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 XC60, 대중 속으로 파고든 슈퍼 그레잇

  • 입력 2017.10.19 15:36
  • 수정 2017.10.19 20:2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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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0만 원(더 뉴 볼보 XC60)이 대중적인 가격은 아니다. 그런데도 XC60의 사전 계약은 1000대를 기록했다. 이렇게 한국은 특별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비싼 모델이 불티나게 팔리는 나라다. 자국 그리고 중국을 빼면 메츠세데스 벤츠와 BMW의 가장 큰 시장이기도 하다.

준대형 세단 현대차 그랜저도 한 달 평균 1만 대가 팔린다. 볼보를 비롯해 재규어 랜드로버, 렉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성장세는 수입차 업계 평균치를 웃돈다. 고급차가 유독 많이 팔리는 이유의 분석은 다양하다. 계층별 소득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중간을 빼고 작거나 큰 차로 소비 형태가 양분화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메이저 이외의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는 볼보자동차다. 지금 추세대로 가면 올해 1만 대 클럽 가입도 유력하다고 한다. 볼보의 성장 속도는 혁신적으로 변화한 XC90, S90이 나오면서 더 빨라졌다.

전통에 얽매여 수십 년간 고집한 보수적 디자인이 그 가치를 품은 새로운 코드로 변신했고 파워트레인, 플랫폼, 인테리어의 구성까지 싹 바꿔버렸다. 그리고 이것이 통했다. 2세대 XC60은 최근 선보인 볼보의 신차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다.

 

적당한 크기에 충분한 힘을 가졌고 여물기는 아쉬워도 심플한 인테리어의 간결함이 눈이 부실 정도로 사치스러운 앞서의 신차보다 거부감이 덜하다. XC60의 메인 디렉터는 한국인 디자이너 이정현 씨다. 그는 앞서의 XC60 신차 발표회에서 ‘동양적 여백의 미’를 언급했다.

그래서인지 XC60의 겉모습은 간결하고 시원하다. 요란하지 않게 각 부분의 캐릭터 라인을 최소화했고 볼륨도 과하지 않다. 비워 놓은 자리는 단순하지만 비교적 큰 사이즈의 램프류와 그릴의 잔상으로 채워놨다. 벨트라인까지 높게 설정해 여백은 많지만 주변부의 실루엣을 살려 그래도 꽉 찬 느낌이 들도록 했다.

차체는 길고 넓고 풍부해졌다. 1세대보다 전장(4690mm)은 45mm, 전폭(1900mm)은 10mm, 휠베이스(2865mm)는 90mm를 각각 늘렸다. 그러면서 전고(1650mm)는 55mm를 낮춰 지면과의 밀착성을 높였다. 차체를 키운 효과는 실내 공간에서 나타났다.

전체 전장 가운데 실내 부문에 61.1%를 배정하고 1열과 2열의 시트 위치를 앞으로 더 당기고 뒤로 더 밀어내 무릎 공간의 여유가 이전 세대보다 확실하게 많아졌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505ℓ, 2열을 젖히면 최대 1432ℓ까지 확보된다.

 
 

2세대 XC60은 이전세대보다 트렁크의 높이(616mm)를 132mm 낮춰 물건을 싣고 내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별 감흥이 없는 스티어링 휠, 크기가 아쉬운 세로형 9인치 센터 콘솔 디스플레이의 크기를 빼면 실내는 적당히 고급스럽다.

XC60에는 마사지 기능이 들어간 소가죽 나파가죽 시트, 독특한 패턴의 우드 트림, 다양한 설정 기능이 있는 공조장치, 대형 파노라마 선루프가 제공된다.  버튼류는 최소화했다. 공조장치뿐만 아니라 여러 기능의 설정, 운행 및 관리정보는 모두 센터 모니터로 가능하다.

모니터는 적외선을 이용하고 반사방지 코팅이 돼 있어 정확하고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XC60에는 가솔린(T6), 디젤(D4) 모두 4기통의 배기량 2.0ℓ 다운사이징 엔진이 탑재됐고 8단 자동변속기로 제어한다. 볼보의 새로운 엔진은 i-ART, 슈퍼차저, 터보차저와 같은 여러 기술이 사용되면서 친환경, 효율성을 최적화했다.

연비는 D4 13.3km/ℓ, T6 9.4km/ℓ다. 사전 계약 물량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D4는 4250rpm에서 최고출력 190마력, 1750~2500rpm에서 최대토크 40.8kg.m를 발휘한다. 디젤답게 요구하는 가속에 한 박자 늦게 반응하지만 디젤답지 않게 정숙한 것이 인상적이다.

 
 

아이들링 감각도 인상적이다. 정지해 있을 때 또 아주 느리게 움직일 때를 빼면 가솔린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진동과 소음이 가라앉는다. 고회전 영역에서도 충분한 출력을 발휘하고 다이내믹 모드도 달리면 스티어링 휠, 가속페달, 서스펜션 등이 단단해 지면서 높은 수준의 운전 재미를 선사한다.

슈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동시에 적용된 가솔린 모델 T6는 320마력의 인상적인 최고 출력, 그리고 최대 토크는 D4와 같은 40.8kg.m의 수치를 발휘한다. 두 모델 모두 8단 자동변속기와 사륜구동으로 움직인다. 움직임도 인상적이다.

전륜 더블 위시본, 후륜 인테그럴 액슬로 승차감을 높이는 서스펜션 튜닝과 58대42의 차체 비율로 회전구간이나 거친 조향에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하게 반응한다.  특히 과격한 선회에서 보여준 안정감은 동급 최고다. 19인치 미쉐린 타이어(인스크립션)의 큰 편평비(55)가 우려스러웠지만 적당한 수준에서 자세를 낮춰가며 기분 좋게 코너를 탄다.

전륜구동을 기반으로 하는 AWD 모드로 설정하면 더 과격한 놀림까지 여유 있게 받아들인다. 속도를 높일 때, 스티어링 휠과 섀시의 피드백 역시 수준급이다. 운전하는 재미는 이럴 때 나온다. 거대한 체구의 XC90과 달리 다루기 쉬운 것도 XC60의 장점이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볼보의 자랑 만큼 매끄럽지가 않다.

핵심 기능인 차선유지 기능은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시속 65km, 파일럿 어시스트 모드에서는 시속 30km 이상에서만 작동한다. 스티어일링 휠 제어가 투박하고 차선의 중앙을 유지하지 않고 가까이 붙으면 밀어내는 방식이어서 거칠게 반응하며 차로를 유지하는 것도 거슬린다. 볼보답게 다양하고 첨단화된 안전 및 주행보조 시스템이 풍부한 것도 XC60의 장점이다.

 
 

<총평>

사전 예약 1000대는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문제는 고객을 기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 따라서 월평균 200여대의 공급물량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내달부터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고 하지만 늦은 순위의 대기 고객은 5개월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브래드의 이질감을 없애고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한편, 모처럼 오른 열기가 식지 않기를 바란다면 공급 물량을 늘려나가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격은 D4가 6090만 원과 6740만 원, T6는 6890만 원과 7540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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