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2억6000만 명의 시장 '인도네시아'

김필수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7.11.20 08:11
  • 수정 2017.11.21 09:33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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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오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열린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자동차의 진출 가능성이 부각돼 관심이 쏠렸다. 이렇게 인도네시아를 포함, 사드 문제로 불안정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일본의 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정부가 신남방 정책을 중요한 어젠다로 본격적인 지원정책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동남아 시장의 맹주 역할을 자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인구밀도나 부존자원은 물론 면적 등 다양성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국가다.

무엇보다 자동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어서 연간 신차 판매가 100만 대를 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자국을 동남아 자동차 최대 생산지와 판매 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약 95%를 일본 차가 석권하고 있다.

연간 1000만 대 이상의 이륜차 시장도 대부분 혼다 등 일본 메이커가 점유하고 있다. 이전에도 여러 번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크게 보고 서둘러 진출을 했으면 하는 칼럼을 기고했다. 방문할 때마다 성장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통한 자동차 산업 활성화 협력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쪽에서 비공식적으로 여러 번에 걸쳐서 자동차 산업의 협조를 요청했고 수십 년간 독과점 형태인 일본보다는 시장의 성장에 따른 다변화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성공한 유일한 국가이며 따라서 문제점과 성공 방법은 물론 그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기법을 전수하는데 가장 적절한 국가로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국가의 완전한 독점을 굳히기 위해 일본 내에서 동남아 세미나를 자주 갖는다. 

직접 구입한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의 특성과 선호도 등 다양한 특성을 고려하여 추진하는 철저한 분석이 돋보일 정도로 시장의 점유율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메이커의 시장 진입을 가장 두려워하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가 제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고 상당 부분을 우리 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현대차 그룹이 진출을 못한 이유는 지난 1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코린도 그룹과의 분쟁이 주요 이유 중의 하나다. 

코린도는 인도네시아의 주요 그룹 중 하나로 한국인이 세운 해외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이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다양한 사업 진출 모델 중 자동차가 포함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현대차와의 관계로 이어졌다.

코린도 계열사 코린도 모터스는 현대 트럭을 반제작 형태의 모듈을 조립하고 판매와 서비스를 담당했고 약 2년간 그동안 굳건 했던 일본 차의 아성을 깨고 점유율을 끌어올렸지만 잦은 고장과 현대차와 문제로 커지면서 소송전이 벌어졌다.

수년간 진행되던 사건이 올해 초에 마무리가 됐지만 껄끄러운 상태로 마무리되면서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인 기업 간의 문제가 새로운 시장에서 부닥치는 상황이었던 만큼 원만한 타협으로 현대차의 진출이 진행되기를 바란다.

 

중재를 담당한 입장에서 현대차의 문제가 더 컸던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세단보다는 70% 이상이 RV 형태가 선호되고 있고 비포장도로와 아직은 깔끔하지 못한 도로 인프라를 고려하여 하체를 보강하고 서스펜션을 보강한 차종이 필요하다.

간혹 무릎까지 올라오는 폭우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현대차 스타렉스나 기아차 카니발 등은 충분한 경쟁력이 있고 기대되는 차종이다. 생산 기지의 위치도 중요하다. 인도네시아는 포스코나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대기업이 진출해 있고 시장 규모나 인프라 등 다양성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정부 간 심도 있는 관계 지속 등 장점도 많아서 좋은 진출 모델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장소 등 주변 인프라를 대상으로 약 20~30만 대의 공급 정도의 공장으로 시작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본 차는 현재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경쟁력이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은 물론 철저한 시장 점검을 통하여 확실한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

현대차 그룹이 동남아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한 사례는 아직 없다. 물론 6~7년 전부터 시장 분석 등을 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액션 플랜은 없었다. 그러나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시장의 교두보 확보는 필수가 됐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물론 현대차 그룹이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기를 바란다. 급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자동차 공장 진출과 함께 다양한 파생 산업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확산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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