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 798 예술구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

  • 입력 2017.11.28 08:4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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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여행에서 빼놓으면 안 될 곳 가운데 하나가 '798 예술구'다. 1950년대 소련과 동독이 군수물자를 조달하기 위해 조성한 718 연합공장이 이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거대한 공장지구로 확장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원자탄과 인공위성 등 중국의 비밀스러운 군수품이 생산됐지만 1990년대 이후 경기 침체로 문을 닫기 시작한 자리를 가난한 예술가들이 찾아 들면서 중국 현대 미술의 중심지이자 최대 규모의 예술 단지로 변모했다.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 등 예전의 건물 형태와 구조를 최대한 살린 로프트식 예술 공간으로 가득한 이곳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 예술가의 작품 활동, 갤러리와 카페 또 관련 기업이 작품을 전시하거나 기업 홍보 공간으로 가득 채워지면서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베이징의 명소가 됐다. 

최근 이곳에 새로운 명소가 등장했다. 베이징 동북부 따산즈에 있는 798 예술구의 정문 격인 4호 문에서 100m가량 걷다보면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운 대형 벽화 '798 지도(Map of 798)'가 나타난다. 대부분 방문자가 이 벽화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현지인과 외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이 자리 경쟁을 벌일 정도로 최근 798 예술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의 외벽 풍경이다. 

베이징의 겨울 날씨로는 유례없이 맑았던 11월의 마지막 주말,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을 찾았다. 작은 나무로 가득 채워져 있는 비바리움의 아래를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스토리텔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체험 매니저 리 한올(Lee Hanol) 씨는 "80년 전, 군수공장으로 세워진 공장 건물의 외벽과 골조를 그대로 살려 여러 용도에 맞게 인테리어를 했다"고 말했다.

 
 
 

유명 디자인 설계사 2x4가 꾸민 스튜디오는 천장에 옛 군수공장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1층에는 자동차 관련 서적으로 가득 채워진 북 라운지와 커피숍, 2층에는 전시 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스튜디오가 문을 열면서 시작한 작품 전시에는 많은 관람객이 북적거렸다. 

리 한올 매니저는 "지금 2층 전시공간에서는 소셜 모빌리티를 주제로 과거와 미래의 이동성에 대한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며 "조금 어려운 주제지만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스토리텔러가 작품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관람객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스터리텔러 강형문 씨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주제와 라이프 스타일 등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현대차 브랜드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베이징에는 2명의 체험 매니저와 14명의 스토리텔러가 상주한다.

이곳에서 만난 유학생 김연호 씨(26세)는 "798 예술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는 곳인데 이곳에 현대차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을 최근 알았다. 2층 소셜 모빌리티 전시장을 1시간 넘게 둘러봤다"며 "유학생 사이에서도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한 번 가봐야 하는 곳이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의외로 문화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자부심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 높은 편'이라며 "요즘 현대차나 기아차가 사드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가 많은데, 이런 갤러리가 브랜드 이미지의 품격을 높이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서울 등 국내 4곳과 모스크바에 이어 두 번째 해외 브랜드 체험관을 이곳 798 예술구에 마련한 것도 중국인들의 예술적 욕구를 자동차, 환경, 미래 이동 수단 등과 접목하고 소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리 한올 매니저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베이징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전시하고 유명 명사와 관객이 소통할 기회를 제공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며 "이를 통해 현대차 브랜드의 가치가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와 이야기를 하는 중에도 방문객은 줄을 이었고 주중 300여 명, 주말 2000여 명이 스튜디오를 찾는다고 한다. 2층 전시관을 둘러보는 관람객의 표정도 진지했다. 사드 사태로 시작된 현대차의 중국 시장 부진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어쨋든 베이징을 간다면 798 예술구는 방문 1순위 목록에 올려놓기 바란다. 클래식하거나 모던한 분위기의 카페가 뒤섞여있고 작고 허름한 또는 엄청난 크기의 갤러리,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것,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작품이 돼 눈을 호강시킬 수 있어서다. [중국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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