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치였다, 전천후 SUV 올 뉴 디스커버리

  • 입력 2017.06.29 09: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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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산에 오르는 마지막 코스, 30도를 넘는 경사로 앞에 섰다. 카레이서 오일기(제일제당)가 “가속 페달만 점진적으로 밟고 있으면 알아서 전진한다”라며 출발을 재촉한다. 로우 레인지 기어박스를 누르고 전자동 지형 반응 시스템의 다이얼 위치를 모래 및 암석 모드로 했다. 심호흡을 하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느긋하게 전진을 시작한 랜드로버 올 뉴 디스커버리가 붉은 흙먼지를 내며 긴 경사로를 오르기 시작했다. 운전자는 가속페달을 밟는 것이 전부다. 나머지는 랜드로버의 전천후 SUV 디스커버리가 알아서 해 준다. 내려오는 과정에서는 페달 조작도 필요 없다. 

전지형 프로그레스 컨트롤이 노면 상황에 맞춰 엔진의 출력과 트랙션을 최적화해 디스커버리의 속력을 시속 3km로 유지해 준다. 뿐만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내린 비로 촉촉하게 젖은 풀섶, 900mm나 되는 물웅덩이, 길이든 아니든 해발 800m가 넘는 경기도 양평 대부산과 유명산을 헤집는다.

 
 
 

너무 쉽게 오프로드를 정복하는 디스커버리에게 잘 다져진 길은 사치로 보였다. 지난 26일, 양재동 화물터미널 주차장에 설치된 인공 장애물 맛보기, 온로드 고속 주행, 그리고 대부산과 유명산 오프로드를 달리는 잘 짜인 코스에서 5세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를 만났다.

뼛속까지 송두리째 바꿨다는 디스커버리는 이전 세대보다 부드러워진 외관과 줄어든 무게만큼 첫인상이 날렵했다. 5세대 디스커버리는 차체의 85%를 알루미늄으로 대체하고 복합 플라스틱 소재와 마그네슘을 사용하면서 450kg의 감량에 성공했다. 

전장 4970mm, 전폭 2000mm, 전고 1850mm의 거구에도 공차 중량은 2.5톤에 딱 맞췄다. 외관의 변화가 바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밀해진 단차가 완성도를 더했고 테일램프와 리어램프의 군살이 빠졌고 C 필러도 온순해졌다. 

 
 
 
 

C 필러는 이전 세대와 달리 앞쪽으로 기울기를 더해놨다. 역동적으로 보이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듯 하다. 뒤쪽 번호판의 위치는 왼쪽에 있다. 테일게이트의 구조도 비대칭이어서 독특한 분위글 낸다. 그러나 온로드에서는 몰라도 오프로드에서는 차체가 흔들릴때마다 보기가 흉했다. 

7인승 실내는 공간 효율성과 거주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열과 3열 시트는 스마트 폰, 테일게이트 스위치, 터치스크린으로도 접거나 펼 수 있다. 실내 곳곳에는 9개의 USB 포트와 6개의 12V 충전소켓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 2단 트레이 구조의 글로브 박스와 깊고 넓은 콘솔 박스 등 17개나 되는 수납공간도 압권이다. 1열은 물론 2열과 3열의 전면 시야는 충분하다. 후미 쪽으로 벨트라인이 높아지는 계단식 루프라인, 스타디움식 좌석 배치로 어느 자리나 시야와 개방감, 머리 공간 등이 충분하다.

 
 
 

3열까지 시트를 갖춰 놨지만 러기지룸 적재 용량은 1137ℓ나 된다. 2열과 3열을 모두 접으면 2406ℓ의 화물을 실을 수 있다. 테일 게이트를 열 면 300kg의 하중을 버티는 전동식 이너 테일게이트도 있다. 조금 긴 화물을 싣는 데 유용해 보인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TD6 퍼스트 에디션 포함, 올 뉴 디스커버리는 모두 5개 트림으로 판매된다. 시승 차는 V6 터보 디젤을 품은 런치 에디션, 2993cc의 배기량으로 258마력(ps, 3750rpm)의 최고 출력과 61.2kgf.m(1750~2250rpm)의 최대 토크 수치를 갖고 있다.

묵직한 발진, 디스커버리의 진가는 고속도로에서 빛을 발했다. 무게를 줄이고 차체를 다듬어 공기저항계수를 3.33cd로 낮춘 덕에 경쾌하게 원하는 속도로 빠르게 상승한다. 인상적인 것은 시속 100km의 제한속도 내에서 2000rpm을 넘지 않는 엔진회전수다. 

 
 
 

그만큼, 주행 질감이 부드럽게 유지되고 조용하다.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더 빠른 속도에서는 풍절음이 거슬렸다. 운전대도 전달되는 섀시의 피드백도 뛰어나다. 더블 위시본(앞), 멀티링크(뒤)로 조합된 서스펜션은 노면의 잔 진동을 능숙하게 걸러내고 코너링 균형 유지에 완벽하게 이바지한다.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5m에 육박하는 전장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노면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쪽에 토크를 배분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어울려 어떤 순간에도 차체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는다.

에어 서스페션은 유용하다. 앞서 소개한 오프로드 체험에서는 최저 지상고를 최대 75mm 높일 수 있고 시동을 끄고 내리거나 탈 때 알아서 최대 40mm까지 낮춰준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주목할 것은 T맵 서비스다. 

 
 
 
 

수입차 최초의 T맵 서비스는 10.2인치 터치스크린에 실시간 교통정보와 정확한 목적지 경로를 깔끔한 그래픽으로 제공한다. 안전 사양으로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및 어시스트, 후방 차량 감지, 차선 유지 보조 및 이탈 경고 시스템으로 구성된 ADAS가 제공된다. 

이 밖에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 자동주차 보조 기능 등의 운전자 보조 기능이 적용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온로드의 인상적인 고속 주행 능력,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장애물과 험로를 유연하게 정복해 나가는 오프로드 성능이 이전 세대보다 진화했다. 

길을 벗어난 일탈을 꿈꾸고 있다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는 최고의 선택이다. 단, 8930만 원(HSE)에서 1억 790만 원(런치 에디션)의 가격이 부담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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