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친환경차, 국산 기술의 현 주소는

  • 입력 2017.09.27 14:0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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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200만대로, 전년대비 60%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 JD파워 등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오는 2025년까지 연 평균 3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질주’가 시작된 셈이다. 

친환경차 시장은 완성차뿐만 아니라 글로벌 부품사의 핵심 사업 분야로 급부상했다. 수요가 급증하면서 부품 공급처 확보 경쟁이 치열해졌고 이에 따라 관련 기술 개발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현대모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HEV, PHEV, EV 등 친환경차에 공급한 부품은 총 12만 8450대(차량 대수 기준)로 1년 전보다 80%나 늘었다. 

현대ㆍ기아차가 내놓은 첫 친환경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에 부품을 공급하기 시작한 2009년(6,720대)과 비교하면 7년 사이 18배가 증가했다. 이처럼 글로벌 친환경차의 시장은 각국의 연비 규제, 기술 혁신, 소비자 선택 변화의 바람을 타고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전기차 의무 판매제 도입과 내연기관차 퇴출 등 각국의 강력한 친환경차 공급 정책은 각 완성차 브랜드와 부품사들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시장 확대는 치열한 기술 경쟁을 촉발한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급성장하는 시장에 뛰어들 것이고 소비자들은 옥석을 구분할 것이다. 

각 업체들의 기술과 원가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친환경차 기술 수준은 어느정도일까. 현대모비스는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친환경차에 공급하고 있는 부품은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5종, 플러그인하이브리드 8종, 수소연료전지차 9종이다. 

대표적으로 구동모터, 배터리시스템(BSA), HPCU/EPCU(Hybrid/Electric Power Control Unit), 수소공급장치와 연료전지통합모듈 등이다. 모두 내연기관 자동차가 친환경차량으로 변신할 때 필요한 핵심 부품들이다. 핵심 부품 기술은 끊임없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친환경차에서 내연 엔진을 대체하는 모터의 경우, 2009년 출시된 아반떼 하이브리드의 모터 출력은 15kw에 불과했다. 2011년 출시된 YF쏘나타 하이브리드는 30kw, 최근 버전인 LF 쏘나타 하이브리드 38kw까지 증대됐다. 
반면, LF 하이브리드 구동모터 무게는 YF때보다 2kg이 줄었다.  

출력은 높이고 무게는 줄였는데 덕분에 연비는 8% 가량 향상됐다.  순수하게 모터의 힘만으로 가는 전기차는 모터 출력이 하이브리드보다 훨씬 크다. 2011년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 레이 EV는 출력 50kw짜리 모터를 달았다. 14년 선보인 쏘울 전기차와 최근 나온 아이오닉 전기차의 출력은 각각 81.4kw,  88kw까지 올라갔다.

1kw는 1.36마력쯤 된다. 구동모터의 출력이 향상되면 배터리 시스템이나 각종 전자제어장치의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건 당연하다. 친환경차에서 배터리시스템(BSA) 역시 발전을 거듭해왔다. 배터리 시스템은 모터를 구동하고 각종 전장품에 전원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배터리 셀이 집적된 배터리 팩이 있고 이를 제어하는 장치와 냉각 장치, 전원차단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배터리시스템의 에너지 효율은 최근 5년새 10~15% 정도 향상됐다. 친환경차 전용 부품을 사용하고 중량을 줄이면서 가용 에너지 효율이 좋아진 셈이다. 배터리 시스템은 구조적, 전기적 안전성도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화재, 낙하, 염수 접촉, 침수 상황 등에서도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신뢰성 검증 작업을 철저히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양산 부품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핵심 기술을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컨버터 통합형 배터리시스템은 이미 개발을 완료했고 시동 발전기와 전동식 컴프레서 등 48V 사양에 맞는 다른 부품도 개발 중이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중간 단계로 일반 하이브리드처럼 별도 구동모터를 쓰지 않고 배터리와 시동발전기 등의 시스템만 개선해 기존 내연 차량보다 연비를 15% 정도 향상시켰다. 48V 하이브리드시장은 기존 하이브리드카의 복잡한 시스템보다 기술 접근성이 용이하고 전세계적으로 적용 초기 단계라 향후 지속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분야다. 

친환경차량에 적합한 인휠 시스템도 한창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인휠은 차량 네 바퀴 안에 구동모터와 제동장치가 각각 장착돼 독립 제어가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이다. 보통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엔진에서 나오는 동력을 앞뒤 바퀴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거쳐야하는데 인휠은 이런 과정을 생략해 동력 손실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동력전달장치가 생략되면서 부품 수가 줄어 연비가 향상되고 4륜 구동화가 용이해 빗길과 눈길 주행 성능에서도 큰 장점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소형 전기차 등에 인휠 시스템을 탑재해 신뢰성 시험을 진행 중에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양산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싼 심야 시간대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고 전력 수요가 많은 주간에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전력 회사에 판매할 수 있는 양방향 충전기도 개발 중이다.  현대모비스도 V2G(Vehicle to Grid : 차량과 전력망 연결)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기술 개발과 실증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차 전용 차세대 통합형 회생제동 브레이크시스템(i-MEB)도 현대모비스가 지난 2015년 세계에서 두번째로 국산화에 성공하고 현재 양산을 준비 중이다. 회생제동은 차량이 멈출 때 손실되는 운동에너지를 활용해 모터를 돌려 배터리를 충전하는 친환경차용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과 비교하면 에너지 손실률이 70%까지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기존 회생제동시스템은 개별 부품들로 구성됐지만 현대모비스는 이들 부품을 통합해 원가와 중량을 30% 가량 줄였다. 이 과정에서 해외 20건 등 총 109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I-MEB는 ESC(차체제어), ABS(바퀴잠김방지), AEB(긴급자동제동) 등 제동 관련 기능들을 통합 구현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한편,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능력 및 공급 능력을 갖고 있어 모터와 연료전지 통합모듈 등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전용 부품을 독자개발하고 양산 체계를 갖추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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