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슈퍼 '을'의 조건, 연구개발에 주력해야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17.10.29 08:43
  • 기자명 오토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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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글로벌 자동차 부품회사를 대표하는 기업은 독일 보쉬다. 1만명이 넘는 연구원이 일하고 있고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슈퍼 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다국적 기업이다. 독일은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 4개가 포진해 있고 보쉬는 이를 기반으로 강력한 글로벌 부품회사가 됐다.

우리가 항상 강조하고 부러워하는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도 독일에는 무궁무진하다. 중소기업이면서도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각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부품회사가 많다는 뜻이다. 이러한 단단한 강소기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메이커가 상생하는 모델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하겠다.

우리는 세계 100대 부품사 그룹에 속한 기업이 여러 개 있고 이 가운데 현대모비스의 순위가 가장 높다. 그러나 매출자체는 수위에 이를 정도로 높지만 순수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개발 기반의 부품회사로 보면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현대ㆍ기아차를 기반으로 하는 납품 의존도가 높아서 균형 잡힌 부품회사로서 보쉬 등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최근 들어 연구개발 인력을 보충하고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적은 만큼 서둘러서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초의 개발품은 아직 적고 수입을 대체해 국산화에 성공한 사례는 많으나 획기적인 개발품은 많지가 않다. 이런 가운데 최근 파노라마 선루프용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형까지 진행한 것은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는 차량이 전복됐을 때 깨진 파편으로 탑승객이 부상할 수 있고 심한 경우 탑승객이 튕겨 나가는 등 가장 취약한 부위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됐다. 따라서 이런 위험이 예방되는 에어백을 처음 개발한 것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회로 보인다.

양산형 모델 적용까지 차질없이 진행돼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의 첫 개발품이 되기 바란다. 이러한 모델이 현대모비스의 본 모습이다. 따라서 연구개발 기반의 진정한 글로벌 부품회사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현대모비스에 대한 시각이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몇 가지 문제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다. 우선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구개발 인력을 매년 충분히 보완하여 글로벌 부품회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근본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 유능한 연구개발 인력은 쉽게 구해지지 않고 시간이 필요하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도 획기적으로 높여서 독일의 보쉬 같은 강력한 ‘슈퍼 을’이 되어야 한다. 길게 보고 10년 이상을 노력하는 꾸준함이 요구된다. 둘째로 부품 협력사와의 진정한 상생 모델이 필요하다. 협력사와의 보이지 않는 갑질이나 편중된 영업 이익률 등 다양한 불만 요소를 불식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하청업체가 독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하여 주고 공동연구 등을 통해 이윤을 공유하는 모델도 필요하다. 아직은 상생 모델이 부족하고, 협력사에서 생산된 부품을 다양한 기업에 공급되도록 알선해 주는 등 함께 성장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셋째로 최근의 화두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원천기술의 확보다. 선진국 대비 약 3~4년의 격차가 있는 만큼 제대로 매진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도태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연기관 중심에서 친환경 부품과 센서 등 각종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급격하게 탈바꿈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넷째 대체품 등 자동차 부품의 선진 유통 정착에 더욱 매진하여야 한다. 부품은 OEM 부품이나 대체품, 리사이클링 부품 등 다양한 영역이 있고 장점이 있어서 선진국에서는 상당 부분이 영역이 나누어져 있다. 그러나 국내는 오직 OEM 부품만 존재하는 왜곡된 상황이다. 

다양한 부품이 유통되는 선진 부품영역으로 정착될 것인 만큼 현대모비스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명 ‘순정품’만 강조하고 ‘비순정품’이 나쁘다는 인식을 주입하는 2분법이 아니라 다양한 부품군을 통하여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다양성이 존재하고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상대적으로 독과점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매우 큰 만큼 긍정적인 부분이 부가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각종 고민을 숙고해 글로벌 부품회사로 자랑스럽게 알릴 수 있는 ‘강대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이 바로 꼭 변신해야 할 시기로 보는 이유다.
[김필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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