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QM6' 폭설 내린 문배마을 공략기

  • 입력 2017.12.22 11:48
  • 수정 2017.12.22 17:02
  • 기자명 최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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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배마을. 강원도 춘천 봉화산에 있는 아주 작은 촌락이다. 구곡폭포 매표소를 지나 굽이굽이 산세를 타고 약 5km를 더 들어가야 한다. 6.25 전쟁이 나는 줄도 몰랐다는 산골이다. 그만큼 산 속 깊이 위치해 있다. 서울에서 약 한시간 반 거리의 두메산골을 ‘QM6’와 함께 찾았다.

운이 좋았던 걸까, 나빴던 걸까. 주초 수도권과 강원 영서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렸다. 시승 프로그램은 21일 진행됐고, 앞서 이틀 동안 도로에 쌓인 눈이 녹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산길은 달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날 밤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에만 또 한번의 눈소식이 이어졌다.

다행인 것은 눈의 질이었다. 압력이 가해지면 빙판으로 돌변하기 쉬운 수분을 잔뜩 머금은 눈이 아니었다. 그 위에서 겨울 스포츠를 즐기고 싶은 보송보송한 눈이었다. 주차장에서 발걸음을 멈춘 차량들을 뒤로 한 채 산길을 올랐다.75km의 잘 닦인 도로위를 달려 도착한 강촌문배길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았다. 

도로 위가 매표소를 기점으로 흑과 백으로 나뉘어 있었다. 출발부터 눈길이 우리를 반겼다. 변속기 레버를 M(Manual, 수동모드)으로 바꾸고, 4륜구동 LOCK을 걸었다. 이는 차량의 구동력을 4륜으로 고정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속 20km 미만으로 천천히 진입로의 완만한 언덕을 올라 탔다. 노면 질감의 차이가 온몸으로 전달됐다. 아스팔트 또는 시멘트 도로와 달리 살짝 붕 떠있는 느낌 같기도 했다. 엑셀레이터 페달(이하, 엑셀) 위 발끝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날 시승에 동행한 곽창재 인스트럭터는 엑셀을 끊어 밟지 말고, 꾹 눌러주고 풀어주는 식으로 압력의 양을 조절하는 것이 눈길과 빙판길 주행의 키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계기판의 모니터에서 앞뒤 바퀴의 구동력이 50:50으로 분배돼 있는 것을 확인하며 길을 나아갔다. 전륜 기반의 AWD 모드를 지원하기에 4륜구동으로 고정 해놓지 않으면 출발하는 순간부터 앞바퀴의 힘이 강해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바퀴는 한번 헛돌기 시작하면 전진할 수 있는 마찰력을 되찾기가 상당히 어렵다.문배마을로 향하는 길은 대부분 오르막이었다. 

엑셀을 조절하는 주행이 90% 이상을 차지했다. 눈이 쌓인 산길을, 그것도 차를 가지고 오는 이들은 우리 밖에 없으니 마음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운전을 할 수 있었다. 큰 어려움 없이 4개의 바퀴가 적절한 접지력을 유지하며 목적지로 나아갔다. 헛발질을 할 까봐 걱정이 들면 ‘QM6’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직하게 눈길을 헤쳐 나갔다.

중간중간 상고대를 즐기기 위해 강촌문배길을 걷는 몇몇의 등산객 무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차량의 등장에 길을 내주면서 우리를 쳐다보는 그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이렇게 눈 쌓인 산골에 자동차가 웬 말이야”라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그랬다. 문배마을로 향하는 그날의 길은 그런 상태였다. 자연은 자동차의 바퀴보다 인간의 발걸음을 허락하고 있었다. 길을 나아갈수록 소음이 잦아들고, 공기가 온화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속세를 떠나 선계를 향하는 듯 했다. 약간의 경사가 더해진 급선회 구간이 등장하자 곽창재 인스트럭터는 스티어링휠을 크고 빠르게 돌리라고 조언했다.

현실세계로 돌아오는 길은 내리막이 주를 이뤘으며, 브레이크 조절이 관건이었다. 마찬가지로 풀었다 조였다를 반복하며 눈길을 미끄러져 내려갔다. 이때, 차듯이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바퀴가 헛돌면서 차량이 돌거나, 미끄러지게 된다. 

눈길 또는 빙판길 주행이 평소 일반 도로와 다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와 도로가 맞닿은 부분은 4개의 바퀴가 전부인데, 이 면적을 다 합치면 A4용지 크기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겨울에는 반드시 타이어를 점검하고, 계절에 맞는 타이어로 교체를 해야 한다.

오르막과 내리막에서 모두, 눈길이 다져진 상태에 따라 바퀴가 절로 길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었다. 엑셀보다 브레이크를 사용하는 구간에서 두드러졌다. 하지만 ‘QM6’는 자신을 잃지는 않았다. 접지력을 상실한 정도는 아니었다는 것. 이럴 때는 엑셀과 브레이크를 추가 조작하기 보다는 그 상태 그대로 스티어링 휠이 가려는 대로 뒀다가 다시 주행을 이어가면 된다. 

 

곽창재 인스트럭터는 “순간 차량의 뒷부분이 도는 느낌이 들 때는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핸들을 조작해서 중심을 잡고 엑셀을 살짝 밟아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돌아오는 길, 앞선 ‘QM6’ 시승 경험 때 느꼈던 초반 가속의 더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곽창재 인스트럭터에 따르면 ‘QM6’의 느긋함은 초반 토크 설계와 CVT의 조합에 따른 결과물이다. 최근 다른 국산 브랜드를 비롯한 다운사이징 엔진을 실은 모델들은 저영역 RPM에서부터 최대토크를 발휘, 플랫 토크 구간이 형성되도록 설계된다.

하지만 ‘QM6’는 무단변속기 CVT와 조화를 이뤄 RPM이 올라갈수록 최대토크를 꾸준히 뿜어 내도록 디자인됐다. 그래서 끈기 있는 가속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QM6’는 고속으로 달릴수록 더욱 편안한 주행을 즐길 수 있다. 반면에 초반 토크가 좋은 다운사이징 엔진의 모델들은 고속에서 토크가 떨어져 속도는 빠르나 힘이 부족하다.

‘QM6’가 도심형 SUV를 표방한다고 해서 마냥 얌전한 도시 도련님은 아니다. 르노삼성 측의 설명대로 활용도가 높다는 것으로 이날 스스로 증명해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강촌문배길을 정복한 ‘QM6’는 바디킷을 장착해 그 능력을 한껏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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