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투지를 보여줬거나 가장 불운했던 차

  • 입력 2017.12.05 12:12
  • 수정 2017.12.06 10: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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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자동차 판매가 180만 대를 밑돌아 2016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연초 예상이 적중할 것으로 보인다. 11월 현재 내수 누계는 163만 대, 12월 예상치 15만 대를 합쳐도 2016년 기록한 182만 대에는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부진한 기록과는 다르게 특별한 사연을 남긴 모델은 많았다. 현대차 그랜저는 수입차 연간 예상 판매량의 절반 이상이 팔렸고 렉서스 ES 300h는 하이브리드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수입차 베스트 셀링카 2위 자리를 꿰찰 것이 확실하다. 올 한해, 특별했던 모델을 분야별로 정리했다.

'그랜저의 해', 현대차 그랜저

 

11월 현재 그랜저의 누적 판매 대수는 12만 3000대. 수입차 브랜드 전체의 연간 예상 판매 누계가 20만 대를 조금 넘길 것으로 보이고 10만 대 가까스로 넘길 것이 확실한 르노삼성차와 비교하면 올 한해는 '그랜저의 해'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랜저는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연속 1만 대 판매라는 경이적인, 국내 자동차 산업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도 세웠다. 아반떼와 쏘나타가 그랜저를 맹추격했지만 힘에 부쳤고 11월 현재 격차는 4만 대 이상으로 벌어져 있다. 그랜저의 인기는 현대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랜저에 필적할 만한 동급의 수입차가 없고 BMW와 벤츠 등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과 비교해 가성비가 뛰어나기 때문"이라며 "대기 수요자가 워낙 많아 내년에도 지금의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불굴의 투지, 쌍용차 티볼리

 

현대차가 코나를 출시하고 곧바로 기아차가 스토닉을 투입하고 르노삼성차가 QM3의 부분변경 모델까지 내놓는 삼각 편대의 공격으로 소위 약발이 다할 것으로 보였던 쌍용차 티볼리는 불굴의 투지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7월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코나는 11월 현재 누계 2만 904대로 월평균 4180대, 기아차 스토닉은 7320대로 월평균 1464대, 쌍용차 티볼리는 누계 5만 395대로 월평균 4581대를 팔았다. 출시 3년 차인 티볼리가 월평균 판매 실적으로 신차 코나를 따돌릴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매월 판매 조건에 따라 실적이 들쑥날쑥한 코나와 달리 티볼리는 꾸준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으로 코나의 신차 효과가 사라지면 티볼리의 독주 체제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션 임파서블, 기아차 니로

 

현대차 아이오닉과 함께 친환경 전용 모델로 개발된 기아차 니로는 볼모지 또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국내 하이브리드카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판매된 국산 하이브리드카는 총 5만 3834대, 이 가운데 니로는 2만 721대로 38%를 점유했다. 2위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판매가 1만 6000여 대, 강력한 경쟁차로 여겨졌던 아이오닉은 4000여 대를 기록하고 있어 니로의 선전은 더욱 도드라진다.

니로의 성공 요인은 SUV 차종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시장 변화와 맞물려 디젤차 이상의 연비, 환경, 특히 동급의 가솔린 또는 디젤보다 저렴하거나 대등한 수준의 가격 조건까지 맞아떨어지면서 수요를 끌어낸 데 있다.

불운했던 차, 혼다 CR-V

 

혼다가 야심 차게 준비한 신형 CR-V는 지난 3월 열린 서울모터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초반 기세는 등등했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1000대 이상 신규 계약이 몰리면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8월, 신차의 행거 빔에서 발생한 녹으로 발목이 잡혔다. 계약 취소가 줄을 이었고 소비자 항의와 시민단체의 고발, 급기야 혼다코리아 CEO가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하는 일로 비화했다. 

혼다코리아는 차량 안전과 탑승자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원인 규명에 즉각 나서는 한편, 녹 제거 및 무상 방청 작업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소비자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0월까지의 판매 누계는 1271대,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예기치 않은 일로 소비자 우려와 불편을 일으켰다"면서 미국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CR-V가 한국에서 고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크다는 눈치다. 

신형 CR-V는 미국에서 월평균 3만 대 이상, 동급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2017년 북미 시장 누계는 34만여 대, 국내로 들어오는 CR-V도 미국에서 생산되는 같은 타입이다. 

반전 아이콘, 렉서스 ES 300h

 

2004년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목록을 보면 렉서스가 1위(ES 330)와 2위(LS 430)에 차례로 이름을 올렸다. ES 330은 2005년, ES 350은 2006년 1위를 차지했고 2007년에도 ES350이 2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수입차 시장에서 렉서스의 지배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0년 ES 350이 8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2014년까지 이 목록에서 렉서스 브랜드의 모델은 찾아볼 수 없었다. 렉서스 브랜드를 다시 베스트 셀링카에 재진입 시킨 모델은 ES 300h, 2015년 당시 5006대를 팔아 단숨에 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112대로 3위를 기록한 ES 300h는 올해 10월까지의 누계가 벌써 6357대로 작년 실적을 넘어섰다. 베스트셀링카 순위는 BMW 529d에 이은 2위, 3위 벤츠 E 220d와의 격차가 3000대 이상이어서 순위 변동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랜 침묵을 깨고 반전에 성공하면서 렉서스 브랜드의 존재감을 살려낸 ES 300h는 디젤차의 수요 감소 추세를 타고 내년에는 2004년 기록한 1위 자리를 다시 꿰찰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포자기?, BMW 7시리즈

 

올해에도 BMW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벽을 넘지 못할 전망이다. 10월 누계에서 BMW는 4만5990대, 메르세데스 벤츠 5만8606대에 1만 대 넘게 뒤처져 있다. 전사적으로 '타도 벤츠'를 외치고 있는 BMW로서는 지난해 7000여 대 수준이었던 격차가 되려 더 벌어진 상황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눈치다. 

그러나 앞으로도 두 브랜드의 판매 격차는 좁혀질 것 같지 않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벤츠의 성장률은 30%를 넘어섰지만 BMW는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BMW 입장에서 더욱 수치스러운 것은 플래그십 7시리즈가 좀처럼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7시리즈의 10월 현재 누계는 2641대로 벤츠 S 클래스 5088대의 절반을 약간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인지 BMW 코리아는 지난해 까지만 해도 스포츠 스타와 이런저런 명사에게 의전차를 제공하고 또 파격적인 조건으로 플래그십 경쟁을 벌였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이렇다 할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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