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노트로 달린 홋카이도 눈길 700km

  • 입력 2017.12.27 11: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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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적설량 6m,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일본 홋카이도의 12월은 비와 눈이 번갈아 가며 내리고 강풍이 불더니 어느 순간 눈이 녹아내려 도로가 질펀해지고 얼기를 반복하는 고약한 날씨를 보여줬다. 

홋카이도에서 눈길 운전을 해보겠다고 나선 지난 24일,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삿포로 중심 지역 도로는 물청소를 한 것처럼 깨끗했다. 도로 옆으로 각을 세워 쌓아 놓은 치워진 눈을 빼면 초봄 날씨와 다르지 않았다. 

삿포로역 북쪽 출구에 있는 닛산 렌터카에서 예약한 닛산 소형 해치백 노트의 키를 받아 들었다. 4100mm의 전장과 1695mm의 전폭 그리고 1385kg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로 다루기 쉬운 모델로 일본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팔리는 베스트셀링카다. 

 

닛산의 패밀리룩에 충실한 외관을 갖고 있고 실내는 차선이탈경보, 내비게이션, 큼직한 에어밴트, 원형 센터패시아로 소형차 다운 것들로 채워져 있다. 배기량 1.2ℓ의 DOHC 엔진은 98마력(5600rpm)의 최고출력과 14.55kgf・m(440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듣고 오전 10시, 방향을 잡은 곳은 환상적인 설경과 온천, 라벤더, 영화 촬영지 등으로 유명한 홋카이도 북쪽 내륙의 비에이와 후라노다.

날씨가 봄날 같다는 말에 렌터카 회사 직원은 "워낙 변덕이 심한 것도 있지만 삿포로와 비에이의 날씨는 전혀 다르다. 많은 눈이 쌓여 있을 테고 고속도로 말고는 제설작업을 하지 않은 곳이 많으니까 조심해야 한다"고 몇 번을 당부했다. 

 

그의 걱정과 달리 홋카이도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아사히카와다카스 IC까지 닿는 125km의 여정은 쾌적함 그 자체였다. 도로 옆 반듯하게 쌓아 올린 눈, 들판과 산을 빈 자리 하나없이 채운 눈, 한적한 도로, 정갈한 풍경과 거슬릴 것 없는 다른 운전자의 매너가 보태져 최상의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최고 속도가 80km/h에 불과한 제한속도, 그래서 소박한 휴게소 몇 곳을 들르며 3시간 가깝게 운전을 했는데도 짜증은커녕 더 달리고 싶은 충동을 느낄 정도로 쾌적했다.  

그러나 아사이카와시로 들어선 직후, 상황이 돌변했다. 갑작스럽게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도로는 눈길 이상으로 포악한 빙판길로 변했다. 여기에 적지 않은 차량과 섞여 수시로 나타나는 신호등마다 정지와 출발을 반복해야 하는 초긴장 상태가 이어졌다. 

 
 

오른쪽 운전이 처음은 아니고 눈길 운전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삽시간에 도로를 덮어버리는 눈은 무섭기까지 했다. 놀라운 것은 여기 운전자의 여유, 여성은 물론 노인 운전자도 믿기 힘든 속도로 빙판길을 달린다. 일본은 없을 것 같았던 휴대전화 통화 운전자도 있었다. 

잠시 빙판길을 달려보고 운전 실력이야 저들과 비슷할 테고, 맞다! 몰고 있는 자동차를 믿으면 저렇게 달리지 못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4WD인 닛산 노트에는 던롭의 겨울용 타이어 윈터맥스(14인치)가 장착됐다. 

이를 믿고 앞차와의 간격을 충분히 확보하고 달렸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짧은 거리마다 설치된 신호등에 맞춰 충분히 감속 후 제동을 하면 노트는 원하는 위치에서 멈춰선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더 자신감이 붙는다. 

 

족히 10km가 돼 보이는 직선로를 타고 대설산(다이세쓰산) 초입에 들어서자 눈길 상황은 더 심각했지만 빙판길보다는 운전이 수월했다. 모터로 구동되는 닛산 노트의 4WD 모드는 앞바퀴의 슬립량에 따라 엔진 토크를 제어하는 트랙션 제어 기능으로 출발할 때도 안정적인 기능을 발휘했다. 

덕분에 청의 호수를 지나 비에이의 온천마을에서 다이세쓰산의 초입, 영화 철도원의 배경이 됐던 후라노, 마일드세븐 언덕 등을 누비고 다니는 눈길 운전이 재미있다는 생각까지 들게 했다. 닛산 노트의 탄탄한 기본기도 눈길 운전에 자신을 갖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내친김에 홋카이도에서도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서부 해안도로를 타고 도마마에조를 들른 후 삿포로로 되돌아왔다. 총 주행 거리는 714km, 충분한 속도를 내지 못했고 자갈밭 처럼 얼어 붙은 눈길과 빙판길을 달린 탓에 고속 주행 질감, 회전성, 승차감, 정숙성 따위의 일반적인 시승감은 생략한다.

 
 

종잡을 수 없는 홋카이도 날씨는 크리스마스인 25일 절정에 달했다. 강풍을 타고 내린 눈 소나기가 순식간에 세상을 덮더니 TV에서는 열차 탈선, 교통사고, 운행 정지 등의 속보가 계속 전해졌다. 그런데도 이날 삿포로역 인근과 오도리, 스스키노 같은 번화가는 수많은 젊은이와 자동차로 가득했다.

한국어에 능통한 호텔 직원에게 이런 날씨는 운전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여기는 이런 날씨가 일상이다. 윈터 타이어 달고 앞차 거리, 급출발이나 급제동을 하지않으면 보통 운전과 다르지 않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교통사고라고 하는 것도 대부분 제설차나 관광객 렌터카가 대부분"이라며 "렌터카 사고도 도로 옆에 치워 놓은 눈에 덮힌 시설물과 부딪히거나 배수구에 빠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홋카이도의 모든 도로에는 시설물의 위치나 도로 경계를 알려주는 표시막대가 설치돼 있다.

생애 가장 혹독한 조건에서의 운전을 무사하게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윈터 타이어와 4WD로 겨울철에 적합하게 준비된 자동차와 어느 정도의 상식과 요령을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겨울철에 맞는 타이어를 장착하고 충분한 간격 유지, 그리고 급제동과 급출발 금물, 언덕 등 무리한 구간을 피해 다니면 눈길 운전은 크게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된다. [일본 홋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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