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G70은 G70, 스팅어는 스팅어일 뿐

  • 입력 2017.09.06 09:01
  • 수정 2017.09.06 09:3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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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스팅어에 이어 제네시스 G70이 최근 미디어에 공개됐다. 해외 유수의 브랜드를 겨냥하고 이에 필적할 만한 고성능 모델을 토종 브랜드가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반갑다. 그러나 G70의 대략적인 실체가 공개된 이후 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G70과 스팅어를 경쟁 관계로 보는 얘기다. 제네시스는 G70을 소개하면서 BMW와 아우디의 A4 그리고 3시리즈를 경쟁 모델로 지목했다. 앞서 스팅어는 아우디 A5, BMW 4시리즈와 경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향점이 뚜렷하게 다른데도 국내에서는 G70의 일부 제원과 사양, 가격대가 공개된 직후부터 스팅어를 경쟁차로 분석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스팅어의 진짜 경쟁차는 G70, G70이 스팅어보다 나은 것들, 제로백(가속력)이 스팅어보다 빠르고 그래서 스팅어가 고전할 것이라는 따위다.

제네시스라는 브랜드의 정체성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창하지만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세계 최고급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론칭한 브랜드다. EQ900이 나왔고 제네시스의 부분변경인 G80, 그리고 G70은 이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의 빠른 안착을 위해 람보르기니 출신의 맨프레드 피츠제럴드를 전략담당 전무로 전격 영입했고 글로벌 브랜딩과 마케팅 전담 조직인 ‘제네시스전략팀’과 상품성 강화를 담당할 ‘고급차상품기획팀’을 신설했다.

따라서 G70은 상품 기획단계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를 겨냥하고 이들과 경쟁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기본적인 성능은 물론 외장을 꾸미는 페인트, 실내 구성품의 재질 하나까지 최고급 소재를 사용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제네시스는 G70을 ‘럭셔리 스포츠 세단’으로 부른다. 스팅어 역시 고성능을 추구한다. 그러나 G70보다는 대중적이면서도 더 전문화된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BMW가 3시리즈를 기반으로 스포티한 성능과 디자인을 가미해 쿠페 또는 그란 쿠페나 컨버터블로 구성된 4시리즈를 만들어 낸 것과 다르지 않다.

기아차가 스팅어를 퍼포먼스 세단으로 부르는 이유다. 성능 제원과 가격만 놓고 따질 일이 아니다. G70과 스팅어가 각각 겨뤄야 할 상대가 분명 다르고 태생과 지향점이 다른 두 모델을 왜 국내에서만 경쟁상대로 몰아가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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