차는 어떻게 이 같은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었을까. 지난 24일, 북경시 순의구 남환로에 있는 북경현대 2공장을 찾아 해답을 찾아봤다.

▲ 북경현대 2공장 조립 라인

-中 최고의 생산성, 한 시간에 68대

김태윤 북경현대 제2공장 부사장은 "북경현대는 중국에 진출해있는 모든 완성차 업체 가운데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한다"며 "1공장과 함께 지난 해에는 60만대의 생산능력을 초과해 74만대를 공급하는 믿기 힘든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생산능력의 한계를 넘어선 이 같은 성과는 한 개의 라인에서 한 두개의 차종을 생산하는 대개의 방식과 달리, 무려 5의 모델을 동시에 만들어 내는 독특한 혼류생산 시스템 덕분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북경현대는 시장의 수요에 맞춰 필요한 차종을 적기에 생산할 수 있었고 소비자에게 가장 빠르게 제품을 인도하는 회사로 자리를 잡았다.

▲ 부품 적재를 최소화해 공장 내부가 깔끔하다

다수의 모델을 혼류생산하는 시스템의 효율성을 증명하듯 생산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작업속도는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민첩했다. 김 부사장은 "숙련도가 높은 근로자들을 생산 모델에 따라 현장에 교테 투입하는 것이 용이하고 일반적으로 15분에서 20분이 소요되는 금형 교체시간도 우리는 단 6분에 불과할 정도로 체계화됐다"고 자랑했다.

이날 방문한 의장공장의 내부에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눈에 띄었다. 조립 라인 주변에는 꼭 필요한 부품들만 비치해 작업 효율성을 높였고 공장 자동화율을 95%까지 끌어 올려 생산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엔진과 전장품의 모듈화, 무엇보다 한국과 동일한 수준의 부품 공급이 가능한 협력사들의 동반진출도 북경현대의 생산 경쟁력을 최대화하는 밑거름이 됐다.

북경현대의 생산성은 지난 해 올리버 와이즈만이 중국내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129개의 제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HPV(Hours Per Vehicle) 조사에서 분명하게 나타났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어 내는데 소요되는 총 시간 조사에서 북경현대는 17.9시간으로 전체 기업 가운데 11위를 차지했다. 이는 자동차 생산업체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이다.

▲ 조립 전 과정을 마치고 최종 품질 검사를 마친 차량이 'OK'라인을 통과하고 있다

-"위에둥" 등 현지형 모델 최고의 인기

중국 북경에서 현대차의 앰블럼이 선명한 자동차를 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전 세계 수 많은 브랜드와 중국의 자주브랜드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지만 거리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북경현대가 만든 현지형 모델들이다.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택시는 이제 북경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고 수 많은 젊은이들은 위에둥, ix35(투싼), 베르나(엑센트)를 소유하는 것이 꿈이고 현실이 됐다.

지난 1월 중국 CCTV가 선정한 2011년 올해의 차에서 전체 평가 대상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하며 '왕중왕'에 오른 쏘나타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중국인들이 현대차 가운데 '쏘나타'를 최고의 차로 지목했고 작년 9월부터 13월까지 무려 4개월 동안 월간 1만대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다.

택시로 현대차의 브랜드를 알리는데 성공했다면 베르나와 위에둥으로 대중적인 친밀도를 다진데 이어 쏘나타를 통해 중국 중산층을 공략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 김태윤 북경현대2공장 부사장

이를 증명하듯 북경현대는 중국의 신차 수요가 전반적으로 부진했던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1.5% 성장하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판매 확대와 함께 김태윤 부사장은 "3공장 준공과 더불어 신형 아반떼와 싼타페가 중국 시장에 투입되면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현재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럭셔리 모델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장기적인 전략을 통해 아우디, 벤츠, BMW 등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는 양적 성장에서의 '현대속도'뿐만 아니라 택시 브랜드로 시작해 최고급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는 질적 성장, 새로운 속도의 신화를 창조해 내겠다는 각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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