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바람 예고한 현대차 그룹 신년사 유감

  • 입력 2018.01.02 13:26
  • 수정 2018.01.02 15: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8년 신년사에 나타난 현대차 그룹의 시장 전망은 비관적이다. 평년작 또는 소폭이나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데도 그룹사 그리고 현대차, 기아차의 개별 신년사에는 저성장 기조, 성장세 정체,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 증대 등 비관적 표현이 가득하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 핵심 시장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등 빠르게 변화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됐고 따라서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시장 전망을 비관적으로 내놓는 이유는 사드 역풍이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은 중국, 시장 성장을 주도하는 픽업트럭은 팔 차가 없고 때를 놓쳐 투입한 소형 SUV마저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북미, 적절한 신차 투입 시기를 놓친 유럽에서 '올드'한 브랜드로 이미지가 퇴보한 것을 스스로 알고 있어서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신차를 개발하고 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현대차 그룹이 시장 변화와 트랜드를 제때 읽지 못한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신년사에는 이런 자기 반성이 담겨있지 않다.

최고 경영진이 내 놓은 위기해법은 '현장 책임경영'을 과거 어느 때보다 강조한 것에 그쳤다. 전사적 책임경영 실현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제시된 목표만큼 실적을 올리지 못하거나 수익을 내지 못하면 가차 없이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과 함께 강조된 것이 수익성이다. 판매와 생산 영역의 비용 효율화, 불필요한 품질 비용 최소화 등은 매년 신년사에 빠짐없이 등장한다. 한 임원은 "위기감에 공감하고 있지만 책임경영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경영 상황이 좋았을 때 하고는 체감 정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신년사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자화자찬이 나열됐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자평한 것이 대표적이다. 1위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카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 이상인 상황에서 고작 10만 대로 2위를 차지한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일까.

G70이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는 말도 수긍이 되질 않는다. 이렇게 누구도 공감하지 못하는 자화자찬으로 자신들은 위로가 되겠지만 대외적으로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리 만무하다. 신뢰는 지금 현대차 그룹에 절실한 것 가운데 하나다.

고객 우선, 품질 경영, 신차 투입, 미래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도 이제는 물린다. 상황을 옳게 바라보고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래 시장 변화를 빠르게 예측하고 대처하는 능력이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몇 년간 이것을 놓쳤고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내부적으로 그런 대비가 충분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신차 몇 개를 투입하고 친환경차 몇 개를 늘리겠다는 것만으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 신년사는 실망스럽다. 더불어 뼈저린 자기반성이 담기지 않은 것도 아쉽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