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2] 부적합 ‘0’, 육안검사로 끝나는 건설기계

  • 입력 2017.10.24 09:50
  • 수정 2017.10.24 14:3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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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배출량 19배, 디젤 차보다 무서운 건설기계
2) 부적합 ‘0’, 육안검사로 끝나는 건설기계
3) 자동차 수준의 저감 대책 지원 및 관리 필요

디젤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는 세계 보건 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한다. 담배와 술, 석면, 플루토늄, 비소 등 듣기만 해도 섬뜩한 독성 물질과 같은 등급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차에서 배출되는 독성 물질이 인체에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유럽에서는 퇴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이 디젤 차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심지어 내연기관차의 종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소비 시장인 중국도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뉴욕, 도쿄보다 미세먼지 최대 2.1배, 질소산화물 1.9배(서울시 기준)가 높은 한국에서는 ‘노후 경유차’를 퇴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자동차에 집중된 정책만으로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 배출원별 기여도는 자동차와 산업 및 비산업 다음으로 건설기계가 높다. 

전국에 등록된 약 43만 대의 건설기계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연간 9444톤, 비중은 38%에 달한다. 건설기계 1대당 미세 먼지 배출량이 일반 자동차의 약 19배로 대기오염 그리고 국민 건강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건설기계가 미세먼지 대책에서 소홀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2002년부터 대기환경보전법에 자동차로 분류돼 배출가스 기준 설정 및 관리를 위한 법적 요건을 마련하고도 관리는 물론 세부 사항에 대한 시행이 전혀 이뤄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급 대형 디젤 차의 배출 허용 기준과 비교하면 건설기계는 최소 10배나 완화된, 지나치게 낮은 수준을 적용받고 있는 것도 문제다. 뿐만 아니라 인증 시험 방법도 자동차와 비교해 엄격하지 않고 사후 검사도 형식에 그치고 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자동차형 3종인 덤프트럭, 콘크리트 믹서트럭, 콘크리트 펌프트럭은 화물자동차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고 있지만 전체 건설기계의 36%를 차지하는 지게차와 32%의 굴삭기는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일반 디젤 차보다 많게는 19배의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계들이 아무 제한 없이 운행되고 있고 방치돼 있는 것이다.

운행차의 경우 수시 점검과 정기검사, 정밀검사를 동해 배출 가스를 관리하고 있지만 나머지 건설기계는 차령에 대한 제한도 없이, 또는 중고로 수입된 장비까지 건설현장과 작업장 그리고 일반 도로에서까지 운행되고 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노후 건설기계의 대당 오염 물질 배출량이 최소 10배, 최대 54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문제는 그나마 시행되고 있는 건설기계의 정기검사마저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도로형 건설 기계는 대부분 현장 출장으로 정기검사를 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육안 검사로 끝내고 있다. 이 때문에 2004년 건설기계의 정기 검사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대표는 “엄청난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건설기계를 지금 관리하지 않으면 수백만 대의 디젤 차를 퇴툴시키고 친환경차를 보급해도 미세먼지 저감 대책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며 “대 폐차 지원 및 저감장치 부착 지원, 엄격한 검사 등 자동차와 동등한 수준에서 건설기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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