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탄탄한 기본기 "스바루 포레스터"

  • 입력 2012.04.21 20:0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 온천 휴양지 유후인(由布院)을 출발해 시모노세키로 향하는 도중, 일행의 차에서 펑크가 났다. 옆 면이 찢겨져나가는 바람에 수리를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운 좋게도 인근에 작은 정비공장이 있었다.

정갈하고 잘 정돈된 정비공장 입구에 큼지막한 '스바루'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식으로 하면 협력업체 정도되는 이 공장 사장에게 "도요타나 혼다, 닛산 처럼 잘 알려진 회사도 많은데 왜 하필 스바루냐고 물었다.

작은 키의 사장은 "일본 자동차 다 좋다. 유명하고, 하지만 스바루는 자동차에 대한 철학, 고집 그런것이 있다. 이 때문에 장인정신이 베여있는 스바루에 대한 가치를 일본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30년 동안 자동차를 고치면서 가장 차다운 차가 스바루란 생각을 갖고 있다"며 무한애정을 과시했다. 1년전 부산을 출발해 직접 자동차를 몰고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스바루는 아주 독특한 존재다. 세단을 포함한 모든 차를 4WD(사륜구동)으로 제작하고 무게중심을 낮춘 수평대향 박서 엔진을 탑재하는 고집을 50년 넘게 꺽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스바루의 이런 독특한 이단아적 행보와 뚝심이 일본에서 만난 정비공장 사장은 물론 전 세계 수많은 마니아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비결이다.

 

-스바루는 겨울용 車? 그래서 좋은 날 시승

하지만 스바루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겨울용 차'로 더 잘 알려져 있다. 2010년 4월 한국에 진출한 스바루가 미리 시장을 선점한 경쟁 브랜드와의 차별화 전략으로 사륜구동을 내세워 겨울에 더 뛰어난 성능을 강조하면서 빚어진 선입견 때문이다.

스키 슬로프를 달리는 스바루 라인업의 모습은 날씨가 추워지면 더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마케팅 컨셉으로 굳어져 버렸다.

여의도 벗 꽃 축제가 막 시작될 무렵, 화창하고 좋은 날 스바루의 대표적인 SUV '포레스터'를 인천 송도에서 포천을 왕복하며 시승을 한 이유는 그런 선입견에 대한 검증을 하고 싶어서였다.

스바루의 모든 라인업이 그러하듯 포레스터 역시 직관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특별한 기교없이 심플하고 기능적인 면에 충실하다는 얘기다. 마치 은하수를 뿌려 놓은 듯 뚜렷한 앰블럼과 공력저항을 줄이기 위한 전면부 디자인이 어색할 정도로 요즘의 트렌드와 멀어보이지만 그러면서도 휠 하우스를 돌출시켜 적절하게 볼륨감도 살렸다.

실내 인테리어의 구성 역시 정갈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에 익숙해진 탓에 다소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단순하지만 분에 넘치지도, 그렇다고 딱히 아쉬운 것도 없다.

클러스터의 컬러 구성과 시인성, 오디오, 네비게이션, 공조장치의 조작버튼이을 최대한 단순하게 배치한 센터페시아, 무엇보다 수납공간은 레저용 차의 기본적 조건에 부합하는 넉넉함을 갖추고 있다.

포레스터의 또 다른 실내 장점은 공간의 여유다. 후석에서 다리를 꼴 수 있을 만큼 여유있게 레그룸을 확보해도 전석과의 간섭이나 불편함이 없고 러기지 룸 역시 동급 모델에 비해 크고 넉넉하다. 다양한 시트베리에이션을 통한 활용성도 무궁무진하고 자세히보면 테일게이트의 개방성이 워낙 좋아 산악용 자전거와 스노우보드 등의 레저 및 캠핑용품을 싣고 내리기에 매우 편리한 구조다.

 

-3세대 박서엔진의 고른 숨소리, 그리고 놀라운 핸들링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뉴 포레스터는 3세대 박서엔진이 탑재됐다. 무려 21년만에 모습을 드러낸 3세대 박서엔진은 무게 중심을 낮추고 엔진의 진동을 저감시켜 주행능력과 승차감 향상을 목표를 두고 개발됐다.

특히 일반 엔진에 비해 작은 사이즈와 가벼운 무게로 차체의 기동성은 물론, 연비성능도 크게 개선됐다는 것이 스바루의 설명이다.

덕분에 포레스터는 기존 모델에 비해 연비는 10% 향상된 10.6km/l, 최고출력 172마력(5800rpm), 최대토크 24.1kg.m(4100rpm)의 폭발적인 성능을 발휘한다. 270km 거리의 시승에서 기록한 최종 연비는 10.7km/l로 표시연비를 조금 웃 돌았다.

박서엔진의 진가는 꽤 가파른 경사, 급격한 코너에서 여지없이 발휘된다. 조금의 부족함도 없이 마치 기관차처럼, 시작과 끝 모두 고른 숨소리로 일관된 성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륜과 후륜에 적용된 맥퍼슨 스트럿,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세팅과 차체 하부에 집중된 무게중심 덕분에 급격한 방향성을 받아들이는 핸들링 능력과 빠르게 반응하고 복원되는 조향감도 만족스럽다. 따라서 스바루 포레스터의 달리는 맛과 운전에서 느껴지는 재미가 동급 SUV 가운데 가장 뛰어났다.

겨울용 차?, 아니다. 스바루의 다른 라인업이 어떤 상품성을 갖고 있는지는 다 알 수 없지만 포레스터는 분명, 이 멋진 봄날에도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차였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