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뉴 X3, 클리셰를 거부한 걸출한 SAV

  • 입력 2017.11.20 16: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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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처음 소개된 BMW X3는 정확하게 7년 주기로 완전변경 모델이 출시됐다. X3의 2세대는 2010년, 3세대는 지난 6월 공개됐고 국내 판매는 12월 본격 개시된다. 

SAV(Sports Activity Vehicle)라는 새로운 장르의 X3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가장 짧은 시간, 160만 대 이상 팔렸다. 1세대에서 2세대를 거치며 진부함을 없애는 대신 미려한 스타일의 완성도를 높이고 새로운 편의 기능과 온·오프로드를 가리지 않는 주행 성능이 보태진 뉴 X3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1세대 전기에서 다소 투박했던 외관은 3세대로 이어져 오면서 리듬과 볼륨이 강조된 유연한 스타일로 다듬어졌다. 차체 크기는 변화가 없지만 휠베이스는 54mm 확장됐다. 오버행이 더 짧아 보이고 차체 비율의 균형이 부각되는 것도 휠베이스를 늘린 효과다. 

 

BMW는 이를 통해 뉴 X3가 완벽한 50대50의 무게 배분을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1세대 전기형에 가깝게 커진 키드니 그릴은 의도와 달리 어색한 느낌을 준다. 양쪽으로 배치된 육각형 어댑티브 LED 헤드라이트와 리듬이 강조된 라인으로 일체감을 살려주고 있지만 지나친 개방감으로 속이 훤하게 드러나고 있어 '만들다 만 느낌'이 든다.

측면의 상단 캐릭터 라인을 수평으로 바꾸고 휀더의 에어덕트로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루프 스포일러, 트윈 배기 테일 파이프도 이런 느낌을 준다. 국내에 출시된 M 스포츠 패키지, xLine 트림은 역동성과 오프로드 캐릭터를 각각 강조하는 특성으로 차별화했다. 

M 스포츠 패키지는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 스포츠 브레이크, 스포츠 가죽 스티어링 휠, 스포츠 시트, 인디 비주얼 헤드 라이너, 알루미늄 롬비클 등으로 역동성을 강조됐다. xLine은 라디에이터 그릴 등을 알루미늄 새틴으로 처리하고 전용 경합금 휠, 그리고 실내에 X3 최초로 대시보드를 가죽으로 처리해 강하고 고급스럽게 마무리했다.

 
 

실내는 변화한 인포테인먼트 하나만으로 큰 만족감을 준다. 와이드 타입의 디스플레이는 뛰어난 해상도의 그래픽을 보여주고 내비게이션의 정확도, 그리고 터치에 반응하면서 메뉴 조작이 쉬워졌다. 콘솔 다이얼과 터치 패드, 여기에 제스처 컨트롤까지 지원되면서 이전의 번거롭고 불편했던 인포테인먼트의 불만을 싹 사라지게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시인성, LCD 클러스터, 버튼 하나로 BMW 콜센터와 연결해 원하는 장소의 주소를 내비게이션으로 전송하는 컨시어지 서비스(3년간 무상)도 마음에 든다. 사고로 에어백이 작동하면 자동으로 긴급 전화를 걸어주는 인텔리전트 이머전시 콜도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공간은 무난한 수준이다. 충분한 여유보다 3존 전자동 공조장치, 뒷좌석 롤러 선 블라인드, 40:20:40 비율의 폴딩과 전방 5도, 후방 6도까지 각도 조절이 가능한 시트로 공간을 효율적이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가득하다.

 
 

뒷좌석을 완전히 접으면 트렁크 용량은 550ℓ에서 최대 1600ℓ로 늘어나고 앰비언트 라이트와 도어 주변을 비추는 ‘웰컴 라이트 카펫’도 제공된다. xDrive 기준 20d와 30d는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과 앞 좌석 통풍 기능, 서라운드 뷰,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제스처 컨트롤, 20인치 휠로 차별화했다. 

시승 모델은 뉴 X3 xDrive 30d, 3ℓ직렬 6기통 디젤 엔진으로 265마력의 최고 출력과 2000~2500rpm 사이에서 63.3kg· m의 최대 토크를 낸다. 100km/h까지의 가속 시간은 5.8초, 최고 속도는 240km/h, 복합 연비는 11.3km/ℓ의 제원을 갖고 있다. 시승에서는 11.11km/ℓ의 연비를 기록했다.

공차중량을 이전 모델보다 최대 55kg 줄이고 공기저항 계수(Cd)를 동급 최고 수준인 0.29까지 낮춘 효과는 컸다. BMW의 디젤 파워트레인이 갖고 있는 정숙성을 토대로 고속으로 도달하는 과정이 경쾌하고 매끄럽다.

 

가속 페달에 집중하지 않으면 체감하기 이전에 제한속도를 넘어선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에서는 rpm이 1300을 넘지 않고 더 속도를 끌어올려도 2000rpm을 넘지 않는다. 대신 실내는 고속에서도 그 이상의 정숙성을 유지해 준다.

이런 정숙성이 새롭게 디자인된 섀시와 어울려 동급의 가솔린 모델 이상의 세련된 승차감과 주행 질감을 선사한다. 배기량이 갖고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해도 디젤에서 이런 정숙성과 승차감, 주행 질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시승차인 뉴 X3 xDrive30d에 적용된 다이내믹 댐퍼 컨트롤은 오프로드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댐퍼 응답을 노면과 주행 상황에 맞게 조정해주는 전자식 제어로 세종천문대(경기도 여주) 인근에 있는 남한강변의 꽤 거친 자갈길과 모랫길 그리고 도강(최대 50cm)까지 능숙하고 안전하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온로드의 고속 및 와인딩에서 보여준 섀시의 견고한 안정감, 오프로드 부드러운 대응력, 이런 양면의 완벽한 성능이 X3의 본질이 SAV라는 것을 일깨워주는데 충분했다. 

주행보조 사양은 아쉽다. 레이더 및 초음파 센서와 연동해 차량 주변을 모니터링해 충돌 및 보행자 접근을 경고하고 제동을 보조하는 기능 은 기본 장착됐지만 차선을 유지하고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크루즈 컨트롤이 빠졌다.

이런 아쉬움은 가격으로 보상된다. BMW 코리아는 뉴 X3 xDrive20d M 스포츠 패키지는 6870만 원, 뉴 X3 xDrive20d xLine 6580만 원, 뉴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8360만 원, 뉴 X3 xDrive30d xLine 8060만 원으로 결정했다. 동결했거나 가격이 내린 셈이다.

[총평]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세단 판매 증가세는 더디고 이 자리를 RV가 채워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세계 시장뿐 아니라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세계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RV 판매는 세단을 추월했고 10년 후인 2028년에는 1000만 대 이상의 격차로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BMW는 3세대 X3가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에 대비한 전략 모델이라는 것, 그리고 메르세데스 벤츠, 랜드로버, 볼보 등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에 자리할 수 있도록 공들여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지는 전세대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인하한 가격 정책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딴죽을 걸자면 가격을 올릴 타당한 이유는 없다. 모든 것이 바뀌기는 했어도 상품성에서 비교가 되는 벤츠 GLC(7720만 원), 요즘 잘 나가는 볼보 XC60(6090~6740만 원)의 틈새를 공략해야 하는 BMW의 입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아 보여서다. 또 하나, 달리는 맛은 일품인데 운전 보조 사양이 경쟁 모델에 비해 빈약한 것도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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